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가 코란도스포츠 CX7 연비 과장 표기를 두고 제조사의 잘못인지, 아니면 인증과 검증을 해준 정부의 잘못인지 명확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국토부 검증 결과가 나오자 바로 보상에 착수한 현대차와는 상반된 행보다. 쌍용차로선 현대차처럼 해외 연비 보상 사례가 없는 데다 어디까지나 연비는 정부 소관 업무인 만큼 잘못된 제도에도 책임이 있음을 부각시킨다는 얘기다.
1일 쌍용차와 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 집단소송이 주목되는 이유는 연비 과장의 주된 배경이 법과 법의 충돌이기 때문이다. 그간 표시연비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의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해 운용돼 왔다. 쌍용차 또한 해당 법안에 근거, 시험을 한 뒤 표시연비 라벨을 부착했다. 더불어 산업통상자원부 표시연비 검증에선 문제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국토교통부가 자동차관리법에 근거해 또 다시 표시연비 검증 작업을 벌였고, 이 과정에서 오차율이 기준을 넘는다는 결과를 통보했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을 따랐던 쌍용차로선 어느 날 갑자기 자동차관리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뒤통수(?)를 맞은 셈이니 잘잘못은 따져봐야 하겠다는 것이다.
집단 소송의 결과가 미칠 파장도 적지 않다. 만약 소비자가 승소하면 쌍용차는 산업통상자원부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따라 표시연비를 부착한 만큼 연비가 과장됐다면 인증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의미여서다. 반면 쌍용차가 승소하면 법의 충돌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것이고, 이때는 국토교통부가 쌍용차 명예를 훼손한 모양새가 된다. 따라서 쌍용차로선 어떤 결과가 나와도 제조사 책임은 벗어나게 된다.
물론 산통부와 국토부는 이번 소송이 벌어지기 전 의견을 조율했다. 앞으로 표시연비 인증은 산통부가, 검증은 국토부가 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쌍용차 집단 소송은 양측 의견일치 이전에 벌어진 일이어서 자동차업계도 법원 판단을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 법무법인 나눔의 조석만 변호사는 "법리 충돌을 놓고 이해관계를 따지는 일은 쉽지 않은 판단"이라며 "(법원으로선) 제도의 시행 근거가 무엇인지를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그간 국토부가 표시연비 검증을 하지 않았던 이유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CX7은 ℓ당 11.2㎞의 효율이 표시됐지만 국토부 검증에선 10㎞에 머물렀다. 그러나 쌍용차는 11.2㎞의 효율이 산통부 검증에선 문제가 없었던 만큼 과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오고 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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