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마니아가 공통적으로 가진 '병'이 하나 있다. 바로 '포르쉐 바이러스'라 불리는 심한 상사병이다. 치유법이나 항생제는 포르쉐 80년 역사 동안 발견되지 못했다. 그만큼 강한 녀석이다. 가장 갖고 싶은 스포츠카로 매번 포르쉐가 꼽히는 이유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이 적지 않다는 뜻과 같다.
포르쉐는 이 바이러스를 전 세계에 널리, 그리고 깊숙하게 전파할 계획을 가진 듯하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라는 행사를 개최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독일 본사가 직접 주관하는 '포르쉐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일환으로, 포르쉐 철학을 이해하고 브랜드를 체험하기 위해 마련된 전문 드라이빙 행사다.
이번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22일까지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진행된다. 독일에서 공수된 20여대의 다양한 제품이 준비됐다. 포르쉐의 가장 강력한 아이콘 911을 비롯해 박스터, 카이맨, 파나메라, 카이엔 등이 총출동한다. 여기에 최근 가세한 마칸까지 체험해볼 수 있다. 인스트럭터 역시 독일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됐다. 핸들링, 브레이킹, 슬라럼 등으로 포르쉐를 더욱 안전하고 짜릿하게 즐기는 방법을 알린다. 오토타임즈도 포르쉐 바이러스의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월드 로드쇼에 참가했다.
▲프로그램 1. 핸들링
핸들링 세션은 총 3개의 세부 카테고리로 구성된다. 우선 2도어 스포츠카의 경우 911, 박스터, 카이맨 등 포르쉐의 대표 2도어 스포츠카를 체험할 수 있었다. 이어 4도어 및 5도어 스포츠카가 있다. 그란투리스모 격인 파나메라와 주력 SUV 카이엔, 새 식구 마칸 등이 준비됐다. 고성능 카테고리에는 강력한 심장을 가진 차가 참가자를 기다린다. 서킷용으로 개발된 911 GT3과 911의 고성능 버전 911 터보S, 파나메라 터보, 마칸 터보 등이 마련됐다.
각 카테고리는 전문 드라이버의 선주행으로 서킷을 한 바퀴 도는 코스로 진행됐다. 일정한 간격으로 그룹 주행을 하며 각 코너를 공략하거나 직선코스에서 최고 속도를 내기도 했다. 레이싱 유전자가 듬뿍 담긴 포르쉐로 서킷을 탄다는 것 자체가 자동차 마니아에겐 큰 선물. 실제 각 제품에 올라 서킷을 공략해보니 일순 차와 몸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지경에 이르는 느낌이다.
하지만 어떤 드라이빙 행사든 안전은 필수. 서킷 공략에 앞서 올바른 시트 포지션 교육이 이뤄진 이유이기도 하다. 대부분 경험많은 인스트럭터의 통제 아래 안전한 주행을 했다.
▲프로그램 2. 슬라럼
서킷 체험을 마쳤다면 다음은 슬라럼의 세계다. 일정한 코스에서 장애물을 미끄러지듯 피하며 주행하는 세션이다. 포르쉐의 절묘한 핸들링과 가속을 직접 체험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다. 참가자들은 911에 오르기 전 코스 공략에 대한 교육을 받는다. 그리고 2번의 연습 주행 후 곧바로 타임어택에 들어간다. 경쟁을 통한 흥미 유발이다.
▲프로그램 3. 브레이킹
브레이킹은 포르쉐의 폭발적인 가속과 안정감 있는 제동력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세션이다. 두 대의 911에 참가자가 나눠 타는 것으로 진행되며, 통제 인원의 신호가 떨어지면 최대 가속을 내기 위해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아야 한다. 상당한 담력이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런치 컨트롤이라는 포르쉐의 기술도 체험할 수 있다. 출발 가속을 최대한 뽑아내기 위해 도입된 것인데, 우선 왼쪽 발로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에서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는다. 계기판과 신호음으로 런치 컨트롤이 가동됐다는 표시가 나면 브레이크에서 발을 뗀다. 차는 폭발적인 가속으로 앞으로 튀어나간다.
시속 90㎞에 이르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으며, 속도에 이르면 미리 정해둔 속도 제한 설정에 따라 계기판에 브레이크를 밟으라는 경고 메시지가 뜬다. 이 메시지에 맞춰 브레이크 페달을 꾹 밟으면 매우 안전하게 차가 멈춘다.
▲마치며…
자동차 회사가 드라이빙 행사를 마련하는 일은 흔하다. 하지만 그 성격은 조금씩 다르다. 포르쉐의 경우 "그냥 한 번 와서 타보세요"가 아닌 "우리의 유산을 모두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행사를 통해 포르쉐의 모든 제품에 담겨있는 스포츠카 DNA는 물론 어떤 식으로 높은 효율을 낼 수 있을지에 대한 해답 역시 소비자에게 알린다. 브랜드 전통과 역사, 제품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묻어나는 대목이다. 결국 이런 점이 '포르쉐 바이러스'로 이어졌다는 생각은 떨칠 수 없다. 그리고 바이러스가 퍼지자 사람들은 포르쉐를 드림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탈 수는 없지만 누구나 상상하는 차가 된 셈이다.
한편, 포르쉐 월드 로드쇼는 포르쉐를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열려 있다. 그러나 유료로 진행된다. 평일 40만원, 주말 50만원이다. 참가 신청은 포르쉐 월드 로드쇼 전용 페이지를 통해 이뤄지는데, 안타깝게도 올해는 신청이 모두 마감됐다. 하지만 너무 아쉬워 할 필요는 없다. 월드 로드쇼는 2년에 한 번씩 열린다. 올해 기회를 놓친 사람은 2016년을 기약하면 된다. 물론 포르쉐에 대한 상사병은 더욱 심해지겠지만...
용인=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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