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디코리아가 일부 블로거에게 경제적 대가를 지급하고 마케팅을 시도한 사실을 밝히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조치 명령과 함께 과징금 9,400만원을 부과받았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아우디의 경우 블로그 포스팅의 최종 수혜자란 점에서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부과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 아우디는 "시정조치를 비롯한 과징금을 성실히 납부할 것"이라면서도 "해당 블로그 광고글은 아우디코리아와 직접 계약이 아닌 마케팅 대행사를 통한 계약이었다는 점에서 책임 주체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보였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우디코리아 과징금 부과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광고 주체인 아우디가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잘라 말했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났나
사건은 지난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아우디 주력 제품 신형 A6가 국내 한 언론사 '올해의 차'로 선정됐다. 아우디는 이와 관련, 온라인 마케팅을 시도했다. 온라인 광고 대행사 한국오길비앤매더(주)와 계약을 맺었고, 오길비는 ㈜퓨처로지라는 곳에 온라인 마케팅에 관한 세부 내용을 의뢰했다. 퓨처로지는 ㈜미래아이엔씨라는 바이럴 마케팅사에 다시 블로그 홍보를 맡겼다. 이에 따라 미래아이엔씨는 파워블로거를 비롯한 총 13곳 블로거에게 1회당 10만원을 지급하며 블로그 포스팅을 진행했다.
계약된 블로거들은 2012년 3월12일부터 28일까지 약 보름간 순차적으로 '아우디 A6, 올해의 차 선정'이라는 내용의 게시글을 자신들의 블로그에 게재했다. 그러나 최초 게재 시 아우디로부터 경제적인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점이 문제가 됐다. 이에 따라 일부는 2013년 5월과 2013년 11월,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표시했지만 이미 공정위 감시가 시작된 후였다.
일련의 광고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안전정보과는 '기만광고'라는 판단을 내렸다. 소비자 구매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가 지급 사실을 은폐했다는 것. 이는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 3조 2항에 근거한 것으로, 동시에 아우디에게는 9,400만원의 과징금도 부과됐다. 그러나 해당 포스팅을 제공한 블로거들은 대가가 소액인 점, 광고법에 의거한 사업자로 볼 수 없다는 점, 또한 아우디에 먼저 접근한 사실이 없음을 들어 책임은 면제됐다.
▲블로그 마케팅, 얼마나 효과가 있길래
블로그 마케팅의 장점은 '확산성'에 있다. 디지털 미디어의 특성상 퍼지는 효과가 즉각적이고, 넓다는 것. 공정위에 따르면 일반 소비자는 블로그에 대해 자신과 동등한 입장에서 솔직하게 작성됐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는다. 때문에 자동차 업계에서도 오랜 기간 블로그 마케팅을 해왔다. 국산차는 물론이고, 수입차 역시 예외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처럼 원고료를 지급하고, 시승기나 행사 소식을 블로그에 올리는 일은 매우 보편화된 방법 중 하나다.
블로그 마케팅은 비단 자동차 분야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경제적 대가 지급사실을 공개(추천·보증 등에 관한 표시·광고심사지침 개정, 2011.7.14)키로 했고, 이후 블로그 마케팅도 많이 줄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실제 10년간 자동차 블로그를 운영해 온 K씨는 "유상인 경우 포스팅 내용이 사전에 필터링되기도 한다"며 "이는 블로거의 객관성을 홍보 수단으로 이용하고 싶어하는 기업들의 욕심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경제적 대가를 표시하기로 한 이후에는 블로그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회사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블로거 역시 순수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바이럴 마케팅에서 손을 떼는 사례가 늘었다"고 전했다.
▲공정위, 소비자 기만하는 블로그 광고 철퇴 내릴 것
아우디가 블로거 등에 지급한 돈은 총 130만원이다. 회사의 연간 마케팅 비용을 따졌을 때 매우 적은 금액이다. 게다가 아우디는 블로그 마케팅에 적극적인 회사도 아니다. 그러나 9,400만원이라는 비교적 높은 과징금이 책정됐다. 이유에 대해 업계는 "일벌백계 측면이 강했을 것"이으로 보고 있다.
공정위 역시 비슷한 답변을 내놨다. 공정위 소비자안전정보과 김학무 사무관은 "아우디의 고의가 있었든 없었든 블로그 마케팅을 실시함에 있어 고지해야 할 것을 충분히 알리지 않은 위법 행위는 분명히 있었다"며 "중간 대행사나 바이럴 마케팅 업체에 책임을 묻지 않은 이유는 블로그를 이용한 광고글로 이익을 얻은 주체가 아우디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블로그는 처벌을 피했지만 부당 이득에 관해선 블로거 역시 안전할 수 없다는 게 공정위의 입장이다. 실제 지난 4월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노대래 위원장은 "기만광고에 대해 파워블로거 역시 엄벌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조치로 공정위는 급증하는 블로그 광고의 법 준수 분위기 확산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 중이다. 또한 소비자가 상업적인 블로그 내용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경제적 대가 지급 사실을 '표준문구'에 따라 공개하도록 '추전·보증심사지침'을 지속적으로 개정·시행(2014.6.18)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향후에도 블로그 광고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발견되는 위법 사항을 조치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공정거래위원회는 "블로그 글이 순수한 추천인지 광고인지에 대한 여부를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며 "광고로 의심되는 경우 '경제적 지급 대가 사실'을 표준문구에 따라 공개하고 있는 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공정위가 정하는 '표준문구'는 추천·보증 등의 대가로 현금, 물품 등을 지급받은 경우 '경제적 대가' 혹은 그에 상응하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저는 OO 상품을 추천(보증, 소개, 홍보)하면서 OO사로부터 경제적 대가(현금, 상품권, 수수료, 포인트, 무료제품 등)을 받았음'이라고 표기하면 된다. 만약 경제적 대가 지급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추천·보증글 발견시 구체적인 위법 사실과 대가 지급 자료를 첨부해 공정위에 신고할 수 있다.
박진우 기자 kuhiro@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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