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형 LF 쏘나타가 승승장구 중이다. 현대차 발표 기준 4월 1만1,1904대, 5월 1만324대로 명실상부 국민 중형이라는 칭호를 받기에 충분한 성적을 거둔 것. 일각에선 YF보다 뒤쳐진 성적이라는 분석도 내놓지만 YF는 개별소비세 인하라는 정부의 강력한 내수 진작 정책에 힘입었음을 상기할 때 해석은 달라질 수 있다. 또한 현재 중형차 시장이 준대형과 준중형으로 분산된 데다 수입차의 거센 도전도 주시해야 한다. LF 앞에 놓인 시장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뜻이다. 때문에 LF쏘나타가 거둔 성과는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하지만 현대차가 LF를 통해 말하려는 네 가지 본질, '달리기(Run), 돌기(Turn), 서기(Stop), 안전(Protect)'은 여전히 화두다. 본질을 이해하기에 앞서 그동안 현대차를 향한 제품력 불만이 적지 않아서다. 실제 출력이 표시된 것과 다르다는 지적과 함께 효율이 떨어진다는 의심이 거듭됐고, 지금은 많이 줄었지만 수출용과 내수용 강판 차이 논란도 끊임 없이 전개됐다. 사고 시 에어백 전개여부와 누수 문제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그래서 현대차는 지난 몇 년 전부터 제품력 향상에 모든 역량을 모아왔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YF쏘나타와 아반떼MD, 그랜저HG 등이고,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어 그 역량은 2세대 제네시스와 LF쏘나타에 이르러 새 국면을 맞이했다.
스스로도 대견할 정도로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 현대차의 다음 행보는 당연히 수입차를 겨냥하는 마케팅이었다. 조금씩 세력을 확장하는 수입차는 현대차가 두고 볼 수 없는 것이기도 했다. 그래서 최근 신차 출시 때마다 수입차를 직접 비교했다. 이른바 '수입차 콤플렉스'를 벗어났다는 선언이라도 하듯 동급의 경쟁 수입차는 신제품의 표적이 됐다.
LF쏘나타 역시 예외일 수 없었다. 그리고 선택된 수사가 바로 '자동차의 본질'. 즉, '달리기와 돌기, 서기'다. 여기에 '안전'이 붙었다. 자동차라는 소비재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항목에 충실하겠다는 의도가 반영됐다.
하지만 아쉬움은 '왜 이제야 본질이 강조되느냐' 하는 점이다. 쏘나타는 이미 7세대, 30여 년을 거쳐 온 현대차의 역사다. 다시 말하면 이전 쏘나타에서도 본질이 늘 우선 순위로 떠올라야 했었다는 의미다.
현대차는 이번 7세대 LF쏘나타를 출시하면서 '쏘나타 모터쇼'를 준비했다. 1세대부터 7세대까지 당시의 사회상과 제품의 발전상을 알리겠다는 취지였다. 또한 소비자 향수도 자극했다. 하지만 본질은 LF에서만 느껴질 뿐 그 앞의 쏘나타는 다소 초라해 보인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폭스바겐이 디자인 컨퍼런스을 마련했다. 그 자리에서 폭스바겐 외장 디자인 총괄은 줄기차게 폭스바겐 디자인의 역사성과 전통을 강조했다. 그리고 1세대부터 7세대에 이르는 골프의 발전을 되돌아보며 옛 것의 계승 부분을 설명했다. 세대를 관통하는 일관성이 핵심이었다. 어쩌면 그게 글로벌 골프의 힘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동시에 한국의 대표 중형 세단이라는 쏘나타가 떠올랐지만 30년의 역사에서 일관성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흔히 역사는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특히 제품의 역사는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역사를 만드는 것은 전통의 계승이며, 그 역시 자동차의 본질이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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