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사진 김치윤 기자] 모두에게나 원하는 저마다의 꿈이 있다. 꿈이 있기에 도전 할 수 있고, 열정과 패기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는 법이다.
뮤지컬 ‘화랑’은 다섯 명의 아름다운 청년들이 진정한 화랑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내와 패기, 그리고 멈추지 않는 도전 정신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2009년 대학로 소극장 초연 이후 국내외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작년 말 1,000회를 돌파하면서 명실상부 대한민국 창작뮤지컬계의 자존심으로 인정받았다.
최근 ‘화랑’에 다섯 명의 새 얼굴들이 합류했다. 자존심이 강해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지 못하는 반항아 유오 역의 이재현, 자신의 말이 곧 진리인 줄 아는 안하무인 기파랑 역의 이종찬, 화랑이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패기 넘치는 문노 역의 유현석, 여리여리한 외모와 심성의 소유자 무관랑 역의 승빈 그리고 이런 관랑을 지키는 게 삶의 목표라고 생각하는 의리남 사다함 역의 신윤철 까지.
bnt뉴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대학로 공연장에서 인터뷰용 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카메라 셔터가 이리저리 터지자 이 남자들, 제대로 얼어붙었다. 늘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소통하던 그들이 실제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새삼 쑥스러웠던 모양. 시간이 조금 지나자 한 공간속에 흐르던 어색함은 개운하게 사라졌다.
◆ ‘화랑’ 꿈을 찾게 된 무대
이제 ‘화랑’ 무대에 오른 지 두 달째 접어든 그들의 평균 연령은 20대 중반, 거기에 훈훈한 외모까지 자랑하는 다섯 신인 배우들이 꽃미남 배우들의 대표 뮤지컬 ‘화랑’ 배우 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여성 관객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높은 재관람율을 자랑 하는 ‘화랑’ 무대에 일단 겁 없이 오른 다섯 남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재 대형 뮤지컬 무대에서 앙상블 배우로 활동 중인 이재현은 배우들 중 가장 맏형이다. 어린 시절부터 꾸준함을 무기로 조금씩 성장해왔다는 그는 ‘화랑’에 몇 번의 고배를 마셨지만 또 도전해 지금은 당당하게 배우로써 무대에 오르고 있다.
학창시절 은사님과의 인연으로 ‘화랑’ 오디션에 참여했다는 이종찬은 작품에 대한 깊은 신뢰감과 자신의 배역에 대한 깊은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장난기 많을 것 같은 외모와는 달리 진중한 모습과 소신 있는 가치관은 반전 매력이 돋보이는 청년이다.
훤칠한 키와 외모로 벌써 팬 커뮤니티를 보유하고 있는 유현석은 과거 자신의 SNS에 게재한 노래 영상으로 러브콜까지 받았을 정도로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학창 시절부터 무용만을 해오던 승빈은 잦은 부상과 사고로 잠시 무대를 떠났고 이후 안 해 본 일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을 하다가 결국 춤이 좋고 무대가 좋아 다시 합류하게 됐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거침없는 쏟아내는 그의 입담에서 상남자의 모습이 엿보였다.
마지막으로 소극장 무대에서 작품 활동을 해오던 신윤철은 더 큰 꿈을 찾아 잠시 무대를 떠나 방송국과 기획사를 돌아다녔다고 했다. 그러나 첫 공연에 대한 기억을 잊지 못해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왔다. 현재 ‘화랑’에서 자신의 미래와 비전을 찾았다는 그는 점점 발전하는 자신의 역량에 매우 기쁨을 느끼고 있다.
‘화랑’ 배우들은 무대에서 참 바쁘다. 춤과 노래는 기본이요, 공연시간 110분 동안 각종 무술 시범까지 선보여야 한다. 게다가 관객들을 위한 깜짝 이벤트도 매 공연마다 진행되기 때문에 관객들과의 소통도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여성 관객들이 ‘화랑’에 열광하는 이유 중에 하나인 상의 탈의 장면을 위한 나름의 관리도 필요하다.
