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용차 엔진 성능을 나타내는 '마력(hp)'과 '토크(㎏.m)'가 소비자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또한 동급 차종을 비교할 때 엔진 성능 차이는 구매 요소로 매력이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그간 자동차 제조사들이 집중 내세웠던 '동급 최고 성능, 동급 최대 출력' 등이 사실상 효과가 없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이어서 화제를 모으는 중이다. 이에 따라 본지는 해당 연구 내용을 2회에 걸쳐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자동차 정보는 어떻게 습득할까
마력과 토크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해도 부족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논문은 이 궁금증을 파악하기 위해 자동차 관련 정보 중 정보를 습득하기 가장 어려운 영역을 조사했다. 10개의 세부 항목과 기타 항목으로 총 11개 항목을 소비자에게 제시해 1순위에서 3순위까지 선택을 하도록 했다. 그 결과 응답 기준으로 정보습득이 가장 어려운 영역은 역시 '성능(23.0%)'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품질(17.2%)', '안전성(16.4%)' 순으로 나왔다. 결국 소비자들은 구매 과정 또는 유지관리 측면보다 성능, 품질, 안전성, 승차감/안정성 등 자동차의 기계적 특성영역에 대한 정보 습득에 어려움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성능 정보습득이 어려운 이유는 마력과 토크에 대한 관련 설명 부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차 구매 때 성능 비교는
마력과 토크가 자동차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적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 논문은 경쟁 차종을 놓고 소비자 선택 항목을 조사했다. 10개 차원의 구매영향력 평균점수와 각 차원의 48개 세부항목 구매영향 점수를 파악(10점 만점 기준)한 결과 제품에 대한 평판이 5.50점으로 가장 영향력이 높았고, 잔고장 적음(5.20점)과 연비/유지비(5.10점) 순으로 상위 3개 항목이 나타났다. 이들 항목은 5점 이상으로 구매 영향력이 매우 큰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차체 견고성, 고속주행 안정성, 외관스타일 등 7개 항목도 4점대를 보이고 있어 구매영향력이 비교적 큰 것으로 도출된 반면 토크와 마력이 포함된 엔진성능은 2.68점으로, 전체 평균 이상 위치에 있지만 상위 항목과 차이가 컸다는 점에서 영향력이 적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에 따라 논문은 소비자들의 구매고려 패턴을 볼 때 다양한 항목에 대해 살펴보지만 실제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항목은 일반적으로 10개 이내의 항목으로 토크와 마력은 포함되지 못했음을 주목했다.
또한 이 같은 마력과 토크에 대한 무관심은 보유 차종의 크기와 비례했다. 경소형차 보유자의 성능 항목 점수는 2.18점인 반면 대형차는 2.98점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형차라도 항목 순위에선 성능이 12위로 밀려 주요 구매 요인은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성별로는 재미나는 결과가 도출됐다. 남성이 2.5점으로 항목 순위 16위를 차지한 반면 여성은 2.61점으로 15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력과 토크에 대한 인지율은 여성이 매우 낮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정확한 지식을 기반으로 한 구매 영향보다 잘 모르기 때문에 오히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으로 해석됐다.
그렇다면 소비자들은 최대 마력과 토크를 동시에 고려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를 물었다. 두 가지 모두를 보고 구매를 고려한 적이 있다와 '반드시 구매를 고려하게 된다'고 응답한 경우 동시 고려 비중은 14.9%로 낮았다. 둘 중 최대토크만을 본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고, 최대마력만 고려한다는 응답율도 18.5%로 높지 않았다. 반면 둘 모두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응답은 64%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마력과 토크는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연구는 결론적으로 가설로 세웠던 '토크와 마력이 구매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소비자들은 1차 쇼핑리스트에 여러 차급(중형/준대형/SUV/수입차 등)의 대안을 놓고 리스트를 만들지만 그 중에서 최종 고려 제품은 2~3개로 압축되고, 구매영향 항목 중에 실질적인 선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은 10개 이내다. 그 중 토크와 마력에 대한 구매 영향력은 15위로 10위권 밖에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마력과 토크가 구매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용어에 대한 이해도 자체가 떨어진다는 점도 강조했다. 따라서 소비자 구매에 엔진 성능이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선 관련 공학자와 언론이 보다 손쉽게 이해를 높이는 노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자동차회사의 경우 오로지 토크와 마력이 나타내는 숫자에 집착할 뿐 힘의 단위를 이해시키려는 노력은 거의 하지 않음도 개선점으로 지적했다. 또한 과학기술을 전파하는 과학자와 대중과의 소통 부재도 문제로 지적하며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이 병행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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