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가 트랙스 디젤을 선보였다. 지난 2013년 가솔린 출시 이후 2년 7개월 만이다. 당시 야심차게 '최초의 소형 SUV'임을 표방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국내 시장에 'SUV=디젤'이라는 인식이 워낙 강했던 탓이다. 때문에 경쟁 차종인 르노삼성 QM3와 쌍용차 티볼리에게도 밀렸다. '소형 SUV 열풍'에 트랙스 홀로 수혜를 입지 못했다는 평가마저 쏟아졌다.
그러나 쉐보레는 유로6 규제를 앞둔 만큼 본격적인 소형 디젤 SUV의 경쟁은 지금부터라는 입장이다. 새로운 유럽형 디젤 동력계 탑재로 이제서야 제품이 완성됐다는 것. 트랙스 디젤을 영종도 일대에서 시승했다.
외관과 실내는 가솔린과 동일하다. 쉐보레 유전자를 고스란히 담은 외관은 곡선보다 직선 위주의 담담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실내는 화려함보다 실용성에 중점을 뒀다. 곳곳에 숨어 있는 수납공간이 매력적이다. 여러 개의 콘솔에 작은 소지품을 나눠 정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계기판은 엔진회전계를 나타내는 동그란 아날로그 표지와 속도, 연료 효율, 주행 거리 등을 표시하는 디지털 계기판이 조합됐다. 동급 최대치인 4,245㎜의 길이와 1,670㎜의 높이, 1,370ℓ의 최대 적재용량 역시 트랙스 디젤이 지닌 또 다른 강점 중 하나다.
엔진은 GM 유럽 파워트레인이 개발하고 독일 오펠이 공급하는 4기통 1.6ℓ CDTi다. 유로6를 기준을 충족하며 최고 136마력 최대 32.8㎏·m의 성능을 낸다. 이는 티볼리 디젤(최고115마력, 최대 30.6㎏m)과 QM3(최고 90마력, 최대 22.4㎏m)보다 월등한 수치다.
변속기는 3세대 6단 자동을 탑재했다. 변속기 내부 효율을 기존대비 20% 개선하고 기어비를 최적화, 동력손실을 줄였다는 게 한국지엠의 설명이다. 복합효율은 ℓ당 14.7㎞(고속도로 16.4㎞/ℓ, 도심 13.5㎞)다.
시승코스는 영종도 일대의 직선 해안도로와 인근 삼목여객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가 신도와 시도 등의 섬에서 이뤄졌다. 디젤 엔진의 특성 상 저회전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하는 덕분에 발진 초기에 가솔린 대비 치고 나가는 느낌은 우월하다. 135마력이라는 동급대비 뛰어난 출력역시 체감이 가능하다. 해안도로에서 시속 100㎞ 이상에서도 힘에 여유가 느껴진다.
섬 안에서의 굴곡지고 좁은 도로에서의 움직임은 오밀 조밀했다. 급격한 코너에서도 밀리지 않고 버티고 나가는 힘이 제법이다. 주행안정성에 대한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하체는 다소 단단한 편이어서 통통 튀는 맛이 느껴진다. 황준하 파워트레인 총괄 전무는 가솔린 제품과 진동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세팅이 달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즉, 주행성능을 강조하기 위해 서스펜션과 스티어링 휠 세팅을 가솔린 제품과 달리했다는 얘기다.
잘 억제된 소음과 진동은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가솔린과 구분되지 않을 만큼 잘 억제가 돼 있다. 실 주행 영역인 2,000~2,500rpm에선 소음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3,000~4,000rpm의 고회전 영역에서도 거슬릴 정도가 아니다. 이를 두고 한국지엠은 속삭이는 디젤인 일명 '휘스퍼 디젤(Whisper Diesel)'이라는 닉네임을 붙였다.
트립모니터에 기록된 효율은 ℓ당 11.5㎞가 나왔다. 그러나 짧았던 시승 구간과 와인딩 코스가 많았음을 감안하면 큰 의미를 두기 어렵다.
국내에서 소형 SUV 시장은 주력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르노삼성차는 QM3로 내수 돌풍을 이끌었으며 쌍용차는 올해 티볼리 돌풍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국내 시장에 소형 SUV를 최초로 도입한 한국지엠 입장에선 그간 먼발치에서 씁쓸한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오랜 준비가 오히려 국내 소비자의 구매 트렌드를 분석하는 기간이 되기도 했다. 굳이 단점을 지적할 만한 점 없이 균형이 제대로 잡혔다는 평가가 적지 않아서다. 경쟁제품 대비 우월한 성능과 쾌적한 주행감, 또 공간 활용성 등은 트랙스 디젤이 내세울 수 있는 강점이다. 여기에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가 인정한 안전성 또한 기억해야 할 요소다.
가격은 LS 2,195만원, LS 디럭스 패키지 2,270만원, LT 2,355만원, LT 레더 패키지 2,436만원, LTZ 2,495만원이다.(자동변속기 기준)
영종도=김성윤 기자 sy.aut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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