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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차 유류세 환급을 놓고 시끄럽다. 제도가 버젓이 있음에도 정부가 제대로 알리지 않아 환급받지 못한 사람이 적지 않아서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정부의 홍보 부족이 아니라 '경차'를 바라보는 정부의 이중 잣대와 자동차회사의 기업 윤리다.
경차 유류세 환급이 도입된 것은 지난 2008년의 일이다. 당시 정부와 여당은 서민 지원을 위한 여러 방안을 내놓아야 했다. 그 중에서도 경차 유류세 환급은 3가지 사안이 묘하게 맞물려 나온 고육지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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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가파른 기름 값 상승에 따른 유류세 인하다. 이는 대통령 선거공약이었고, 지킬 필요가 있었지만 재경부(現 기획재정부)의 강력 반대에 부딪쳤다. 제 아무리 대통령 공약이라도 유류세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는 정부 재정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였다.
또 하나는 한미 FTA 타결이다. 양국의 자유무역협정이 타결되면 5단계였던 자동차세가 3단계로 축소되면서 중대형 자동차세 부담이 낮아지게 된다. 그런데 자동차세는 자치단체 세금이어서 지자체들이 보전을 요구했고, 그 대안으로 기름 값에 포함된 지방세 항목 중 주행세율을 높이기로 했다.
여기서 형평성 논란은 불을 보듯 명확했다. 주행세율 인상으로 차급별 기름 값의 부담 가중치가 달랐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중대형차는 기름 값이 올라도 자동차세가 줄어드는 반면 경소형차는 세금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 오히려 유류비 부담만이 증가하게 됐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소형차 중에서도 경차에 한해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다. '유류세 환급'이라는 대통령 선거 공약 이행과 한미 FTA 타결에 따른 중대형 및 경소형차의 세금 형평성 논란 잠재우기, 그리고 유류세 인상에 따른 서민 지원 방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바로 '경차 유류세 환급'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모든 경차에 혜택을 줄 수는 없었다. 과거와 달리 경차 구매자의 80% 이상이 추가 구매였던 데다 소형차까지 범위를 넓히면 정부로서도 세입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가구당 자동차가 한 대이고, 그것이 경차일 때만 연간 1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키로 결정했다. 또한 환급을 받으려면 유류구매전용 카드를 신청해서 사용토록 했고, 부정사용이 적발되면 환급액 전액 배상은 물론 40만원의 가산세도 내도록 했다.
2008년 처음 도입된 제도는 2009년 12월31일까지로 한정했다. 지속적인 경차 신규 구매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기간의 무한 혜택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 91만대의 경차에 혜택이 돌아가고, 910억원의 세입 감소를 예상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자 예상과 달리 환급 신청자가 많지 않았다. 국세청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첫 해 전체 환급액은 120억원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91만대 중 12만대가 신청해 환급을 받았을 뿐 나머지는 받지 않았다. 그러자 일부 국회의원과 정부는 혜택 기간을 2012년 말까지 연장했다. 그러는 사이 혜택에 새롭게 포함되거나 배제되는 경차가 생겨났고, 소비자들은 해당 제도의 존재 자체를 서서히 잊어갔다.
환급 신청자가 많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환급액이다. 외형상 10만원이지만 연간이어서 월 평균으로 보면 8,000원 정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별도의 유류구매전용카드를 신청하는 등 시간과 노력을 들이기엔 적은 금액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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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경차 유류세 환급 논란의 근본 원인은 단순 유류세 지원 여부에서 그치지 않는다. 주목해야 할 사안은 경차에 대한 지원 확대와 축소 사이의 갈등이다. 현재 경차에 대한 세제지원은 지난 2003년 시작됐다.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세금 등을 면제해 인위적으로 판매를 늘렸다. 800㏄ 미만에 묶였던 배기량 규제도 1,000㏄ 미만으로 확대했고, 그러자 경차 판매는 날개를 달았다.
가만히 지켜보던 자동차회사가 움직인 것도 이 즈음이다. 정부 혜택이 집중돼 시장이 커지자 다양한 편의품목을 넣어 가격 올리기에 집중했다. 급기야 이익 적은 경차가 효자 차종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게다가 비싸도 경차 혜택을 무시할 수 없는 소비자 입장에선 저렴한 소형차마저 외면해야 했다. 그만큼 경차 혜택은 강력했다. 그 결과 해외로 가장 많이 수출하는 소형차가 국내에선 찬밥 중의 찬밥으로 전락했다. 경차보다 효율이 제 아무리 좋아도, 성능이 월등히 앞서도 혜택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이번 경차 유류세 환급 논란은 사실 정부의 경차 정책을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경차를 확실히 보급할 것이라면 혜택 범위를 지금보다 넓혀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점차 축소시키거나 소형차로 분산해야 한다. 단순히 경차 시장이 아니라 경소형차 시장을 넓혀야 에너지 절약 효과는 물론 환경개선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경차 유류세 환급 논란을 계기로 국내 경차 전반에 대해 검토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안전을 위해 옆으로 넓어지는 트렌드가 반영돼야 하고, 경차보다 효율 높은 소형차의 존재감도 부각시켜야 한다. 작은 차가 아니라 효율에 우선하는 것 말이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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