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2014 파리모터쇼에 내놓은 제품들이 최근의 친환경 흐름과 맞지 않아 경쟁에서 배제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지적되고 있다. ℓ당 50㎞ 이상의 고효율, ㎞당 100g 이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친환경차 흐름에 적극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선보인 양산차 기반의 친환경차는 현대차 i40 48V 하이브리드, 기아차 K5 T-하이브리드가 전부였다.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두 차에 적용된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모터가 엔진에 힘을 보태는 '마일드 하이브리드' 방식이다. 기존 엔진에 48V 전장 시스템을 추가한 것으로 1.7ℓ CRDi 터보 디젤 엔진과 소형 전기모터, 48V 배터리 및 컨버터가 탑재됐다. 감속 시 버려지는 엔진 동력을 벨트구동 방식의 전기모터로 48V 배터리에 충전한 후 가속할 때 다시 동력에너지로 전환해 효율을 높인다. 여기에 전동식 슈퍼차저는 흡기력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현재 선행기술 개발의 막바지 단계에 있는 이 기술을 적용하면 기존 대비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는 각각 25%, 15% 향상되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 가량 줄일 수 있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반해 유럽의 대다수 완성차는 새로운 방식의 고효율 친환경 기술을 대거 선보였다. 프랑스 정부가 2020년 신차 효율을 ℓ당 50㎞ 이상을 내도록 한 것과 여기에 참여하는 모습을 적극 드러낸 것. 이를 위해 경량화, 공기역학 디자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의 기술이 총동원됐다. 푸조시트로엥그룹은 양산차 기반의 하이브리드카를 공개했지만 공기압을 통해 전원을 얻는 새로운 방식의 '2ℓ카'란 타이틀로 자신있는 모습을 내비췄다. 르노 역시 '1ℓ카'라 할만한 컨셉트카를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물론 국산차 업체가 수소연료전지차, 전기차 등의 기술을 보유한 것도 사실이지만 흐름에 미치지 못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해가 없는 이른바 제로 에미션 전기차는 도시 계획, 충전 인프라 구축 등 갈 길이 먼 것이 현실"이라며 "현재 추세로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각국 규제를 충족할만한 대안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번 모터쇼에 각각 유럽전략형 소형 해치백 i20, SUV 쏘렌토를 앞세워 공략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당장 유럽 시장 확대를 끌어내야 할 견지로 본다면 내연기관 신차의 부각은 필요한 부분이다. 하지만 모터쇼는 제조사가 보여줄 미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런 자리에 나름의 특화된 친환경 기술을 보이는 것은 그래서 중요하다.
물론 현대기아차도 내년에 쏘나타 가솔린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선보일 방침이다. 하지만 유럽 회사들의 행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이후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분발이 요구된다. 당장 판매하는 차종은 내연기관이 주력이지만 세상의 변화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니 말이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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