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車 햄릿증후군에 빠진 소비자를 잡아야...

입력 2014-12-04 17:29   수정 2014-12-06 09:10


 한국인 최대의 난제로 꼽히는 선택지가 있다. 바로 '탕수육을 부먹(소스를 부어먹는 방법)할 것인가, 탕수육을 찍먹(소스에 찍어먹는 방법) 할 것인가'다. 또한 '물냉(물냉면)인가, 비냉(비빔냉면)인가'도 오랫동안 한국인을 괴롭혀 온 질문 중 하나다.

 우스갯소리로 들리겠지만 어느 하나를 특정할 수 없는 질문은 현대인의 결정장애(선택의 갈림길에서 어느 한 쪽을 고르지 못해 괴로워하는 심리를 뜻하는 신조어) 단면을 보여준다. 실제로 주변에 주도적인 선택을 두려워하고, 주저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 모습이 마치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로 고민하는 햄릿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결정장애는 최근 '햄릿증후군'이라고도 불린다.

 햄릿증후군은 기본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전제를 안고 출발한다. 특히 현대사회 소비자 앞에 놓인 수많은 정보는 그들로 하여금 하나의 선택을 망설이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것도 괜찮은 것 같은데, 저것도 좋은 것 같고, 이걸 선택하자니 저것이 아쉽다'는 고민에 빠진다는 것. 결국 선택을 하지 못하거나 옳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게 지금 소비자들의 모습이다.
  




 자동차 역시 대표적인 정보과잉 소비재 중 하나다. 기본적으로 '고가'이기 때문이다. 제 아무리 수입차가 발에 치일 정도로 늘었다 해도 여전히 비싸다는 인식이 존재하며, 국산차라고 부담 없는 가격도 아니다. 즉 아무 생각 없이 수 천만원을 흔쾌히 지불할 수 있는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얘기다. 때문에 자동차 구매에 있어 무엇이 더 자신에게 이로운 선택인가를 늘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는 올바른 선택을 위한 최대한의 정보를 모은다. 

 정보를 제공하는 주체들은 매우 다양하다. TV, 신문, 라디오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즘은 인터넷, 매거진 등 자동차를 다루지 않는 미디어를 찾는 게 빠를 정도다. 여기에 소비자 주변의 자칭 전문가 집단과 자동차 회사를 다니는 주변 지인도 흔하다. 때문에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사람은 늘 갈림길 앞에 서있는 햄릿이 될 수밖에 없다.
 
 최근 서울대학교 김난도 교수와 소비트렌드분석센터는 '햄릿증후군'을 내년 한국 소비트렌드의 첫 번째 키워드로 제시했다. 그리고 선택과잉 시대에 자발적 의사결정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큐레이션 커머스 등 다양한 배려형 서비스의 등장을 예측했다.

 자동차 업계서도 발 빠르게 햄릿증후군을 위한 배려형 서비스를 속속 선보이는 중이다. 그 중 BMW의 '프로덕트 지니어스'가 가장 눈에 띈다. 프로덕트 지니어스는 전시장에서 소비자에게 제품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을 설명하고 시승을 제공하는 일종의 상담역으로, 직접적인 판매를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햄릿증후군을 불식시킬 중요한 존재라는 게 회사 설명이다.

 BMW는 프로덕트 지니어스 제도는 현재 글로벌 1,000여 곳 이상의 전시장에서 진행 중이다. 활동 인원만 1,450명에 이른다. 한국은 내년 1월 이후 대부분 전시장에 프로덕트 지니어스가 배치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근 별도의 프로덕트 지니어스 채용 공고를 내기도 했다.

 누군가의 결정을 도와주는 일, 다시 말해 '햄릿증후군을 위한 배려형 서비스'는 결국 브랜드의 친밀감을 높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소비자로선 '누군가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브랜드 신뢰를 높이는 단초가 된다는 의미다. BMW 프로덕트 지니어스 역시 이런 효과를 노린 제도다. 브랜드 경험 확대를 통해 소비자는 제품과 기술에 대한 폭넓은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다. 물론 실적 증대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현대 사회를 흔히 정보 홍수 시대라고 한다. 그래서 결정과 선택은 더욱 중요해진다. 판단에 대한 결과는 개인 영역에 머무를 수 있지만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실제 독일 저널리스트 올리버 예게스는 소비자가 선택의 미로를 헤맬수록 경제는 활력을 잃는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인류는 퇴보없이 발전해왔다. 햄릿이 늘어난다면 햄릿의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늘리면 된다는 이야기다. 그 속에서 새로운 경제가 창조될 수 있다. 적절한 배려를 통해 상대방의 결정을 도와주는 일이야말로 '사람 사이'를 뜻하는 '인간(人間)'에게 어울리는 그런 것이 아닐까.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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