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차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한국 소비자에게 다가서고 있다. 신형을 내놓으며 전략적으로 가격을 내리고 있어서다. 이를 통해 독일차와는 가격차를 넓히고, 국산차와는 차이를 줄여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일본차가 공격적인 가격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지속적인 실적 하락 때문이다. 6-7년 전 수입 베스트셀링카를 휩쓸던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몇 년간 부진은 심각하다. 반면 독일차는 그 자리를 빠르게 메웠다. 실제 수입차 시장 내 일본차 점유율은 지난해 14.1%로 지난 2008년 35.5% 최고점을 찍은 이후 매년 하락세다. 일본차 출시 첫 해(2001년) 점유율인 10.9% 이후 최저라는 오명도 쓰게 됐다.
일본차 부진의 배경은 다양하게 제기된다. 우선 엔고 현상으로 제품 가격이 상승했으며, 동일본 대지진과 토요타 리콜 사태 등 악재가 겹치며 이미지가 하락한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일본 우경화에 따른 한일관계 악화도 소비자 인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자 반격으로 꺼내든 카드는 가격이다. 렉서스의 경우 지난해 ES300h를 5,490만 원에서 4,990만 원으로 500만 원 인하했고, 최근 출시한 신형 CT200h도 이전보다 약 400만원 낮은 가격에 내놨다. 인피니티 역시 Q50 가격을 4,350만원에 책정했다. 그렇다고 성능과 상품성은 전혀 포기하지 않았다.
전략적 판단은 결과로 이어졌다. 판매가 다시 늘어나고 있어서다. 특히 ES300h와 Q50은 렉서스와 인피니티 주력 차종으로 우뚝 선 모습이다. 재기를 위한 발판은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게 두 회사의 공통된 인식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회사의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나친 수익 악화를 위해 공급 물량 조절도 한창이지만 가격 인하 전략은 당분간 고수하겠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중요한 것은 일본 기업들이 장기전에 강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지금이 시작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일본차가 미국을 휩쓴 배경이 장기적인 뚝심이었음을 감안하면 국내에서도 분명 저력은 있어 보인다. 글로벌 판매 순위, 미국 내 제품 만족도 1위 등이 단기간 얻어진 결과는 아니기 때문이다.
최근 곳곳에서 향후 국내 수입차 점유율 예측이 쏟아진다. 15%, 18%, 20%, 25% 등 다양한 예측 점유율이 나오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보다 점유율이 늘어날 것이라는 점이다. 유럽 및 미국차도 늘겠지만 일본차 부활이 점유율 확대에 미칠 영향 또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본다면 지금의 일본차 부활은 뒤늦게 다시 기지개를 켜는 게 아닌가 한다. 계절이 순환하는 것처럼 말이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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