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부산모터쇼, 이제는 방향성 찾을 때

입력 2014-06-09 10:50  


 2014 부산국제모터쇼가 막을 내렸다. 전시 면적이 지난해보다 504% 이상 늘어난 4만4,652㎡에 달했고, 총 관람객이 115만명을 돌파하는 등 규모면에서 국제모터쇼라는 이름에 걸맞게 성장했다는 게 업계 평가다.






 관람객 100만명은 사실 쉽지 않은 숫자다. 제네바모터쇼는 매년 약 70만명의 관람객이 방문한다. 베이징모터쇼는 올해 80만명을 유치했다. 그러나 관람객 숫자만으로 부산모터쇼를 비롯해 국내 모터쇼가 국제 행사로 자리매김했냐는 질문에는 속 시원하게 '그렇다'고 답하긴 어려울 것 같다. 아직은 부산모터쇼만의 방향성이나 색깔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해 부산모터쇼의 모토는 '자동차의 바다, 세계를 품다'다. 항구도시 부산에서 열리는 모터쇼,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모터쇼 등의 해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향후 부산모터쇼만의 발전 방향성이나 성격을 드러내기엔 다소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해외 유명 모터쇼의 경우 각자 자신만의 색깔이 분명하다. 제네바모터쇼는 유럽에서 가장 먼저 열리는 모터쇼로 한 해 자동차 산업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장이다. 뉴욕모터쇼는 북미 시장의 판도를 읽을 수 있는 척도가 된다. 베이징모터쇼나 상하이모터쇼는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의 위상이 그대로 반영된다. 중국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한 맞춤형 차들이 대거 공개돼 주목을 끈다.






 규모에 대한 압박감은 참가 업체 간 불협화음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올해부터 전시관에 합류한 신관 부스 배정을 두고 쌍용차가 불참했다. 여기에 참여 업체가 늘어났지만 여전히 시선을 외면하는 수입 업체도 적지 않다. 연간 140만대에 불과한 한국에서 매년 모터쇼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모터쇼는 그 나라 자동차 산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다. 베이징모터쇼에 월드프리미어가 100대 이상 출시된다. 연간 2,000만대 이상의 엄청난 시장 규모를 갖고 있어서다. 제네바모터쇼는 83년, 시카고모터쇼는 103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후발주자로 내수 시장 규모나 역사를 뒤집긴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국제모터쇼 이름에 걸맞은 행사가 되려면 해외에서도 많은 이들이 찾아올 수밖에 없는 '한 방'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차원에서 판매와 직접 연계하는 것도 좋은 해결책이다. 트레이드 데이를 도입하거나 현장에서 직접 판매를 허용하는 방식도 논의될 만한 시점이다. 국내모터쇼의 특징 중 하나가 출품작 대부분이 판매 중이거나 판매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폐막일인 지난 8일 오성근 벡스코 대표이사는 "100년 역사의 유럽모터쇼, 세계 최대 시장인 상하이·베이징모터쇼와 규모 경쟁은 지양한다"며 "온 국민의 자동차축제인 동시에 아시아에서 가장 품격 있는 모터쇼로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고유의 특징과 방향성을 잡아갈 수 있는 부산모터쇼가 되길 응원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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