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펀치’ 조재현, 믿고 보는 배우의 믿고 보는 작품

입력 2015-02-14 08:00  


[bnt뉴스 박슬기 기자/사진 김치윤 기자] “연기는 기 싸움이 아니에요. 상대배우를 짓이겨놓는 것이 결코 잘 된 연기가 아닌거죠. 싸우는 역할이더라도 하나를 위해 같이 나아가는 것, 둘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 비로소 좋은 작품을 만드는 거죠”

일리 있는 말이었다. 조재현의 전작들인 ‘정도전’ ‘스캔들’만 살펴봐도 극 중 적은 많았지만 실제 배우들의 합이 좋았기에 작품들이 호평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펀치’에서 역시 조재현은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함께 좋은 합을 맞춰가며, 또 하나의 웰메이드 드라마에 이름을 올렸다.

최근 한경닷컴 bnt뉴스는 SBS 월화드라마 ‘펀치’(극본 박경수, 연출 이명우) 종영을 앞두고 있는 조재현과 만났다.

“요즘 기분이 너무 좋아요. 김래원은 10년 만에 만났고, 박혁권은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같이 연기를 하니까 너무 재밌는 거예요. 아마 두 배우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거예요. 합이 좋아서 그런지 드라마가 잘 된 것 같아요.(웃음)”

조재현은 극중 오른팔, 왼팔이었던 김래원과 박혁권뿐만 아니라 최명길, 김아중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며 그들에 대한 칭찬을 연신 이어갔다.

“최명길 씨가 가장 의외였어요. 이번에 처음 연기를 같이 하게 됐거든요. 굉장히 도시적이고 차가운 느낌이었는데, 같이 연기해보니까 너무 푸근한 거에요. 연기할 때만 서로 인상 쓰지 ‘컷’ 소리 나면 ‘우리 정 드는거 아니야?’라면서 농담도 하고, 실제 촬영 현장에서는 푸근하게 지내고 있어요. 김아중도 섬세한 연기를 되게 잘하더라고요. 남자 이야기라서 아마 힘들었을 텐데 잘하고 있어서 대견해요.(웃음)”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완벽한 호흡 덕분이었을까. ‘펀치’는 월화드라마 시청률 부동의 1위를 차지하며 많은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조재현 역시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뷰 내내 기분 좋은 웃음을 지어보였다.

현재 조재현은 연극 ‘민들레, 바람되어’와 드라마 ‘펀치’ 스케줄을 병행하고 있다. 체력적으로나 연기적으로 많이 힘들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그는 “연극과 드라마를 병행하는 스케줄을 한지는 꽤 오래 됐어요”라고 말했다.

“힘들지 않느냐”고 걱정을 내비치자 그는 “그래서 이제 병행 안하려고요. 연극할 때는 연극만 하고, 드라마 할 때는 드라마만 하고. 이제 힘들어서 못하겠어”라며 어리광 섞인 말투로 답해 웃음을 자아냈다.


현재 ‘펀치’는 종영 일주일을 앞두고 다소 빠듯한 스케줄을 이어가고 있다. 대본이 잘나오기로 유명한 박경수 작가이지만, 끝을 남겨두고 조금씩 지연되고 있는 상황.

“이렇게 생방송처럼 진행된 지는 얼마 안됐어요. 연기하는데 지장이 갈 만큼 늦게나오지도 않고요. 전작에 비해서도 대본이 잘 나오는 편이죠. 작가의 능력 덕분인지 대사들이 금방 외워지더라고요. 대사가 머리로 쓰고 맞춰놓은 대사가 아니라 가슴에서 나온 대사들이라 금방 외워진 것 같아요. 대사 외우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죠. 촬영하는 당일에 최종적으로 대본을 외우는데 싹 외워져요. 작가가 각각 인물의 가슴에 들어가서 써서 그런 것 같아요.”

조재현은 박경수 작가의 필력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박경수 작가의 대본을 봤을 때 공감이 되고, 설득이 됐어요. 그런 대본들, 작품들이 대부분 잘 되더라고요. 전작 ‘황금의 제국’ ‘추적자’만 봐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었잖아요. 이번 작품도 정말 머리로 쓴 게 아니라 가슴으로 쓴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조재현의 말처럼 박경수 작가는 탄탄한 짜임새와 캐릭터들의 특징을 현실감 있게 살리며 몰입도를 높였다. 조재현 역시 극중 인물인 이태준을 생동감 있게 소화해 일각에서는 “현재 의원직을 맡고 있는 홍준표를 모방한 것이 아닌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

“생각지도 못했는데, 그런 이야기가 나왔더라고요. 정치인들을 모방하긴 했지만 한 인물만을 집중적으로 보진 않았어요. 여러 인물들의 특징을 파악하려고 했죠. 보니까 각각 특징 있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악수할 때라든지, 말투, 디테일한 모든 것들을 살펴보면서 이태준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던 것 같아요.”

극 중 이태준은 악행을 서슴치 않은 사람이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그 자리에서 누구라도 배신할 준비가 돼 있다. 하지만 세월이라는 것을 무시하지 못하는 유일한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극중 왼팔이었던 김래원과의 묘한 케미가 또 하나의 볼거리였다.

“제가 정환이 집에 찾아가서 침대에 눕는 신이 있었어요. 그런데 이 신이 묘하게 로맨스처럼 연출이 됐던 것 같아요. 서로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눈빛이랄까. 묘한 기운이 흐르면서 서로 ‘너를 이해한다’는 눈빛을 보였어요. 뜻하지 않게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한 장면이 됐죠. 그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비록 여배우와의 러브신은 없었지만 래원이랑 브로맨스를 보여준 것이죠.”

‘펀치’에서 악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리고 본인들이 ‘악함’을 인정한 채 배신과 배신을 이어간다. 그 누구하나 믿을 사람이 없기에 내용은 더욱 치열해져만 간다. 특히나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 김래원이 있기에 세상은 더욱 처절하게 비추어진다.

“있을법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기보다 좀 더 나은 세상을 이야기하기 위해 이번 작품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해요. 르포도 아니고 다큐도 아니고, 검찰을 까발리겠다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이전보다 나은 세상을 이야기하고 싶은거죠. 극중 예린이. 예린이는 희망이에요. 김아중과 김래원이 말하듯 ‘우리 딸이 사는 세상은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말이 우리에게 유독 와닿듯이요”


연이은 작품의 흥행에 작품 고르는 기준이 궁금했다. 이에 비결을 살며시 묻자 그는 “내가 잘해서가 아니라, 드라마들이 설득력이 있는 작품들이었어요. 제가 시놉시스나 대본을 봤을 때 ‘이건 틀림없이 시청자에게도 설득이 될 것 같다’라는 작품들이 대부분 잘 돼더라고요. 이번 작품 ‘펀치’도 물론 그랬고요.”라고 답했다.

26년차 베태랑 대답. ‘여유’는 있었지만 ‘자만’하지는 않았다. 조재현은 끊임없이 연구하고 열정을 불태웠고, 그 결과로 시청자들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각인됐다.

bnt뉴스 기사제보 star@bntnews.co.kr
[BNT관련슬라이드보기]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