◆ 화려한 조명, 팬의 환호
극중 화랑 오디션을 합격하기 위해 다섯 명의 사내들이 뭉쳐서 끊임없이 도전하듯이 지금 이 배우들도 한 배를 탔다. 그리고 이 다섯 남자가 한 팀이 돼 뮤지컬계의 슈퍼스타를 꿈꾸고 있다. 아직까지 경험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기에 ‘화랑’ 합류는 상당히 부담될 법도 할 것 같았다. 과연 이들은 ‘화랑’ 무대에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와 여성 팬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을 때 어떤 느낌일까. 지금 실감은 날까.
“대형 뮤지컬에서 앙상블 연기를 하다가 ‘화랑’ 무대에 서면 확실히 힘이 나요. 같은 무대라고 해도 관객들이 눈이 나에게 모일 때 힘이 더 생기고 활력이 되죠. ‘화랑’에 내 배역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말 기뻐요. 물론 그만큼 책임감이 더하지만 그것조차도 지금 내게는 정말 기쁜 일이에요” (이재현)
이에 유현석, 승빈, 신윤철 역시 “맞다”고 동의하며 “매 순간 긴장되고 떨리는 건 사실이지만 관객들의 함성과 호응을 듣고 있으면 기쁨과 행복을 느껴요. 이 자체가 나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힘이 된다”며 입을 모았다. 덧붙여 신윤철은 “그래서 요즘 멤버들에게 모진 소리까지 하게 돼요. 그만큼 애정이 있다는 거죠”하고 웃었다.
“저도 처음 ‘화랑’ 무대에 서고 한 달 동안은 마냥 행복했어요. 관객들의 호응과 환호를 듣고 느끼면 정말 기쁘고 힘이 됐죠.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부분이 반복되면서 이런 반응이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어요. 내가 이 만큼의 사랑을 받아도 되는 존재인가, 과연 그만큼 돌려주고 있는가 하는 생각에 매너리즘까지 빠지기도 했어요” (이종찬)
매너리즘이란 말에 살짝 움찔했다. 매너리즘, 사전적 의미로 항상 틀에 박힌 일정한 방식이나 태도를 튀해 신선미와 독창성을 잃는 일을 의미하지 않는가. 이제 두 달째 접어들었는데 벌써 매너리즘을 느끼나 라고 묻자 이종찬은 “그만큼 책임감을 많이 느낀다는 의미에요. 점점 어깨가 무거워져요”라고 답했다. 상당히 긍정적인 매너리즘이구 싶다. 어쩌면 겸손과 자만의 중간 단계가 아닐까.
그렇다면 소위 ‘춥고 배고픈’ 직업군의 아이콘인 공연계를 이들은 어떻게 느낄까.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나 라고 묻자 제일 먼저 큰 소리로 “지금도 춥고 배고파요”고 말하며 이재현이 동의했다.
“내 20대 시절은 늘 춥고 배가 고팠지만 이 자체를 즐기고 있어요. 이렇게 즐기는 것 자체가 내게는 하나의 도전이 되는 것 같아서 좋아요” (이재현)
“나는 달라요. 춥고 배고픈 게 ‘무엇’이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요. 부상을 당한 후 무용을 그만두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하면서 금전적으로는 여유로웠지만 항상 어딘가 공허했어요. 이게 바로 정신적인 춥고 배고픔인 것 같아요. 지금은 비록 그 때보다 육체적으로 춥고 배고프지만, 마음만큼은 풍족해요. 적어도 예전 같은 공허감은 없어요” (승빈)
그렇다면 공연계에서 ‘춥고 배고프다’는 건 현실적인 문제와는 별개인 건가 라고 묻자 이종찬은 “현실적인 건 맞지만 직결시키고 싶지 않다는 거에요. 돈 때문에 좋은 작품을 놓칠 수 없고, 이건 정말 아닌데 하는 작품에 참여할 수 있지는 않잖아요”라며 자신의 소신을 드러냈다.
