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연기 모범생 허도영, 한계를 알 수 없는 배우

입력 2014-08-01 19:30  


[신현정 기자] 현대무용을 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지녔다는 이 남자. 섬세하고 달콤할 것 같다. 그런데 대화를 나눠보니 우직한 구석도 있다. 자신이 확신한 길에 대해 믿음을 가지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는 2012년 영화 ‘소리 없는 남자’로 데뷔할 때부터 드라마 ‘마녀의 연애’에 출연하기까지 진정한 배우가 되겠다는 신념으로 일관했다. 최근 tvN 드라마 ‘마녀의 연애’에서 인상적인 사투리 연기를 하며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배우 허도영을 말한다.

# 이미지로 소비되는 스타가 아닌 내면으로 소통하는 배우


허도영은 우연한 기회에 영화로 데뷔했다. 예술영화의 장인인 전규환 감독 눈에 띄어 철부지 고등학생 역할을 맡게 된 것이다. 파격적인 노출을 감행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고 한다.

“연기자의 길을 선택하면서부터 끊임없이 생각했어요. 이미지로 기억되는 스타보다는 모든 것을 끄집어내어 표현하는 ‘배우’가 되겠다고 말이죠. 길게 내다보고 차근차근 배우며 성장하고 싶었기에 어떤 경험이든 소중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 노출도 꺼려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극에 몰입해 캐릭터와 일체가 되는 선배 배우들을 직접 보며 제 믿음을 확신했어요.”

연기 잘하는 배우로 인정받겠다는 열망은 연기를 하는 이들에게 공통적인 사항이겠지만 결코 조급해하지 않는 여유는 허도영만의 특별한 진심을 느끼게 했다. 어떤 순간에도 오로지 연기 욕심만을 부린다는 그는 드라마 ‘마녀의 연애’ 촬영 후에도 남은 진한 아쉬움을 전했다.

“제가 ‘마녀의 연애’에서 큰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니었지만 최대한 캐릭터를 부각시켜 대중들에게 어필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제가 훌륭한 연기력을 제대로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워요. 연기력을 한껏 보여줄 수 있는 배역을 다시 한 번 맡아서 이번 기회를 만회하고 싶어요.”

사실 그는 극 후반 단 몇 회에 걸쳐 등장했을 뿐이지만 능청스러운 사투리 연기로 재미를 더했다는 평을 얻은 바 있다. 그럼에도 자신에 대한 평가는 냉정했다. 목표를 향해 가기 위한 단호함이 엿보였다.

# 대중문화의 모든 영역을 넘나드는 배우


이렇게 ‘마녀의 연애’를 마침표 찍기까지 허도영이 써내려간 이력은 그 누구보다 다양했다. 영화부터 연극, 뮤지컬, 드라마까지 전 영역을 섭렵했다.

영화 ‘소리 없는 남자’ 이후 연극 ‘사랑을 이루어 드립니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등에 출연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자신에게 더 의미 있는 영역은 따로 있었을 터.

“드라마나 영화는 개인적으로 대사하는 경우도 많지만 공연예술은 2~3개월 동안 동료와 함께 땀 흘리면서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잖아요. 서로 정을 쌓고 돈독해질 수 있어서 참 좋아요. 사람이 남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또 실수를 하나라도 하지 않아야 하는 스릴이 있어요. 장기 공연을 하면 무대에 오를 때마다 매번 떨려요.”

수많은 무대 경험 중에서 당연히 실수를 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 무대 위였어요. 순간 다음 대사가 생각이 나지 않아 말을 이어가지 못한 적이 있어요. 선배님들로부터 호되게 혼났죠. 하지만 그 때를 계기로 성숙할 수 있었고 차라리 무대에서 마음이 편해졌어요.”

아픈 기억도 자신이 성장하는 밑거름으로 승화시키는 그의 긍정적인 면모가 돋보였다. 신인답지 않은 ‘여유로움’은 독특한 콘셉트의 CF를 촬영한 일화를 소개하면서도 드러났다. 2013년 페이스 프로젝션이라는 광고 기법을 이용한 CF에서 삭발을 하고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를 했던 그였다.

“얼굴로 빔을 쏴 시각적 이미지를 만드는 콘셉트였기에 머리카락이 있으면 장애물이 됐어요. 그래서 과감히 삭발을 했죠. 머리는 금방 기를 테니까요. 그런데 참 신기했어요. 머리를 밀고 나니 이미지보다는 연기에 오로지 집중하게 되는 장점도 생기더라고요.”

이처럼 차근차근 모든 경험에서 배움을 실천하는 그는 어디에도 한 눈 팔지 않는 ‘모범생’과 같았다.

“앞으로 연기 인생에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믿으며 준비하고 있어요. 기회가 왔을 때 제 잠재력을 보여주겠다고 언제나 심기일전하고 있죠. 물론 그 결과가 제대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제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해야겠죠? (웃음)”

기획 진행: 신현정
포토: bnt포토그래퍼 이은호
수트: 로드앤테일러
스카프: 까르띠에
슈즈, 아이웨어: 탠디, 반도옵티칼
향초, 침구: 루트캔들, 클푸(CLFU)
장소: 소설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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