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자동차 5사의 내수 성적은 악전고투다. 일부 기업이 신차 효과에 힘입어 분전했지만 전반적으로 지난해보다 성장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덩치 유지를 위해 지속 전진이 필요한 자동차업계로선 걱정이 아닐 수 없다.
그 중에서도 시선이 모아진 곳은 대내외로 힘든 시기를 보낸 쌍용차다. 어려운 시기를 겪은 만큼 부활 의지를 불태웠는데, 덕분인 지 시장의 흐름도 쌍용차에 도움이 됐다. 제 아무리 불황으로 사는 게 팍팍해도 어디론가 떠나려는 사람이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 아웃도어, 힐링 등의 가치가 주목받으며 수요는 SUV로 몰렸다. 이에 힘입어 쌍용차는 캐츠프레이즈로 내걸었던 '부활'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냈다.
그런데 최근 레저 약발(?)이 예전같지 않아 걱정이다. 특히 2분기 쌍용차 내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반짝 호황을 누렸던 지난 4월, 처음으로 내수 6,000대를 돌파했지만 5월에 5,271대로 떨어졌다. 휴일이 많아 조업일수가 부족했다지만 업계 평균 감소치 0.9%를 크게 상회하는 12.3% 하락세였다. 6월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전체 내수 판매가 6.8% 오르는 동안 8%나 떨어졌다. 이 기간 체어맨을 제외한 RV 부문 역시 6.7% 줄어 아웃도어 특수가 사실상 끝난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왔다.
쌍용차의 적극적인 아웃도어 마케팅은 'RV 명가'라는 인식을 시장에 뿌리내렸다는 긍정적인 측면이 강했다. 그러나 지속된 아웃도어 컨셉트는 신선함이 떨어지기 쉽다는 단점도 지적돼 왔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차종과 신차 부재는 시장에서 피로감을 불러올 위험도 있다. 따라서 사계절을 모두 보낸 현 시점에서 '비욘드(beyond) 레저'는 고민해야 할 국면에 접어들었다.
자동차는 집 다음으로 비싼 고정자산이다. 차를 살 때 이것저것 따져보며 수개월 동안 고민하는 모습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 여유가 있든 살림이 빠듯하든 성급하게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운전의 즐거움, 편리한 레저활동 등도 중요하지만 연료효율, 활용성 등 실용적인 측면도 구매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특히 수년째 지속된 고유가는 소비자들이 효율로 시선을 돌리게 만든 이유가 됐다.
이런 측면에서 파워트레인은 쌍용차의 아킬레스건이다. '한국형 디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경쟁 브랜드 대비 경제성이 뛰어나다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어서다. 변속기 역시 벤츠의 명성과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8단을 넘어 9단까지 상용화되는 현실에서 앞서간다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 차의 심장에 해당하는 파워트레인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배경이다.
다행스러운 건 쌍용차도 스스로 단점을 잘 파악했다는 사실이다. 레저 그 다음을 내다보고 준비를 하고 있어서다. 실생활에 녹아드는 차,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릴 차를 속속 준비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소비자가 만나보게 될 신차는 내년 1월 출시 예정인 소형 CUV X100이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에 맞춰 컴팩트한 크기에 연료효율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 코란도C에서 시작된 도심형 RV 디자인의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쉽게 말해 출퇴근용으로 선택할 수 있는 차라는 이야기다.
이미지 쇄신을 위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영국 태생의 고급 SUV 브랜드 랜드로버를 정조준할 만큼 자신감이 충만하다. 프레임 구조의 차체를 기반으로 한 대형 고급 SUV도 준비중인 것. 현재 쌍용차 기함인 체어맨과 또 다른 의미에서 회사를 상징하는 대표 차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전통과 쇄신 두 가지 가치를 끊임없이 추구한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을 갈망하면서 오랜 세월 축적된 브랜드 가치도 구매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쌍용차의 겨우 힘든 시기를 무쏘·코란도 등으로 버텨냈다. 고객 충성도와 레저에 집중한 마케팅으로 이겨낸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여기에 머물러선 안된다. 전통과 구태의연은 엄연히 다르다. 쌍용차가 준비한 회심의 카드가 대중의 기대를 넘어서는 한 방이 되길 기대한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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