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배우 한기웅 “너목들이 막영애 캐스팅 발판이 됐죠”

입력 2014-07-02 09:30  


[신현정 기자] “감독님께서 방송에 나가면 실시간검색어 1위를 할 것이라고 확신했어요. 저는 ‘설마’라며 반신반의했고 그저 출연하는 데 의의를 둘 뿐이었죠. 그런데 정말 감독님 말씀대로 됐어요.”

어쩌면 배우 한기웅을 제외하고 모두 예견했을지도 모른다. 쌍둥이 형 한기원과 함께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살인사건의 공동정범이라는 강렬한 역할을 맡으며 대중으로부터 주목받게 될 결과를. 배우 한기웅의 데뷔는 화려했다.

# 배우 한기웅, 극과 극 캐릭터에 몰입하다

한기웅은 2013년 여름 ‘너의 목소리가 들려’를 통해 냉철하고 치밀한 모습으로 범행을 숨기면서도 끝내 형을 배신하며 감정을 폭발시키는 폭넓은 연기를 소화했다. 단 한 회에 그친 에피소드에 나왔지만 단숨에 검색어 스타가 됐다.

그는 반응을 곧바로 체감했다. 방송 후 지인들의 연락을 끊임없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변화는 작품 섭외에서 나타났다.

“사실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10 오디션을 봤어요. 그 당시는 떨어졌는데 시즌12는 직접 연락을 받고 캐스팅이 됐거든요. ‘너의 목소리가 들려’ 속 모습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운명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아이러니했다. 극단적인 살인범 역할을 한 한기웅에게서 로맨틱한 순애보 캐릭터를 발견했다는 점이 신선하지 않은가. 운명이라는 단어가 어울릴 만 했다. 운명적이라는 인상은 실제 한기웅과 캐릭터 ‘기웅’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데서도 풍겼다.

“저는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적극적이지 않아요. 친한 이성에게는 편하게 대하는데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생각이 많아져 주위를 맴돌기만 해요. ‘막돼먹은 영애씨’ 작가님들과 술자리에서 제 얘기를 종종 하는데 그래서 캐릭터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간 건가 싶기도 해요. 저의 여담이 반영돼서 말이죠.”

‘막돼먹은 영애씨’의 ‘기웅’ 캐릭터가 구체화되면서 그는 절제된 짝사랑의 맛을 살리는 데 누구보다 몰입할 수 있을 터였다. 애초 지고지순한 연하남을 연기하기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이내 역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었던 동력에는 경험이 한 몫 했던 셈이다.


물론 ‘막돼먹은 영애씨’ 속 그의 짝사랑에는 앞으로 청신호가 켜질 수도 있다. 현실에서는 짝사랑은 곧 가슴 아픈 사랑으로 그치곤 하지만 짝사랑이 이뤄지길 바라는 시청자들의 판타지는 ‘기웅’의 사랑이 이뤄질 가능성을 열어놓는다. 그 역시 긍정적인 전망을 했다.

“시즌 초반에는 당연히 삼각구도에서 ‘기웅’이 상대가 될까 생각했죠. 그런데 앞으로 대본 나온 것을 보고 연기를 해보니 ‘기웅’도 가능성이 있겠다는 느낌이 왔어요. 50 대 50으로 기울어진 분위기예요.”

그렇다면 ‘영애’와 ‘기웅’ 사이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 전개를 기대해도 된다는 말일까? ‘영애’와 ‘기웅’의 관계만큼이나 영애를 연기하는 배우 김현숙과 한기웅의 사이가 궁금해질 법도 했다.

“김현숙 선배님과는 호흡을 맞춘다는 표현보다는 제가 주로 리드를 당한다는 말이 적절해요. 저는 아직 배워야 할 점이 많죠. 긴장한 탓에 대사를 자꾸 잊어버리고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그 때 한 번 김현숙 선배님에게 혼나기도 했어요. 이런 저런 가르침을 받아 성장해가고 있는 것 같아요.”

# 인간 한기웅, 나의 또 다른 자아 형을 말하다

그가 촬영 현장의 선배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각별했지만 형이라는 동료를 생각하는 감정은 그보다 특별했다. 데뷔 때부터 쌍둥이 형제라는 이름으로 주목받았기 때문이다. 항상 비교 대상이 되었을 형에게 경쟁심을 느꼈으리라는 짐작을 했다. 하지만 대답은 의외였다.

“어렸을 때부터 형에 대한 경쟁심이 없었어요. 중·고등학생 6년 동안 24번 시험을 치르잖아요. 저는 시험성적으로 형을 단 4번 이겨봤어요. 똑같이 공부해도 형보다는 성적이 떨어졌는데 그래도 욕심은 없었죠. 속으로 ‘난 동생이니까 형보다 못해도 되지’라는 생각을 했거든요. 그리고 형에게 경쟁심이나 자격지심을 느낄 바에는 남에게 느끼고 우리는 함께 윈윈하는 것이 낫다고 여겼어요.”

인간 한기웅의 모습은 여러모로 ‘막돼먹은 영애씨’의 ‘기웅’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누군가에게 질투를 느끼거나 욕심을 부리지 않고 제 자리에서 사랑하고 몫을 다하는 모습. 문득 연기 성적표에 대한 평가도 궁금했다. ‘그래도 연기에서 만큼은 경쟁심을 느끼지 않을까’라는 짓궂은 질문을 던지고 싶었던 것이다.

“서로의 연기를 평가하기는 정말 부끄러워요. 저는 형이 출연하는 ‘신의 퀴즈’를 모니터링하고 형은 제가 출연하는 ‘막돼먹은 영애씨’를 모니터링 하는데 서로 가만히 보고 있지를 못해요. 진지해지기 보다는 장난을 치게 되죠. 제가 누군가의 연기를 평가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아요. (웃음)”

역시나 형 한기원보다 잘하고 싶다는 강박은 보이지 않았다. 언제나 함께 해야 할 동반자임을 몸으로 체득했던 것을 아닐까.

“우리 형제는 이제 뭘 하면 싫어하고 뭘 하면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아도 알 정도가 됐어요. 정말 형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죠. 군대 역시 동반입대 했어요. 훈련소에 다른 쌍둥이들도 있었는데 자대배치까지 같은 곳으로 받은 쌍둥이는 우리 둘 뿐이었어요. 생활관도 함께 쓰면서 2년 동안 외롭지 않을 수 있었어요. 지금 생각해도 신기할 따름이에요.”


하지만 그들의 앞날에 대해 걱정 어린 시선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쌍둥이 배우라면 이미지가 겹치고 결국 한 명은 연예계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예견. 그럼에도 그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

“쌍둥이 배우라는 정체성을 통해 잃을 건 전혀 없다고 생각해요. 아직 부정적인 부분을 피부로 느끼지도 못했고요. 그렇게 이미지가 비슷한 것 같지도 않아요. 같이 연기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힘이 될 뿐이죠.”

이미지가 비슷하지 않다는 그의 말에서 오롯이 배우 한기웅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강한 의지가 엿보였다. 또 ‘너의 목소리가 들려’, ‘막돼먹은 영애씨’ 두 편의 작품을 프리즘 삼아 이미 소화할 수 있는 연기의 스펙트럼이 넓다는 사실을 증명한 그였다.

“앞으로는 ‘기웅’과 상반되는 세고 강한 역할도 해보고 싶어요. 사극, 느와르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서 말이죠.” (사진출처: bnt뉴스 DB)

기획 진행: 유정, 최광제, 신현정
포토: bnt포토그래퍼 오세훈
영상 촬영, 편집: 박승민
액세서리: 티아도라
슈즈: 탠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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