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택시업계가 분주하다. 르노삼성차가 신형 SM5 택시로 현대차 쏘나타와의 정면 승부를 예고했으며, 올 9월부터 시행될 경유 택시는 첨예한 이해관계에 부딪혔다.
지난 5일, 르노삼성차는 부분변경한 SM5 택시를 내놓으며 택시업계 터줏대감 현대차 쏘나타를 정조준했다. 도넛형 LPG 연료 탱크와 스키스루를 필두로 차별화를 내세운 것. LPG 차종에서 빈번히 문제로 지적됐던 협소한 적재공간을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도넛형 연료 탱크는 기존 하단 스페어타이어 공간에 탭재해 트렁크 공간을 온전히 확보했다. 더불어 트렁크와 뒷좌석이 연결되는 스키스루 시트는 스키나 길이가 긴 낚시용품 등을 운반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가격 인상을 최소화한 것도 정면 돌파를 위한 묘수다. SM5 택시는 기존보다 11만~65만원 오른 1,825만~2,050만원에 판매된다. 경쟁 차종인 LF쏘나타의 가격 범주(1,635만~2,210만원) 안에 포함되는 수준이다. 게다가 SM5는 무단변속기를 기본 장착하지만 LF쏘나타는 자동변속기 선택 시 기본 가격이 1,800만원부터 시작해 격차가 더욱 줄어든다.
르노삼성차 홍보 담당자는 "200억원을 투자한 도넛형 LPG 연료 탱크를 탑재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갖췄다"며 "현재 SM5 판매에서 택시 비중이 20%에 그치고 있어 확장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반면 9월부터 유가보조금을 지원받는 경유 택시는 시작부터 순탄치 않다. 국토교토부와 환경단체 및 택시업체가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국토부는 연료 다각화를 위해 경유 택시에도 ℓ당 345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환경단체와 택시업체는 대기 및 노동환경 악화를 문제로 내세웠다. 서울시는 경유 택시 확대에 따른 환경성 평가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도입을 보류한 상태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택시를 보유한 서울시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경유 택시는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환경기준 등 검증을 거친 후 경유 택시를 도입하겠다는 방침에 흔들림이 없다. 업계 역시 시간상 문제일 뿐 현실화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연간 1만대에 달하는 경유 택시 시장을 잡기 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쉐보레 말리부 디젤을, 르노삼성은 SM5 디젤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차의 경우 쏘나타 디젤보다 이미 해외 수출하고 있는 i40 디젤 택시가 유력하다. 고효율·친환경 디젤 엔진을 내세운 수입차 업체도 택시 시장을 주시하고 있다. 폭스바겐 파사트 2.0ℓ TDI와 푸조 508 2.0ℓ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국산차와 가격 경쟁력 확보, 브랜드 이미지 저하 등 극복해야 할 요건이 많아 시장 진출은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택시는 중형차 판도를 흔들 중요한 시장"이라며 "갈수록 경쟁이 심화되면서 차종, 연료 등이 다각화될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토요타 프리우스 택시처럼 디젤 수입차 역시 택시로 이용할 날이 머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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