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전기차 보급 막는 현실적인 장벽은 '세금'

입력 2014-10-08 08:17   수정 2014-10-08 08:16


 요즘 전기차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제주와 서울, 창원 등지에서 전기차 보급을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으며 전기차 구매를 촉진하는 중입니다.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에서 대도시 근거리 이동 수단으로 활용하되 배출가스 없으니 친환경이라는 것이지요.






 하지만 전기차를 보급하려면 어려운 문제를 하나 해결해야 합니다. 바로 세금 부분이죠. 정부가 재정이 넉넉하면 쉽게 해결되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에 정부도 고민이 많은 겁니다. 그럼 어떤 난관이 있을까요?

 먼저 2,225만원짜리 현대차 LF쏘나타 휘발유 승용차를 구입하면  중앙 정부가 325만원을 세금으로 확보합니다. 그리고 자치단체 또한 등록 과정에서 242만원 정도의 세수를 얻게 되죠. 그리고 운행할 때는 휘발유를 사용합니다. 정유사가 주유소나 대리점에 공급하는 휘발유 1ℓ 가격은 2014년 10월 기준 1,672원입니다. 이 중 760원은 국세(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부가세)이고, 137원은 자치단체 세수(주행세)입니다. 주유소마다 기름 가격에 차이가 있어 정유사 공급 기준으로 삼았지만 대리점과 주유소를 거치면 부가세가 추가되니 중앙 정부 세수는 더 늘겠지요.

 어쨌든 LF쏘나타의 복합효율이 ℓ당 12.1㎞(표시연비 기준)이니 연간 1만5,000㎞ 운행을 가정할 때 필요한 휘발유는 1,239ℓ입니다. 다시 말해 중형 휘발유 승용차 한 대가 1년 운행되면 기름에서만 중앙정부 세금은 94만1,000원이고, 자치단체는 16만9,000원 가량 재원이 만들어집니다. 또한 운행할 때는 자동차세도 내야 합니다. 해당 차종 기준으로 연간 52만원 정도인데, 전액 자치단체 재정으로 들어갑니다.






 종합하면 2,000㏄급 휘발유 승용차 한 대가 판매돼 1년을 운행하면 중앙정부는 자동차에 포함된 325만원 외에 연간 사용 유류에서 94만원을 추가 확보해 모두 419만원을 세수로 가져갑니다. 또한 자치단체는 등록세 242만원에 유류 주행세 16만원과 자동차세 52만원을 더한 310만원 정도를 순수 자치단체 재원으로 활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해마다 중앙정부는 유류세 94만원을, 자치단체는 유류세 일부와 자동차세 등 대당 68만원 정도를 꾸준히 세금으로 받는 겁니다. 물론 차종별, 지역별 차이는 있겠지만 여기서는 어디까지나 대략으로만 계산하는 겁니다. 이렇게 5년만 계산해보면 중앙정부는 약 800만원, 자치단체는 580만원 정도를 재원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전기차 구입은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먼저 중형 휘발유 승용차 구입 예정자가 경제성에 매료돼 전기차를 구매한다고 가정하죠. 일단 휘발유 승용차 대신 전기차로 바꿔 구입하면 중앙정부는 325만원의 세수를 포기해야 하고, 자치단체도 242만원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전기차 구매자에게 중앙 정부가 1,500만원을 지원해야 하고, 자치단체는 최저 500만원(서울시)에서 최대 800만원(제주도)을 보조해야 합니다. 그리고 휘발유를 쓰지 않기 때문에 매년 들어오던 유류세가 확보되지 못하고, 자동차세도 거의 없어 자치단체로선 세금을 확보할 수 없습니다.

 중형 휘발유 승용차 1대가 판매돼 5년 운행되면 받을 수 있는 800만원 가량의 국세, 그리고 580만원 정도의 지방세는 확보하지 못한 채 전기차 구입해서 5년 운행되면 오히려 국세 1,500만원, 지방세 650만원(서울시와 제주도 보조금의 평균)을 보조해야 합니다. 충전기 설치 비용 700만원도 제공해야 합니다. 다시 말해 거둬야 할 세금 1,380만원이 들어오지 못한 상황에서 보급을 위해 정부가 2,800만원 가량을 지출해야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보면 정부로선 최대 4,100만원을 지원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전기차 구매와 동시에 5년 운행을 가정할 때 4,100만원이 들어간다는 전제 하에 전기차가 10대 보급되면 4억1,000만원, 100대는 41억원, 1,000대는 410억원, 1만대는 4,100억원, 10만대는 4조1,000억원의 재정이 필요한 겁니다. 보급이 늘어날수록 정부 재정 부담도 커지는 것이지요. 게다가 정부 재정으로 공공 충전기도 많이 설치해줘야 합니다. 여기에 또 돈이 들어가겠죠.

 그래서 전기차는 사실 기술의 발전 속도가 아니라 세금 문제로 접근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당장 전기차로 모두 바뀌는 것 아니냐, 배터리 크기와 전력 용량이 해마다 50% 가량 향상되니 주행거리 600㎞ 이상이 곧 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기술적인 난제들은 충분히 극복되고도 남습니다. 하지만 세금 문제는 결코 쉽게 풀어낼 방법이 없는 것이지요.

 그럼 정부가 재정 부담이 될 때 전기차 보조금을 중단하거나 줄이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전제가 보조금이 줄어드는 만큼 사용에 아무런 불편함이 없어야 합니다. 어디서든 10분 이내로 완전 충전해서 목적지까지 손쉽게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전기차 구매자가 불편해도 전기차를 쓰는 이유가 오로지 경제성인데, 보조금 축소나 중단으로 경제적 장점이 줄어들면 사용이라도 편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마저 불편하다면 전기차 구매는 다시 줄어들 것이고, 배출가스 감축 목표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전기차가 널리 보급 확산되려면 나라가 부자여야 합니다. 자동차를 통해 거두는 세수가 줄어도 다른 곳에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왜냐하면 전기차 구매자는 오로지 경제성으로 전기차를 사기 때문입니다. 이건 전기차 선진국인 노르웨이에서도 이미 검증된 겁니다. 경제적 이점이 사라지면 전기차를 구매할 이유가 전혀 없다는 것이지요. 실제 부자 국가인 노르웨이도 재정 문제로 전기차 보급 대수는 5만대로 제한해 놓았습니다.  

 일부에선 보조금을 통한 확산 자체를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도 합니다. 그래야 자동차회사가 실질 구매가 이뤄질 수 있는 가격에 제품을 내놓게 된다는 것이지요. 대신 구매 보조금을 급속 충전망 확대에 사용하면 오히려 더 빨리 전기차가 보급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합니다. 물론 그래도 어느 정도의 세제지원은 필요할 겁니다. 탄소 배출을 하지 않는 것에 인센티브는 있어야 소비자들이 살테니까요. 보급을 위한 세금 문제, 어떻게 풀어낼 수 있을까요? 묘안이 쉽지 않아 보입니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 [인터뷰]현대차 연구원, "소비자 요구가 곧 아이디어"
▶ [모터쇼]토요타, 판매 가능한 친환경차 내놔
▶ 수입차 승용 점유율, 2개월 연속 15% 넘어
▶ [기자파일]현대기아차, 친환경 미래전략 아쉬워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