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내세우던 볼보자동차가 '다운사이징'으로 고효율에 도전장을 냈다. 주요 제품군에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인 '드라이브-E' 파워트레인을 적용한 것. 새 엔진은 가솔린, 디젤 모두 같은 블록을 장착하고 모듈화했다. 여기에 지능형 연료분사 기술과 실린더 내 마찰계수를 줄여 효율과 성능을 높였다. 새 엔진을 얹은 S60 T5와 S80 D4를 강원도 양양에서 시승했다.
▲S60 T5
S60은 2000년 1세대 출시 이후 볼보차 내에서 중추적 역할을 했다. 2010년 2세대가 나왔고, 앞모양에 변화를 준 부분변경과 드라이브-E를 탑재하기에 이르렀다. 외관은 볼보 특유의 박스형에서 탈피했지만 안전벨트를 형상화한 라디에이터 그릴은 고집했다. 역동성을 강조한 실루엣은 스포츠 세단의 이미지를 굳혔다. 부분변경을 거쳤던 헤드 램프는 과거 듀얼 방식을 일체화해 중후한 멋을 낸다. 덕분에 판매도 호조를 보인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안락함을 추구한 실내는 가죽과 메탈그레인으로 장식해 고급스러움을 살렸다. 비대칭 대시보드와, 뒤편을 뚫어 수납공간을 확보한 센터페시아는 북유럽 기조를 반영했다.
S60 T5는 다운사이징을 겪으면서도 역동성에 중점을 뒀다. 고효율 저탄소가 핵심이지만 성능에도 욕심을 부린 것. S60 T5를 탄 시승코스는 고속도로 구간을 포함하고 있어 고속 주행성능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었다.
T5는 기존 5기통을 대신한 4기통 2.0ℓ 터보 엔진을 얹어 최고 245마력, 최대 35.7㎏·m의 성능을 낸다. 실린더 수가 줄어든 덕분에 엔진음은 침착해졌다. 직접 측정한 0→시속 100㎞ 가속엔 6초 남짓의 순발력을 보여줬다. 8단 변속기에 전달되는 가솔린 엔진 특유의 높은 출력은 속도를 올리는 데 무리가 없었다. 계기판 바늘이 최고속도에 가까워졌음에도 가속 페달은 여유가 있었다.
핸들링은 독일차와 사뭇 다른 성향을 보였다. 무른 듯 하면서 차를 지지하는 느낌은 제법 탄탄하다. 앞바퀴굴림임에도 토크 벡터링에 의한 언더스티어 억제력이 돋보였다. S60 T5의 국내 인증효율은 복합 11.7㎞/ℓ로 3등급이다.
▲S80 D4
1990년대 볼보의 기함이었던 960의 후속으로 선보인 S80은 기함보다 점잖은 S60의 느낌이 강하다. 1세대도 그랬고, 2006년 완전변경을 거친 지금의 S80도 그렇다. 크지 않은 차체에 안정감을 추구한 수평적 디자인을 적용하고, 북유럽 기조를 정직하게 지녀서다. 실내는 북유럽의 고급 가구와 첨단 이미지 클러스터를 짜임새있게 구성한 느낌이다.
S80 D4에 얹은 엔진의 핵심은 고효율과 SUV까지 아우르는 범용이다. 4기통 2.0ℓ 디젤의 D4 엔진은 드라이브-E 계열 중 가장 많은 차에 장착한다. S80과 더불어 S60, V60, XC60, XC70에 얹으며 최고 181마력, 최대 40.8㎏·m를 발휘한다.
S80에 있어서 D4 엔진은 넉넉한 힘을 보여줬다. S80으로 달린 구간은 해변을 지나는 일반 도로가 대부분으로, 중저속 토크와 일상적인 주행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젤 엔진의 꾸준한 토크는 비교적 여유롭게 차를 끌어준다. 변속기는 실용성 최적화로 설정한 듯 8단임에도 중저속 구간을 잘게 썰어 올리는 느낌이다.
승차감은 기함답게 안정성과 편안함을 지향했다. 디젤 세단이지만 뛰어난 소음·진동 대책 덕분에 직분사 방식의 가솔린 엔진만큼 정숙성을 나타냈다.
그 밖에 볼보차의 자랑거리인 '시티 세이프티 시스템'을 적용, 탑승자와 주변의 안전까지 살핀다.
S80 D4의 국내 인증효율은 복합 16.1㎞/ℓ로 1등급이다. 먼저 공개한 4기통 1.6ℓ 디젤 엔진의 S80 D2에 비해 0.8㎞/ℓ(복합 기준) 낮은 정도로, D2보다 여유있는 힘을 원한다면 D4가 제격이다.
▲총평
최근 수입차시장에서 판매 상위권에 오른 차들은 하나같이 고효율과 그에 걸맞는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 이에 볼보차는 파워트레인 쇄신으로 시장공략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그 동안 브랜드 파워와 소극적 마케팅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던 볼보차에 흐름을 반영한 무기가 생긴 것. 볼보차가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지에 따라 '드라이브-E'의 성공 여부가 달렸다. 드라이브-E를 장착한 새 차들의 가격은 아직 미정이나 볼보차코리아 세일즈&마케팅 이만식 상무의 말에 따르면 기존 대비 50만~70만 원 상승할 전망이다.
양양=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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