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과 같았던 한국 최초 해외 합작영화 '이국정원'

입력 2014-07-01 07:50  


 덕유산 자락, 산 속 등나무 운동장에 대형 스크린이 놓이고 영화가 상영됐다. 그러나 이 작품은 평범한 영화처럼 필름 속에 박제돼 무한 재생하는 영화가 아니다. 영상은 필름에 기록돼 있지만 소리는 마치 연극처럼 현장에서 배우들이 대사를 연기하고 배경음악이나 효과음도 재현한다. 지금, 그리고 이 장소가 아니면 같은 영화는 다시 볼 수 없는 것이다.

 르노삼성차 공식 후원의 제2회 무주산골영화제 개막작 '이국정원(異國庭園)'은 기존의 영화 장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지만 국내 최초 후시녹음을 채택한 게 이채로운 작품이다. 1957년 원작 고전 영화의 원본이 너무 훼손돼 음성을 마치 뮤지컬처럼 현장에서 재현한 포스트모던 느낌의 영화다.

 '이국정원'은 광복 이후 최초로 시도된 한·홍 합작영화이자 컬러필름으로 제작한 한국 영화사의 역사적 작품이다.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필름이 홍콩 영화사 창고에서 발견됐을 때 유실된 사운드 필름과 훼손된 영상 때문에 한국영상자료원도 영화 복원 방법을 두고 고심했단다. 그러나 영화 복원을 맡은 전계수 감독은 이미 사라진 원본을 어설프게 되살리는 대신 재창조했다. 단순 후시녹음이 아닌 배우들이 영상에 맞춰 연기와 음향 효과를 내는 공연 방식을 선택해 훼손된 원본 자료를 융합의 시금석으로 삼은 것이다.






 스크린에는 일반 영화처럼 영상을 상영하고 무대 위 배우들과 밴드는 뮤지컬처럼 감정연기를 했다. 그리고 녹음실처럼 폴리 아티스트가 도구를 이용해 효과음을 연출했다. 이러한 연출 방식의 영화는 관객들에게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원본 영화가 현대인에게 다소 진부한 주제임에도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을 사로잡는 소리 재현은 그야말로 압권이다. 새로운 방식에서 오는 신선함이 지루함을 지우고 익숙한 추억의 향수만 남기는 데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상영 장소 역시 영화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국정원'은 비록 음향을 현장에서 재현했지만 내용은 스크린에 비친 영상을 바탕으로 진행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객들은 90분이 넘는 시간동안 푸른빛이 돌고 뚝뚝 끊기는 훼손된 영상을 관람해야 한다. 따라서 상영 장소가 일반적인 영화관이나 공연장처럼 사방이 막힌 곳이었다면 쉽게 피로했을 것이다. 그러나 야외 공연장에서 상영한 덕분에 영화가 끝날 때까지 적당한 긴장감을 가지고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런 점에서 '이국정원'은 장소 특정적 예술이었다. 영화 밖 배우들이 무대에서 직접 더빙하는 음향 효과가 넓은 야외를 통해 극대화됐고, 이는 저화질로 인한 한계를 극복하기에 무리가 없었다. 

 우리에게 너무 친숙한 주제인 출생의 비밀 모티프가 들어간 '이국정원'. 당시 각본에 이 주제를 집어넣은 쪽은 한국 작가였고, '알고 보니 아니었다'는 황당한 급 전개는 해피엔딩을 만들기 위한 홍콩 작가 측의 제안이었다고 한다. 익숙하게 느껴진 이야기와 함께 복원된 고전 영화와 최신 장르의 만남, 스크린과 등나무 운동장의 조화가 잘 이뤄진 개막 영화였다.

무주=김수열 인턴기자 silver1arro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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