그럼 ‘춥고 배고픈’ 공연계라는 걸 인정하는데도 후배들에게 무대에 오를 것을 추천할 수 있나 라고 묻자 다들 입을 모아 “그렇다”고 대답했다. 이종찬은 “내 소신을 다해 작품을 고른다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 해 줄 수 있어요”라고 전했다. 이어 유현석, 신윤철 역시 입을 모아 “돈이 없어도 상황 자체를 즐기면 돼요. 그러다보면 지나가니까요”라며 웃었다.
◆ 그들의 봄은 지금도, 앞으로도 오는 중
이미 3월 중순에 접어든 지금, 겨울의 끝자락과 봄의 시작의 기로에 서 있다. 이들의 말처럼 ‘춥고 배고픈’ 시절을 버티고, 참고, 즐기면 봄이 올 텐데, 그 봄이 오기까지는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인가 궁금했다.
“성실도 재능이에요. 지금까지 성실이라는 재능으로 한 단계씩 성장해 왔어요. 지금 역시도 성실하게 올라가고 있는 중이구요” (이재현) 성실하다는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무슨 일이든 꾸준히 한다는 건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의 말대로 성실하다는 것도 어쩌면 특별한 사람에게 부여된 재능이 아닐까 싶다.
“나를 돌아 볼 수 있는 무대가 좋아요. 무대에서의 내 모습이 좋아요. 이것만큼은 변하지 않을거에요” (이종찬) 대게 사람은 자신 인생의 봄이 찾아오면 좋든 나쁘든 조금씩은 변한다고들 말한다. 아마 그런 뜻이 아니었을까. 인생의 봄날이 온다고 해도 무대에서의 모습을 가장 좋아한다는 거,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즐겁게. 매 순간을 즐길 뿐이에요. 즐기고 또 즐기고 싶어요” 참으로 유현석 다운 말이다 싶다. 매사 행복감을 찾는 그에게도 어려운 일이 분명 있겠지만, 그 조차도 즐김으로써 에너지를 얻어내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인생은 달고, 그리고 쓰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도 있어봐야 하고, 고생이 뭔지 알아야 진정한 단 맛을 알겠죠” (유현석) 단 맛에 익숙해진 요즘 사람들에게 쓴 맛은 사실 꺼려지는 존재다. 때로는 단 맛 조차 쓰게 느껴질 정도로 쓴 맛에 익숙하지 않다. 인생의 맛을 논한다는 자체가 꽤나 철학적이구나 싶다. 신윤철 역시 “즐겁게 하자. 무슨 일이든지 즐기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즐기는 게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라고 말해 긍정의 힘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떠오르게 만들었다.
‘화랑’ 배우들과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대학 시절이 떠올랐다. 대학교 앞 허름한 실내 포장마차에 하나, 둘 모여 앉아 소주 한 병, 계란찜 하나 시켜놓고 우리의 과거를,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이야기하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지금 이 다섯 남자들이 모여 앉아 이들의 과거가 있기에 지금이 있고, 지금이 있기에 찬란하고 따뜻한 봄이 존재할 것이라는 사실을 다들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마음 한편에서 분명히 느끼는 것 같았다.
화랑 선발이라는 목표를 향해 다섯 청년들이 훈련을 해나가는 과정이 여기 무대 위 다섯 남자들과 참 많이 닮았음을 엿볼 수 있었다. 굴비를 보고 시를 써야하고, 보고 싶은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 하고, 훈련에 지쳐 잠들거나 몰래 빠져나와 일탈을 꿈꾸는 이들의 도전이 현실에서도 반영되리라 여겨졌다. 한 단계씩 올라가는 과정들에서 일어나는 갈등까지도 즐길 것 같은 이들의 도전과 앞으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이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꽃 같은 사내들의 좌충우돌 화랑 도전기를 다룬 뮤지컬 ‘화랑’은 서울 대학로 예술마당 3관에서 공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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