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박포차’ 심진화 “김원효 만난 것, 생애 가장 큰 대박”

입력 2014-06-25 07:50  


[김예나 기자] 많은 이들이 ‘대박 인생’을 꿈꾸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더불어 이런 의문도 든다. 과연 어떤 인생이 대박인 걸까? 우리가 쫓고 있는 ‘대박 인생’이란 도대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발견할 수 있는 걸까? 

최근 연극 ‘대박포차’의 작가로 데뷔한 개그우먼 심진화는 bnt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 해답을 속시원히 찾아주었다. “지금이 생애 가장 대박의 나날”이라는 심진화는 연극 ‘대박포차’를 통해 우리 인생 대박의 순간이, 사실은 그리 먼 곳에 있지 않음을 알게 해 줬다.

연극 ‘대박포차’는 포장마차를 함께 운영하는 두 남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 매번 면접에서 낙방하는 취업 준비생, 쓸쓸한 우리네 가장, 손주를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폐품을 주우러 다니는 할머니까지. 지극히 평범하고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공감 가는 우리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에 남편(개그맨 김원효)이 ‘포장마차’와 ‘두 남자’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연극을 만들어 보고 싶어 했어요. 저도 연극에 꿈이 있었고요. 그 때 마침 작가 자리가 공석이 돼서 제가 하게 됐죠. 그 때부터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고 ‘남자들이 가장 생각하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바로 돈과 여자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탄생한 캐릭터가 이돈만과 여자만이에요.”

어쩌면 참 당연한 이야기였다. 남자들의 이야기에 절대 빠지지 않을 법한 키워드, 돈과 여자. 그런데 신기하게도 심진화는 이 두 단어를 통해 보통의 우리 인생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그 이야기 속에는 기쁨과 희망, 슬픔과 분노가 조화롭게 어려 있다. 

여기에는 그의 인생 이야기도 녹아 있다. 심진화는 “정말 사람 일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인생인 것 같고요. 비단 제 인생 이야기라고만은 생각하지 않았어요. 모든 사람들이 지금은 힘들더라도 또 언제 기쁜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에요. ‘대박포차’를 통해서 얽히고설킨 인생사를 풀어내고 싶었어요”라며 사뭇 진지한 모습을 보였다.

그렇다면 심진화의 인생에서 ‘대박 사건’은 무엇일까. 그는 “결혼 전까지 너무 가난했어요. 그런데 김원효라는 사람을 만나고 나서 생애 가장 부자로 살고 있어요”라며 웃었다. 그것은 결코 금전적인 이야기만은 아니었다. 일종의 여유랄까. 극한의 아픔과 고통을 겪어봤기에 현재 생활의 만족이 더 크게 와 닿는다는 의미로 들렸다.

“제가 원래 감정기복이 심한 편이에요. 그런데 교통사고를 당하고, 아버지가 돌아가실 즈음 새로운 걸 알았어요. 사람이 정말 슬플 때는 오히려 웃음이 나오고 기쁠 때는 눈물이 나온다는 사실을요. 그 때 절실히 느꼈죠. 큰 아픔을 겪으면서 사람이 초연해지고 담담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대박포차’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통해 표현해내고 싶었어요.”

사실 ‘대박포차’는 코믹 장르라고 생각하기 쉽다. 우선 두 남자 주인공들이 개그맨들이다 보니 코믹 요소가 다분하고 공연 중간 진행되는 이벤트는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니 말이다. 하지만 ‘대박포차’는 돌연 관객들을 숙연하게 만드는 이야기로 상황을 이끌어간다. 다소 뜬금없는 타이밍이 아닌가 묻자 심진화는 “그게 바로 사람 인생이 아닐까요? 극한의 웃음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라고 설명했다.

그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가 됐다. 뜻대로만 된다면 참 좋으련만. 인생이라는 게 늘 그렇지만은 않지 않은가. 이벤트로 인해 한껏 물오른 분위기에서 갑작스레 등장하는 신파적 코드는 관객들을 다소 당황케 만들기도 하지만 이 때문에 더욱 극중 아픔이 크게 다가오리라.

그래서 조금은 다르게 보이기도 했다. 호탕한 웃음, 시원시원한 말투 때문에 그가 유쾌한 사람인 줄로만 알았지만 실은 그 내면에 어린 아픔과 고통을 웃음으로 승화했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였다.

“여전히 저는 ‘개그우먼 심진화’로 남고 싶어요. 개그맨이나 개그우먼들은 정말 위대한 직업군에 속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그 안에 속해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뿌듯하고요. 처음에는 솔직히 개그우먼 일을 만만하게 봤는데, 지금은 그 무엇보다 개그가 힘들고 어려운 걸 알아요.”

개그우먼 심진화에게 그의 짝꿍 김원효는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그의 희로애락의 근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에게 김원효는 어떤 사람일까.

“한 마디로 ‘대박’이에요. 정말 위대한 사랑이죠. 김원효 같은 남자는 없어요. 그 사람은 저에게 뭔가를 바라지 않아요. 다만 넘치는 사랑을 저에게 주는 자체에서 만족을 느끼죠. 만나면 만날수록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잉꼬부부인줄은 알았지만 이토록 사랑이 넘칠 줄이야. 마치 옆에 있기라도 한 듯 김원효를 생각하는 그의 입술이 연신 미소 짓고 있었다. 그는 “연극은 연극이고 남편 이야기 좀 해도 돼요?”라고 묻더니 “저는 김원효 씨에게 ‘전부’인 것 같아요. 얼마 전에 남편이 그러더라고요. 제가 죽으면 자기도 따라 죽을 거라고요. 그 정도로 그 사람에게는 저 밖에 없다고 생각하니까 더 고맙고 눈물까지 났어요”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부럽기까지 했다. 누군가에게 내가 ‘전부’라고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렇기에 심진화는 연극 ‘대박포차’를 통해 관객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었나보다. 그의 인생에서 겪었던 일련의 고통과 아픔 그리고 지금의 사랑까지 다 녹여냈으니 말이다.

“아직 짧다면 짧은 결혼 생활이지만 그 동안 많이 배운 것 같아요. 그와 많이 친해졌고, 이제는 그의 단점도 수용할 줄 알고, 어떤 부분은 포기할 줄도 알고, 그에게 배려하게 되는 것 같아요. 서로 조화를 이뤄내는 거겠죠. 이건 맞춰가는 단계를 넘어서서 지극히 평범한 우리 두 사람이 만들어 내는 단 하나의 일상이 됐다는 의미에요.”

두 사람이 만나 합을 이뤄냈고 지금은 단 하나의 선 위에 함께 서 있다. 그게 바로 그가 말하는 ‘대박 인생’이었다.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고, 어렵지도 않고, 크지 않을 지도 모르는 ‘대박’이 친근하게까지 여겨졌다.

“연극 ‘대박포차’도 우리 두 사람의 힘이 합해져서 나왔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끌어왔고 앞으로도 함께 이끌어 나갈 거예요.” (사진제공: 코코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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