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마지막 남은 전쟁터, 소형차

입력 2014-11-19 13:11  


 국산 자동차 5사의 내수 방어 전략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게다가 수입차도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 경쟁은 전쟁으로 불릴 정도다. 실제 2011년 처음으로 연 10만대 고지를 돌파한 수입차는 올해도 평균 20% 이상 높은 증가율을 보이며 20만대 고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폭발적인 수입차에 맞서기 위한 국내 업체들의 전략은 디젤차 다양화와 준대형급 이상 고급 세단 라인업 강화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수입 브랜드들이 강세를 보이는 분야에서 '맞불 작전'을 펼친 것. 몇몇 차종은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며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국산 브랜드의 불안감은 여전하다. 새로운 수익 채널을 만드는데 성공했지만 당초 목적이었던 시장 점유율을 올리지는 못해서다.






 현재 국내 시장은 경차부터 대형 세단까지 라인업이 세분화되고, 각 분야별로 무수히 많은 차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만큼 산/수입 가릴 것 없이 경쟁도 치열하다. 게다가 컴팩트 SUV나 미니밴 등 틈새 시장 규모도 커지는 중이다. 

 하지만 이런 전쟁터에서 유독 주목도가 떨어지는 차가 있다. 바로 소형차다. 흔히 국내에서 소형차는 '끼인 차종'으로 평가된다. 경차 수준의 혜택이 없는 데다 준중형보다 크기는 작아서다.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에 따르면 소형차는 '배기량 1,600㏄ 미만으로 길이 4.7m, 너비 1.7m, 높이 2.0m 이하인 차'다. 현대차 엑센트, 기아차 프라이드, 쉐보레 아베오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한 때 당당히 내수 시장의 한 축을 담당했지만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판매가 위축됐다.






 그런데 최근 수입차 업계가 소형 세그먼트로 발을 넓혀가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강조하는 건 운전의 즐거움이다. 고급 스포츠카를 살 돈은 없지만 재밌게 운전하고 싶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펀(Fun)카'다. 적당한 가격과 톡톡 튀는 디자인, 경쾌한 몸놀림이 이들의 주무기다.

 국산과 달리 수입 소형차의 경우 출시되면 일단 언론과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관심만큼이나 폭발적인 판매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국산차와 마찬가지로 경제성 때문이다. 더구나 수입 소형차는 최저 2,000만~4,000만원대의 가격도 부담이다. 수입사는 합리적인 가격이라지만 순수하게 '펀 드라이빙'을 원하는 젊은 소비층에겐 진입장벽이 높은 셈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수입 소형차의 꺾인 기세는 국산 소형차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실용성과 경제성, 체면 등을 중시하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펀 카'의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운전이 재미있는 소형차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되겠냐는 질문엔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소형차야말로 국산 브랜드에 대한 젊은층의 냉소적인 시각을 없애고 '갖고 싶은 차'로 제시하기 가장 좋은 제품이어서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지엠이 1.4ℓ 가솔린 터보 엔진을 얹은 아베오를 출시하고 서킷 시승 행사를 진행했다. 당장 판매가 늘어나길 기대하기보다 소형차가 주는 주행의 즐거움을 강조하고 싶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게다가 참가자의 만족율도 높다. 비싸지 않아도 개성 있고 완성도 높은 소형차의 성공 가능성,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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