[2014 F/W 서울패션위크] 디자이너 서병문 “나는 디자이너이기에 앞서 연구가이고 싶다”

입력 2014-03-17 10:00  


[김진현 기자/ 사진 정영란 기자] 2014 F/W 서울패션위크에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신진 디자이너 서병문. 항간에선 ‘이번 컬렉션에 가장 큰 수확이 디자이너 서병문의 발굴이 아닐까’ 라는 말이 떠돌 정도. 그의 브랜드 ‘병문서’는 유러피안의 감성과 아시안의 독특한 구조가 융합된 디자인으로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먼저 인지도를 쌓았다.

2013년 여름 파리 뽁뜨 벡르사이유에서 열린 ‘후즈넥스트’에서 탁월한 실적을 얻어 낸 그는 두 차례 런던 패션쇼에 이어 세계 유명 패션 브랜드를 다루는 ‘낫 저스트 어 라벨’ 온라인 스토어에 입점 하는 등 외국에서는 하이앤드 브랜드로 꽤 유명한 자리에 위치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단계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디자이너가 됐고 브랜드를 론칭하고 패션위크에까지 서게 됐다는 디자이너 서병문. 필자가 만난 그는 가장 모던하고 세련된 컬러인 ‘블랙’을 이용해 자신만의 메소드를 구축, 옷의 변형을 연구하는 ‘건축가’같았다.

독특한 실루엣과 강인하고 기인한 느낌의 디자인, 세련된 절제미가 돋보이는 그의 컬렉션은 마치 천으로 만든 새로운 형태의 구조물을 연상케 한다. ‘가공된 것’(옷)으로 ‘날 것’, 즉 인간의 본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디자이너 서병문을 만나 그의 철학과 브랜드 ‘병문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자이너를 꿈꾸게 된 계기가 있나.

“사실 거창한 계획이나 꿈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공부를 더 하고 싶어 영국의 ‘런던 패션오브 컬리지’라는 학교에서 석사과정을 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남성복에 관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연구를 할 수 있었고 이에 내가 할 수 있는 역량과 하고 싶은 분야가 뚜렷해졌을 뿐이다. 이것을 가지고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단계를 밟아가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이 나를 디자이너라고 부르더라”

‘시리즈’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일을 하다 다시 학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

“시리즈에서 일했던 경험은 독과 약이었다. 남이 만들어 놓은 콘셉트나 기획안을 가지고 최대한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 곤욕이었다. 이러한 불만이 쌓이다 보니 ‘이럴 거면 내가 기획을 짜고 직접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연구를 좀 더 해봐야겠다’로 생각이 발전했다. 이에 일을 그만두고 학업을 다시 시작했다. 시리즈에서 일했던 경험이 기획에 대한 욕심을 생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고 큰 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만들었다”

유학생활은 어땠나.

“처음엔 혼란과 힘듦의 연속이었다. 한국에서 이미 학사과정을 밟고 일을 한 터라 한국적인 시스템 즉 주어진 콘셉트와 기획안에서 움직여지는 것에 나도 모르게 익숙해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교수들과 트러블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내가 막연하게 생각한 이미지들을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아마 경험의 부족이 아니 었을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내 아이디어를 가시적인 것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해졌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었다”

‘병문서’를 론칭하게 된 배경을 알고 싶다.

“같이 석사를 했던 클래스메이트들의 도움이 가장 컸다. 친구들 중 대다수가 이미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있거나 그만한 역량을 가진 이들이었다. 그들로부터 브랜드를 론칭하기 위해 필요했던 콘셉트나 경제적 측면들, 원단 소싱, 브랜드 가격대 선정 등의 정보를 자연스럽게 얻었다. 처음에는 ‘내 브랜드를 가져야지’ 라는 생각보다는 궁금증이 앞섰고 그렇게 하나씩 알아가다 보니 어느새 브랜드를 론칭할 만큼의 정보와 시스템이 구축돼 있었다”


‘병문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이유.

“처음에 나도 브랜드 이름을 멋지게 짓고 싶었다.(웃음) 브랜드의 콘셉트나 기획은 머리에 있었지만 이런 것들을 다 포괄할 수 있는 타이틀을 선정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네이밍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던 차, 학교 친구 한 명이 대뜸 ‘너는 좋겠다. 네 이름이 특이해서 브랜드 이름으로는 최고일 것 같아’라는 말을 했다. 문득 내 이름을 고유명사로 해서 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면 어느 순간 ‘병문서’라는 이름이 내는 느낌이 바로 내 스토리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디자인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이 있다면.

