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표시연비, 누군가 책임은 져야 한다

입력 2014-06-26 09:31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유)에서 수입 판매한 승용차에서 연료소비율 과다표시 사실이 발견돼 소비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 등 후속조치를 시행한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24일 내놓은 보도자료의 첫 머리글이다. 해당 문구만 보면 마치 국토부가 수입사의 연료소비율 과다표시를 적발해 소비자 보상이 되도록 조치한 것처럼 해석된다. 그러나 국토부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한 일은 전혀 없는 게 엄연한 사실이다. 포드는 미국 정부의 소비효율 과다표시 시정명령을 받아들였고, 본사 방침에 따라 포드코리아도 자발적으로 보상에 나선 것일 뿐 국토교통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마치 자신들이 소비자를 위해 나섰다는 뉘앙스를 내세우기 위해 교묘한 자료를 냈다. 
 




 이런 점을 의식한 듯 자료 중간에 "소비자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당초 신고한 연비와 변경되는 연비와의 차이에 따라 연간 평균주행거리 등을 고려하여 제작사가 시행하게 된다"는 점을 명시했다. 보상 명령 권한이 없음을 잘 아는 만큼 자칫 오해의 소지를 차단한 셈이다. 결과적으로 외형만 국토부가 움직인 것처럼 포장했을 뿐 본질에선 한발 뺐다.

 사실 포드코리아의 보상은 이미 예견된 사안이다. 국토부 발표에 앞서 포드 북미 본사 지침에 따라 포드코리아도 글로벌 동일 보상 원칙을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국토부가 포드코리아의 보상 방침을 언급하며 생색내기에 나선 것뿐이다. 덕분에 자발적 보상에 나선 포드코리아는 마치 국토부가 보상을 강제한 것처럼 연출돼 곤혹스럽다는 입장이다. 포드코리아가 소비자 보상을 거부하다 국토부에 의해 강제로 보상하는 것처럼 보여서다. 

 이처럼 국토부가 자동차 표시효율 관련, 업무적 성과를 치장하기에 급급한 이유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의 갈등이 원인이다. 게다가 보상 명령이 가능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위해 의원입법 형태로 법안까지 발의된 만큼 '보상' 권한은 결코 놓치기 싫어한다. 결국 부딪치던 산업통상자원부와 국토교통부는 판매 전 인증은 산통부가, 판매 이후 검증은 국토부가 맡는 선에서 갈등이 봉합됐다. 더불어 시험방식과 기준도 통일했다. 하지만 갈등만 봉합됐을 뿐 그 이후 나타날 문제에 대해선 아무도 나서지 않는다. 허용 오차가 기준을 넘었을 때의 책임 소재는 여전히 알 수 없어서다. 

 현재 자동차 표시효율은 여러 곳에서 나눠 측정된다. 시험시설을 갖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자동차부품연구원, 한국석유관리원, 한국환경공단 등 정부 산하 기관과 동일 시험 시설을 갖춘 제조사 측정으로 구분된다. 정부 인증 기관에 시험을 의뢰할 경우 대당 300만원 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시험은 정부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이뤄진다. 운전자가 정해진 방식에 따라 운행을 하면 배출되는 가스의 양을 측정해 표시연비를 산출한다. 하지만 사람이 하기에 속도 오차율도 마련돼 있다. 그래서 엄밀하게 따져본다면 본질적으로 연료효율은 미세하게 차이날 수밖에 없다. 정부가 허용 오차 기준을 마련한 배경이기도 하다. 과거 5% 이내였지만 이제는 3% 이내다. ℓ당 10㎞ 효율이면 최저 9.7㎞ 이상이 검증돼야 합격이다. 그런데 만약 오차율이 4%로 나왔다면 1% 만큼 제조사가 보상해주도록 하겠다는 게 최근 발의된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새누리당 이종진 의원실이 대표 발의했다.

 그런데 책임 소재는 오차 범위를 벗어났을 때 시작된다. 허용 오차를 넘은 1%는 누구의 책임인지 여전히 불분명하다. 표시연비 산출 과정에서 절차적 문제가 없고, 더불어 정부 인증 기관에 비용 주고 측정 받은 효율을 표시한 뒤 동일 차종의 사후 관리에서 1%를 넘었다면 더더욱 고약한 상황이 연출된다. 이와 관련, 국내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우리는 비용을 내고 정부 인증 기관의 시험을 거친 표시효율을 받아 부착하는데, 동일 차종을 가지고 나중에 국토교통부가 오차율이 범위를 넘었다고 보상하라고 한다면 어찌해야 되느냐"고 맞받는다. 비록 산통부와 국토부가 시험 방식을 동일하게 맞추었다 해도 결국 사람이 운전하는 것이어서 1% 내외의 추가 오차율은 완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A가 운전할 때와 B가 운전할 때 결과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자동차 표시효율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정부의 취지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사전 인증과 사후 관리는 한 곳에서 이뤄지는 게 상식이다. 국토부가 사후 관리에 집착한다면 차라리 사전 인증도 도맡아 하는 게 마땅하다는 얘기다. 사전 인증과 사후 관리가 분리되면 책임 소재를 가리는 일이 쉽지 않아서다. 

 최근 보상 제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이종진 의원실에 물었다. 해당 관계자는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분쟁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법안만 발의했을 뿐 이후 발생할 문제는 행정부 차원에서 정리돼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 또한 소비자 보호를 하겠다는 취지는 얼마든지 공감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속 편한 대답이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표시연비 하나만으로도 부처끼리 물어뜯고 싸우는데 그들에게 책임을 지라면 더더욱 요원한 일이어서다. 권한은 갖되 책임은 지지 않으려는 게 행정부의 특성임을 감안하면 무책임한 법안 발의가 아닐 수 없다. 법안 어디에도 자동차 제조사의 경제적 보상만 언급할 뿐 제조사가 돈 주고 시험을 의뢰한 시험 기관이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없으니 그렇다. 

 결국 표시연비 논란의 종결자는 책임 문제다. 제조사 오류가 밝혀지면 제조사가, 시험 기관의 오류로 나타나면 시험 기관이 져야 하지만 지금은 국토부도 생색만 내려 할 뿐 책임 얘기만 나오면 뒤로 빠진다. 이게 문제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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