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자동차, 생존하려면 문화를 입혀라

입력 2014-12-13 18:40   수정 2014-12-15 08:37


 자동차에서 영화를 보고, 쇼핑을 한다. 그리도 자동차와 대화도 한다. 음악을 들으며 여행 경로를 알차게 구성하며, 아름다운 곳이 있으면 사진은 물론 동영상으로 녹화도 할 수 있다. 손가락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되 필요한 기능은 모두 수행하고, 로터리 스위치를 돌리지 않고도 증강현실로 가상 화면을 볼 수 한다.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가상세계가 자동차에 그대로 옮겨 온다. 불가능하다고? 천만에…. 얼마든지 실현되고, 지금도 상용화 기술은 충분하다. 남은 것은 오로지 소비자의 수용 여부다. 새로움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일 뿐 기술은 이미 완성돼 있다.

 ▲문화에 도전하는 수많은 노력
 최근 현대자동차가 강남 도산대로에 현대모터스튜디오를 개설했다. 단순히 자동차회사가 아니라 이제는 문화를 만들어가는 창조기업(?)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다. 이에 앞서 BMW코리아는 서울오픈아트페어에 4시리즈 컨버터블의 비주얼 협업작업 '보타이(Bow Tie)'를 전시했다. 마치 예술작품과 같은 이미지를 구현해 소비자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려는 실천이다.
이처럼 문화는 자동차생활 곳곳에 넘쳐난다. 그렇다면 대체 문화란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에서 문화는 사상, 의상, 언어, 종교, 법이나 도덕 등의 규범, 가치관과 같은 것들을 포괄하는 '사회 전반의 생활양식'으로 정의된다.






 얼핏 들으면 실체가 없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문화가 자동차에 들어온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아니다, 지금도 문화는 자동차에 열심히 들어오는 중이다. 대표적인 예가 오디오다. 1930년대 무선라디오로 시작된 카오디오는 테이프, CD 시대를 거쳐 지금은 음원 스트리밍으로 발전했다. 운전자는 블루투스 연결로 원하는 음악을 언제든 들을 수 있고, 스피커의 음질 향상에 따라 원음을 재현할 수도 있다. 마치 실내 콘서트홀에서 직접 연주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고, 운전자는 자신이 선택한 자동차에 감동을 받는다.

 또 하나가 'HUD(Head up display)'다. 센터페시어 중앙에 위치한 내비게이션을 보는 것보다 앞 유리 하단에 표시되는 액정 영상은 오히려 운전할 때 안전 담보 가능성을 높임과 동시에 운전자에게 첨단의 느낌을 준다. 사실 굳이 필요한 기능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디지털 감각을 보강한 만큼 운전자는 자신이 타는 차가 최첨단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스스로 '역시 나의 선택은 탁월해!'라며 손뼉을 친다.  

 그럼 왜 자동차회사가 이처럼 문화콘텐츠를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각종 디지털 미디어 기기 발전에 열광하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궁극은 소비자의 후회 줄이기다.

 사람들은 자동차 구입 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제품 정보를 받아들인다. 이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100% 홀로 선택에 자신감이 없어서다. 1-2만원 제품도 주변의 권유, 정평 등을 살피는 마당에 2-3,000만원짜리 자동차, 나아가 1억이 넘는다면 자신감은 더욱 떨어진다. 그래서 주변 전문가에게 묻는다. "당신이 전문가이니 어떤 차가 좋을까?" 이 때 역으로 "오히려 당신 생각은 어때?"라고 던진다. 그럼 거의 어김없이 "내 생각에는 이 차가 좋기는 한데…."로 시작한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그 차 좋은 차야! 훌륭한 선택이야!"라고 말해주면 마치 스스로의 선택을 확인하듯 "그렇지?"로 돌아온다. 이미 마음속에 구입을 염두에 둔 상황에서 흔히 말하는 전문가라는 집단에게 자신의 선택이 잘됐는지 확인받으려는 심리가 매우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초반 선택에 자신감을 얻은 소비자는 신차 구입 후 여러 가지 기능을 작동하면서 문화적 감성을 충족하게 된다. 센터페시어가 조작하기 편한지, 또한 어떤 첨단 기능을 활용할지 스스로 익히면서 운용을 한다. 자동차회사가 문화기술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이때부터 발동한다. 어떻게 하면 첨단 기능의 사용을 손쉽게 해줄지, 그리고 운전자의 오감을 충족시킬지 수많은 고민이 담기게 되고, 기술적으로 구현이 가능한 것은 대부분 적용을 한다. 그래야 대당 가격을 높여 마진도 늘릴 수 있다.






 ▲자동차의 본질, 서서히 변해가다
 현대차가 신형 쏘나타를 내놓으며 '자동차의 본질'을 강조했다. 그래서 물었다. 대체 본질이 뭐냐고? 광고에서 나타나듯 기본적으로 '달리고, 돌고, 서기'를 말한단다. 각종 감성적 코드가 난무한 상황에서 오히려 기계적인 본질을 강조해 제품력을 부각시키는 전략이다. 그렇다면 광고도 '달리고, 돌고, 서기'를 보여주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현대차 쏘나타 광고는 대단히 감성적이다. 벌건 쇳물이 보이고, 깔끔하게 정리된 차체 하부를 보여준다. 강조하려는 본질과 보여주는 광고가 따로 노는 느낌이다. '달리고, 돌고, 서는' 본질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소비자 시각은 이미 경계선을 넘었다. 경차도 잘 달리고, 1톤 트럭도 잘 서는 시대에 굳이 본질을 강조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현대차도 모를 리 없다. 그래서 기계적 본질만을 내세우다간 자칫 '기계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해 광고로 보여주는 이미지는 감성에 충실한 셈이다. 






