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나 기자] 포장마차, 그 안에 우리네 인생 이야기가 녹아들어 있는 곳. 술 한 잔에 저마다의 사연을 담아 털어 목으로 넘겨버리듯 연극 ‘대박포차’도 관객들에게 녹아들어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웃음 이상의 것을 안겨준다.
경쾌한 난타 무대로 시작을 알리는 ‘대박포차’는 개그우먼 심진화가 극본을 맡고 개그맨 김원효, 송준근, 이광섭, 홍순목 등 KBS2 ‘개그콘서트’ 주역들이 주연을 맡아 이끌어가고 있다.
자칫 ‘개그콘서트’의 미니 쇼 버전이 아닐까 하는 예상과는 다르게 ‘대박포차’는 공연 시간 100분 동안 슬랩스틱 코미디, 경품 이벤트, 깜짝 카메오 출연 등 꽉 채워진 구성으로 관객들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연극 ‘대박포차’는 포장마차를 함께 운영하는 이돈만(김원효, 홍순목)과 여자만(송준근, 이광섭)의 사연을 중심을 이룬다. 여기에 이곳을 찾는 취업 준비생 최은영(이주희)과 쓸쓸한 가장 김형사(김진만)의 이야기를 통해 소시민들의 애환을 그려내고 있다.
‘개그콘서트’로 인해 익히 알고 있는 배우들의 연기력은 역시 감탄이 절로 나왔다. 심지어 대본인지 애드리브인지 분간 할 수 없을 만큼 능청스러운 연기에 관객들은 빠져들었다. 또 불경기, 청년 실업, 힘없는 가장 등의 사회 문제들을 위트 있게 이야기 할 때는 관객들 저마다 가슴 한 켠 안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주는 것 같은 위로마저 느껴졌다.
허를 찌르는 현실적인 대사와 뜻밖의 감동 역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다. 다만 빠른 극 전개와 관객들의 환호 때문인지 감동에서 전해지는 시큰함과 먹먹함이 조금 천천히 밀려드는 것은 아쉬운 부분.
하지만 분명한 건 ‘대박포차’는 단순히 관객들을 배꼽 빠지게 웃기려고만 하지 않았다. 만약 ‘웃을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마음으로 공연을 본다면 오히려 의외의 격한 감동에 놀랄 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포장마차라는 공간이 그렇듯 절대적으로 단 하나의 감정만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때로는 기쁨과 행복으로 채워지고 또 다른 때는 불현듯 슬픔과 불행이 찾아오는 것처럼 말이다. 그 복잡다단한 감정들과 이야기들이 어우러지는 단 하나의 공간, 포장마차는 그렇게 밤새 조명을 밝힌 채로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지 않은가.
배우들의 센스, 공감 가는 내용, 관객들의 참여 등이 어우러져 이 시대 사람들의 고민들을 조금은 담담하게 덜어낼 수 있는 장을 열어 줄 연극 ‘대박포차’는 6월29일까지 서울 대학로 달빛극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출처: 연극 ‘대박포차’ 공식 포스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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