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신홍재의 핫 카, 미국차 편견 깬 쉐보레 아베오 RS

입력 2015-01-07 10:38   수정 2015-02-27 11:39


 벌써 2015년이다. 1989년 런던에서 영화 <백투더퓨처2>를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자동차 환자(?)라면 백투더퓨처 시리즈는 그냥 넘겨볼 수 없는 작품이다. 주인공이 딜로리언(타임머신)을 타고 2015년으로 시간여행을 한다. 






 2015년, 자동차는 하늘을 날아다니며 연료는 쓰레기를 활용한다. 어린 시절 나는 2015년이 되면 차들이 날아 다닐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어느덧 진짜 2015년이 왔다. 백투더퓨처2 이후 26년이 흘렀지만 오늘날 자동차를 보면 크게 바뀐 건 없다. 그저 캬뷰레터 엔진 대비 크게 향상된 것 뿐이다. 물론 출력도 엄청나게 좋아졌다. 출력을 떠올리니 생각나는 미국 차가 있다. 바로 쉐보레 아베오 RS다. 한국에서 생산되지만 쉐보레 아베오 RS 또한 미국차 DNA를 보유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생각해보면 미국차들은 정말 도깨비같은 차가 많다. 외형은 그럴듯 하지만 정작 타보면 실망을 안겨주기도 하고, 얌전한 것처럼 보이나 성능은 당장 서킷에 투입될 만큼 내공이 다져진 차가 즐비하니 말이다. 게다가 소위 말하는 헤리티지가 있는 제품도 신차가 나오면 헤리티지가 무시되는 도깨비 제품으로 바뀌기 일쑤다. 






 그렇다면 미국차들은 왜 도깨비가 될까?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몇 가지로 압축된다. 개인적으로 미국 기업 문화를 잘 아는 입장에서 우선 미국회사에는 전문가가 없고, 설령 있다 해도 이들을 위한 투자는 거의 하지 않는다. 한국 대기업과 너무나 흡사하다. 차 만드는 사람들이 차에 대해 잘 모르고, 경쟁차에 대해선 더욱 아는 게 없다. 리서치회사에서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차를 만드는데, 재미있는 것은 리서치 회사 또한 무지한(?) 상태에서 소비자 클리닉 결과물만 모은다. 정작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 지 모른다고 스티브 잡스가 말한 적이 있는데, 진짜 맞는 이야기다.

 그럼 왜 소비자한테 미래 제품에 대해 물어볼까? 이유는 뻔하다. 담당자들의 생존(?) 논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자동차를 문화로 포장만 했을 뿐 속을 보면 진짜 자동차가 아니다. 실제 최근 미국차를 보면 포장은 그럴듯한데 속은 실망 이상이다. 미국 경영대학원에서 배운 장사꾼 마인드만 남은 셈이다.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 그리고 엄청난 인센티브에 의존하게 되는 배경이다. 간혹 미국차들의 할인폭이 엄청나게 커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에 타본 차는 쉐보레 아베오 RS 터보다. 솔직히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태어나서 쉐보레를 처음 타봤다. 우선 제품만 본다면 굉장히 훌륭한 상품이다. 디자인 하나만 내세우기엔 부족함이 있지만 대형 알로이 휠과 리어 머플러는 인상적이며, 스포츠 서스펜션 적용으로 자세도 좋다. 






 엔진도 나름대로 훌륭하다. 최근 가솔린 터보 엔진들이 많이 출시되는데, 그 중 완성도가 뛰어난 엔진군에 속한다. 공회전은 매우 안정적이고, 회전질감과 안정적인 출력 전달력은 소형차에서 처음 경험했다. 6단 변속기 또한 느낌이 좋고, 대용량 브레이크 페달의 부스트도 잘 조율돼 만족한다. 스포츠 서스펜션이지만 요철을 부드럽게 넘는 느낌이 한두 체급 이상의 감성과 느낌이다. 핸들링도 민첩하고 부드러워 예측이 가능한 움직임을 보인다. 

 실내 공간도 잘 확보했다. 헤드룸은 어지간한 SUV보다 넓어 더욱 크게 느껴지고, 실내 플라스틱 품질이나 디자인은 호불호가 크게 갈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오디오는 그저 그렇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가격도 조금 내려가야 맞을 것 같다.  






 사실 쉐보레 아베오 RS는 시장의 환영을 받기 어려운 차종이다. 국내 소형 시장이 입지가 자꾸 좁아들고 있어서다. 하지만 훌륭한 상품을 나름 좋은 가격에 출시한 것 같고, 더욱 다양한 상품을 경험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제품이다. 미국 기업의 풍토를 감안할 때 상품성은 떨어져야 하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개발됐으니 한국적 개발정서가 담겨 제품 완성도가 매우 높았던 것은 아닐까 한다. 쉐보레 아베오 RS, 첫 경험을 해본 입장에서 평가를 내리라면 엄지 손가락을 치켜 들 수 있다. 






 신홍재<자동차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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