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홍재의 핫 카(Hot Car), 감명받은 벤츠 E클래스

입력 2014-10-13 16:50   수정 2015-02-27 11:57


 한동안 자동차회사에 근무하면서 많은 에피소드를 경험했다. 그 중에서도 팔릴 것 같지만 안 팔리는 차, 기대하지 않았지만 뜨거웠던 차도 적지 않았다. 필자는 이런 경험을 토대로 소비자에게 사랑을 받는 뜨거운 카, 일명 '핫 카(Hot car)'를 다루고자 한다. 반면 사랑받지 못한 차도 있다. 자동차회사 입장에선 분명 매력적인 상품인데 외면의 아픔을 겪기도 한다. 이들은 차가운 카, 즉 '쿨 카(Cool car)'로 분류해 살펴보려 한다.

 두 번째 뜨거운 차, 핫 카(Hot Car)는 메르세데스 벤츠 E 클래스다. 개인적으로 현 세대 E클래스를 처음 경험한 것은 2009년 가을 유럽에서 막 등장했을 때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무려 1만㎞를 주행했다. 이 때 큰 감명을 받았는데, 이유는 기대를 뛰어넘는 제품력 때문이었다. 분명 E클래스는 동급 최고를 넘은 그 이상이었다. 






 이후 S사 TF팀에 근무하면서 수 많은 벤츠를 다뤘다. 당시 C클래스는 탈 만하지만 서스펜션이 흡족함을 주지 못했고, 지금은 구형이 된 S클래스는 가다서다 반복할 때 변속기가 2% 부족했다. 그저 육중한 중량감만 있을 뿐 불편하다고 여겼다. 물론 개인적으로 핸들링에 매우 민감한 탓이었을 게다. 하지만 지금의 E클래스는 그 동안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아 본 그 어떤 세단보다 완성도가 높다는 게 개인적인 판단이다. 

 그 중에서도 시선을 끄는 부분은 역시 디자인이다. 최근 15년 사이 부단히 젊어지려 노력했고, 실제로도 '회춘(回春) 벤츠'라는 말이 나돌 만큼 달라졌다. 그리고 노력은 지금도 현재 진행형이다. 헤드램프 디자인뿐 아니라 LED 및 테일램프도 공격적으로 다듬어졌으며, 벤츠가 특히 잘하는 휠 하우스와 휠 트래블 및 옵셋을 칭찬해주고 싶다. 중형 세단이지만 자세가 매우 단단한 멋을 풍긴다.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투박한 실내 디자인도 개인적인 판단에선 간결함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사실 벤츠는 구동장치 하나에 굉장히 많은 연구비를 투자하는 제조사 중 하나다. 그래서 구동은 매우 안정적이고, 효율도 높은 편이다. 변속기 매칭도 인상적이다. 하지만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은 안정적인 차체제어, 즉 운동성능이다. 






 개인적으로 E220 CDI로 뉘르부르크링 서킷을 네 바퀴 가량 주행한 적이 있다. 중형 세단이지만 안정감과 안락함은 일품이다. 외부 소음은 잘 차단됐고, 하체 움직임이 부드럽고 안정적이다. 한 마디로 주행도 세련됐다는 느낌을 받았다. 코너링 시 피칭도 거의 없을 정도로 안정적이다. 다른 경쟁차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안정감이다. 

 제동력도 물론 좋다. 피칭이나 노즈다이브도 부드럽게 제어돼 있다. 세계에서 가장 가혹하다는 서킷에서 우아하고 안정적인 달리기를 보여줄 만큼 제어가 일품이다. 물론 이런 점은 일반 도로에서도 빛을 발휘한다. 다소 과장하면 피곤함이 없다. 

 벤츠와 얽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있다. 프랑스 마르세유 바다 경치를 만끽하기 위해 성당 언덕을 올랐는데, 둘러보는 사이 누군가 피렐리 친추라토 타이어를 칼로 찢었다. 순간 강도가 급습했고, 두려움에 쏜살같이 스티어링 휠을 잡고 찢어진 타이어를 질질 끌며 빛의 속도(?)로 숨을 곳을 찾아 헤맸다. 언덕 밑 공영주차장에 세운 뒤 주차관리인에게 타이어 문제를 알렸더니 그는 주위를 살핀 후 타이어를 빨리 교체하라고 조언했다. 동네에 강도가 많기는 많았던 모양이다. 뤽베송의 영화, 택시를 기억하는가? 바로 마르세유가 촬영 로케다. 이민자도 많고 범죄도 많은 도시다. 주차관리인은 경찰에 무전을 치며 빠른 타이어 교체를 재촉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은 참으로 안전한 나라다. 벤츠 탄다고 봉변 당할 일은 없으니 말이다.
 




 재빨리 예비 타이어를 꺼내고, 리프트를 이용해 차를 높이려는데 타이어함에 장갑이 보였다. '벤츠는 다르구나'를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어쨌든 순식간에 차를 올려 임시용 타이어로 바꾸고 마르세유 언덕을 탈출했다. 스페어 타이어함의 장갑.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이건 배려였다. 장갑을 넣자고 제안한 벤츠 직원이 이 곳에서 혹시 범죄의 대상이 됐던 건 아니었는지 웃으며 생각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는 가격을 떠나 매우 훌륭한 상품이고, 브랜드까지 받쳐주니 더 이상 바랄 바가 없다. 이는 기존에 경쟁차를 경험한 오너들도 공감하는 바이며, 이런 요소들이 E클래스 판매의 저력이 아닐까 한다. 

 신홍재(자동차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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