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최근 일반인을 대상으로 자동차 부품을 활용해 자동차와 만들어온 추억을 되살려주는 '브릴리언트 메모리즈(brilliant memories)'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오래 타고 다니던 자동차를 폐차하거나 중고차로 팔더라도, 그동안 자동차와 쌓아온 추억을 고스란히 간직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P mouseX="33" mouseY="6"> 이번 사연의 주인공은 20년간 갤로퍼와 함께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예술 작업을 해 온 사진 작가 김찬홍(60) 씨다. 그와 갤로퍼의 추억은 '에잇 프레임즈(eight frames)'란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이를 제작한 설치미술 작가 김병호를 만나 자세한 얘기를 나눴다.
-기존에 어떤 작업을 해왔나
"뭔가를 보고 똑같이 만든 것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접근을 통한 추상 조각을 주로 했다. 인간이 문명과 함께 진화해오면서 거듭해 온 합리적인 생각과 방법에 집중했다. 이미 많은 철학자들이 합리성에 대해 얘기를 해왔는데, 나 역시 작품을 통해 이성적인 합리성을 보여주고자 했다. 특히 '합리성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답을 내리는 게 아니라,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 안에서 합리성을 표현하고자 했다. 그래서 작품을 드로잉하고 설계하고 금속가공하는 등 일련의 작업 과정 속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합리적인 방법으로 협력하고 있다"
-금속을 이용한 작업을 많이 해왔는데, 자동차를 소재로 삼은 게 어색하지 않았는지
"2012년에 현대자동차와 협업 작품을 선보인 적이 있다. 당시에는 자동차 엔진에서 출력을 관장하는 흡·배기 매니폴드(하나의 주관에서 여러 지관이 갈라지는 관)를 소재로 했다. 그 작품은 지금 현대차 성내 지점 천장에 전시돼 있다. 이전에도 매니폴드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많이 했다. 차마다 매니폴드 형태가 모두 다르다. 특히 스포츠카나 튜닝카 등 고성능 차일수록 더욱 예쁘다. 기능때문에 만들어진 모양인 데도 아름다운 완성체로서 하나의 오브제가 된다. 레디 메이드(ready-made), 즉 이미 만들어진 공산품이 작품화되는 것이다.
이처럼 자동차를 잘 소화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자동차를 예술 소재로 활용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다. 이번 작업을 할 땐 자동차 분해를 위해 정비소를 찾아가 공장의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했다. 큰 어려움은 없었다"
-'에잇 프레임즈'에 얽힌 사연을 얘기해달라
"주인공인 사진 작가는 20년 간 갤로퍼를 타고 일반 승용차들이 못올라가는 산에 올라가 산악 사진을 많이 찍었단다. 그렇게 매일을 동고동락한 것이다. 그의 20년 작가 인생이 갤로퍼에 녹아있다는 의미다. 갤로퍼와 함께 가장 뜨거운 청춘을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품에 대해 소개하자면
"사연을 듣고 어떤 작업을 할 것인가 고민하다 갤로퍼에 장착된 유리를 활용해 'Eight Frames'를 완성했다. 일종에 개인 역사를 본뜬 '기념비'라고 할 수 있다. 콘크리트 더미에 유리가 화석처럼 담겨있는 형태에 집중했다. 또한 유리는 일렬로 이어 붙이는 대신 사연자의 이야기가 이곳 저곳에서 개입됐다는 것을 표현하고자 다소 불규칙적으로 배치했다"
-특별히 콘크리트를 활용한 이유가 있나
"내가 가장 잘하고 즐겨하는 작업을 선택한 것이다. 이번 작품은 내가 진행하는 화석 프로젝트 일환이다. 화석이라는 것은 살아있기도 하면서 죽어있기도 하고, 죽어있으며 살아있기도 하다. 즉 살아있던 것의 흔적, 하나의 메모리라는 의미다.
사연자가 갤로퍼와 갖고 있는 기억을 다시 메모리화시키는 이른바 '화석화' 작업이 필요했다. 사진 작가가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무엇을 찍을까 생각할 때 결국은 앞유리 혹은 뒷유리, 옆 유리 등을 거쳤을 것이다. 사진 작가의 눈, 다음에 유리, 다음에 카메라로 통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결국 유리를 통해 풍경을 담았을 것이라고 판단해 유리를 화석처럼 굳히게 됐다"
-8개의 유리를 선택한 배경은
"갤로퍼에서 전체 유리를 떼어 내고보니 16개가 됐다. 앞뒤 유리와 조수석, 운전석, 뒷좌석 등 측면 유리를 모두 사용했다. 갤로퍼의 경우 옆으로 밀어내는 슬라이드 방식의 창문도 있어서 종류가 꽤 많았다. 이를 작품 비율에 맞게 구성했다"
-사연자와 같은 예술가로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었나
"매일 같이 있으면 소중한 걸 모르듯 떠나 보낼때야 소중함을 아는 것 같다. 아직은 차를 폐차해본 적이 없지만 막상 그런 장면을 생각하면 서운한 느낌이 든다. 나 역시 작품 활동을 위해 밤낮으로 지방이나 공단같은 곳을 많이 돌아다닌다. 하지만 자동차 유리창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애착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사진 작가는 그 사각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바라보는 자체가 작품 활동이기 때문이다. 특히 갤로퍼는 어디든지 다닐 수 있어 더욱 특별했을 것이다"
-작품 감상을 위한 포인트가 있다면
"작품은 어떤 하나에만 집중할 수도 있고, 아니면 많은 사람과 함께 공유하는 것에 의의를 둘 수도 있다. 이번에는 전자의 경우와 같이 사연자 한 사람에게만 집중했다. 사연자와 자동차가 함께했던 기억이 중요하다. 따라서 관객은 이 사연을 이해하고 공감해야 작품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사람에 집중한 '브릴리언트 메모리즈' 프로젝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일반적이지 않은 캠페인이다. 최근 현대차가 다양한 캠페인을 많이 진행하는데, 차에 대해 기계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인간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러한 부분에서 개인의 역사를 중요시하는 내 작업과 어느 정도 일치한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뒤 결과물을 보니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아 감동을 받았다"
이번 이벤트는 현대차가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마련됐다. 본인 외에 가족이나 지인의 자동차와 사연에 대해 응모할 수 있으며, 참여를 원하는 소비자는 11월14일까지 캠페인 웹사이트(brilliant.hyundai.com)에 사연을 남겨 응모할 수 있다. 당첨자는 11월21일 캠페인 사이트에서 공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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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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