 그럼 여기서 확실한 결론은 감성의 중요성이다. 그래서 소비자 감성을 자극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그런데 감성을 충족시키려면 그에 맞는 기술적 요소가 해결돼야 한다. 앞서 언급한 카오디오처럼 자동차를 하나의 미디어로 본다면 수많은 첨단 디지털 코드를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수행시켜야 한다. 라디오를 쉽게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모니터를 통해 동영상을 보거나 사진 감상도 가능해야 한다. 엉덩이에 밀착된 시트의 착좌감도 좋아야 하고, 스티어링 휠의 촉감도 좋아야 한다. 하다못해 수동변속기 시프트레버의 모양과 재질도 감성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자동차회사의 노력은 기술을 통한 소비자와의 감성교류로 집약된다. 보다 안전 운전을 위한 기술도 개발하지만 한편으로는 인간과 더 많이 소통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현실 세계에서 구현하려 한다. 그 중에서도 대표적인 게 'HMI(Human Machine Interface)'다. 넓은 개념에서 HMI는 사람과 기계 간의 상호 작용을 어떻게 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가 모두 포함되는데, 자동차로 한정하면 운전자가 어떻게 자동차를 보다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연구하는 주제이기도 하다. 반면 인간이 자동차를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자동차가 사람의 명령을 제대로 파악해 필요한 수행을 하느냐도 포함된다.

 이처럼 HMI가 중요 개념으로 등장한 배경은 자동차의 급속한 보급 확대와 무관치 않다. 하트만에 따르면 1980년대까지 컴퓨터와 사람의 비율은 '1:다수'였지만 PC의 등장으로 90년대는 '1:1'로 변했고, 그 이후는 오히려 컴퓨터가 사람보다 많아지는 시대가 됐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과거 가구당 1대였던 자동차가 최근에는 1인당 1대로 확대되면서 인간과 자동차의 상호 인지율 향상이 주제로 대두됐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발전하는 기술을 받아들이냐의 문제다. 인간이 자동차를 사용하는데 있어 어려움을 느끼거나 불편함이 있어선 안 된다는 의미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자동차는 여전히 입력, 수행, 출력의 원칙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시 말해 인간이 쉽고, 편하게 사용토록 진화했지만 인간과 상호 작용하는 방법에서 세 가지 기본 항목은 벗어나지 않았다는 의미다. 결국 이런 관점은 사용자의 시각을 자극하는 UI(User Interfaces)의 중요성을 높일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선 디자인이 필요하고, 그에 따르는 각종 그래픽의 주목도 또한 높아진다. 한 마디로 자동차와 인간이 소통하는 방법의 총체적 개념이 HMI인 셈이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스마트 기기다. 운전에 방해되지 않으면서 동시에 각종 조작이 편해야 한다. 또한 기능 이해에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 그래서 인간과 자동차의 소통에 대해선 'HVI(Human Vehicle Interaction)'라는 말을 쓰기도 한다.

 HVI는 기계의 움직임에 필요한 모든 분야별 상호작용을 포괄하는 개념인 만큼 인스트루먼트 패널 및 센터페시어 등도 포함된다. 그 중에서도 센터페시어는 운전자가 직접 조작이라는 입력 단계를 거쳐 필요한 기능의 출력을 얻어낸다는 점에서 일방적으로 운전자에게 정보만 전달하는 인스트루먼트 패널과 차별된다.

 과거 자동차의 센터페시어는 로직형 버튼의 일관적인 배열을 통해 운전자와 상호 작용을 이끌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포드 익스플로러처럼 터치패드 방식으로 조작에 첨단 기능을 부여, 미래지향적인 이미지를 담아내는 추세다. 기본적인 입출력의 기본 과정은 동일하지만 다양한 기능을 운전자가 편리하게 조작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그래픽을 강화하고, 필요한 경우 음성으로도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고안됐다.

 나아가 센터페시어의 다른 기능성도 보강되는 추세다. 일체형이었던 센터페시어를 차체와 분리하고, 그 사이를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국지엠 알페온의 경우 센터페시어 내 디지털 모니터 뒷부분에 공간을 만들어 사적인 물건을 놓을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이를 제조사에선 '히든 스토리지(Hidden Storage)'라고 부른다.






 향후 자동차 HCI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센터페시어를 통해 풍량을 조절하거나 음악을 듣는 등의 필요 기능 수행 외에 센터페시어를 또 다른 용도로 쓸 수 있도록 만들어 줄 때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볼보가 센터페시어를 얇게 설계해 뒷 공간을 확보한 게 대표적인 예다. 또한 센터페시어의 설계 단순화를 통한 무게 감량은 효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미니멀리즘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러자면 당연히 센싱이 가능한 가상의 입력 기능이 존재해야 한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현실로 다가오는 셈이다.

 이외는 기능의 다양성이다. 지금의 센터페시어는 단순히 오디오 및 공조장치 기능이 전부지만 앞으로 자동차 온라인 쇼핑 등도 가능하게 된다. 이 때 구입 품목을 선택하려면 그림을 보여줄 도구가 필요하게 되고, 디스플레이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센터페시어 표면이다.
각종 문화와 연계한 콘텐츠 확장도 필요하다. 현대기아차가 변신 로봇 등의 개릭터를 만든 것도, 쉐보레가 영화 '트랜스포머'의 자동차를 제공한 것도 콘텐츠 만들기 시도다. 생활 모든 곳곳에 문화적 콘텐츠를 담아내야 생존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주거가 목적인 주택이 사람에게 주는 이미지가 움직이는 자동차로 옮겨올 뿐 본질로 따지자면 주택과 자동차는 머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같다. 단순히 '달리기, 돌기, 서기'의 본질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렇게 묻는다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싶다.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가 아니라 디지털 디바이스라고!"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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