“’웨어러블’. ‘옷’이 가지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특성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한다. 나만의 디자인 메소드와 콘셉트, 이념 등에 치우쳐 작업을 하다 보면 간혹 지나치게 실험적인 옷들이나 불편한 결과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에 옷의 궁극적인 역할인 ‘입는 것’을 늘 생각하고 작업을 한다. 크리에이티브와 웨어러블 사이의 밸런스를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작업의 영감은 주로 어디서 받나.

“여러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주로 어떤 음악이나 이미지를 통해서 영감을 얻는다고 하더라. 나 같은 경우는 시적인 표현에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이미지나 시각적인 자료들은 제한을 두고 바라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것 들을 지양하는 편. 이미지를 보고서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은 뻔하다. 뻔한 것은 싫다. 이에 여러 가지 시도 끝에 글, 특히 시적인 표현을 통해서 영감을 얻게 됐고 이러한 디자인 방식을 오랫동안 고수하고 있다. 가장 많은 영향을 준 작품은 프랑스 시인 로트레아몽의 ‘말도로르의 노래’”

이번 컬렉션의 콘셉트와 지난 컬렉션과의 차별성이 있다면.

“’병문서’는 옷의 구조에 대한 연구가 브랜드의 뿌리라고 할 수 있다. 지난 시즌에는 평면의 패턴들이 입체로 넘어오면서 이루어졌던 구조적 변형을 주로 다뤘다면 이번에는 입체에서 시작해 새로운 입체를 만들어내는 시도를 했다. 이번 2014 F/W의 테마는 ‘I’m censored’(나는 검열되어졌다)로 현대사회에서의 통제와 검열, 진실의 은닉, 제어, 제거 등을 다루고 있다. 어떤 사물이 가진 본래의 특성이 아닌 숨겨지고 가려지고, 제어된 형태를 보여주는 것이 이변 컬렉션의 주제다. 이에 면을 통해 원래 옷을 이루고 있는 커팅라인이나 선을 가리면서 새로운 실루엣을 창조해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블랙’에 집착하는 이유.

“블랙이 주는 다양한 느낌이 좋다. 또한 옷의 구조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하기 때문에 컬러는 당연히 심플해질 수 밖에 없었다. 옷의 구조를 강조하는데 있어 블랙은 최고의 컬러가 아닐까. 완전히 퓨어한 화이트에서부터 진한 블랙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라데이션 속에서 옷의 다양한 구조를 표현하고 싶었다. 또한 같은 블랙이라 할지라도 소재가 주는 다채로운 텍스처들이 흥미로워 ‘블랙’을 자주 사용한다”

디자이너로 살아간다는 것, 어떠 한가.

“다르지 않다. 규모의 크고 작음의 문제일 뿐, 모든 사람들이 다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디자인이라고 해서 거창한 것이 아니라 ‘아침엔 뭘 먹을까’, ‘저녁에 무슨 영화를 볼까’하는 것도 디자인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 같은 경우는 ‘디자인을 한다’라기 보다 디자인을 파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조금 서글프기도 하다. 해답이 없고 어떠한 논리나 역사적 사실들이 적용되는 것이 아니기에 항상 연구해야 되고 가치를 창조해내야 된다는 것이 때로는 부담스럽게 다가 올 때가 있다. 그러나 이 일로 인해 ‘아직 내가 살아 있구나’하는 긍정적 느낌을 받기도 한다. 일주일 중 6일이 힘들면 하루 정도는 그 사실 때문에 즐겁다. 그리고 그 하루 때문에 디자인을 계속 하는 것 같고”

2014 F/W 시즌에 추천하는 아이템이나 스타일링.

“이번 시즌 추천 아이템은 ‘병문서’의 시그니처룩인 배기팬츠. 일반적인 트레디셔널 수트와는 달리 배기팬츠와 레이어드된 재킷을 매치해 차별성을 부여하는 것이 ‘병문서 수트’의 시그니처 아웃핏이다. 또한 전 시즌에는 울 코트에 집중을 많이 한 반면 2014 F/W 컬렉션에는 패딩 점퍼나 패딩 코트, 레더 재킷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많이 합류시킨 것이 특징이다”

서병문과 ‘병문서’가 꿈꾸는 미래.

“디자이너 서병문은 더 많은 연구를 해야 될 것 같다. 나는 나 자신을 디자이너라기 보다 연구가라고 생각한다. ‘미’를 찾기 보다 새로운 공식이나 메소드를 발견했을 때 더 기쁘다. 그 발견들이 미적인 가치로 연결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웃음) ‘병문서’는 더 큰 인지도를 쌓아야 할 것 같다. 사실 해외에서는 생각보다 하이앤드 브랜드로 포지션을 잡았다. 아무래도 브랜드 콘셉트 자체가 원인이 된 것 같다. 이에 로열티나 안정성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더 견고히 하고 싶다. 더 나아가 바이어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과도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역량과 인지도를 갖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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