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라벨(Label) “음악적 색깔 찾기, 평생 숙제죠”

입력 2015-03-02 08:10   수정 2015-03-02 08:19


[bnt뉴스 김예나 기자] “‘라벨’, 수많은 밴드들 중에 저희 이름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사실 그게 참 쉬우면서도 어려운 것 같더라고요. 꼭 기억해 주세요.”(윤석민)

록밴드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예를 들어 “강렬” “카리스마” “시니컬”한 모습들처럼 말이다. 최근 서울 홍대 인근에서 bnt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라벨(Label)은 록밴드 특유의 이미지를 지님과 동시에 진중하고 절제된 느낌을 자아냈다. 한 마디를 하더라도 허투루 내뱉는 법이 없었다. 조곤조곤, 차분한 어투로 할 말을 이어가는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라벨, 그들의 기록

시작은 고등학교 스쿨밴드였다. 음악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남달랐던 윤석민(보컬, 기타)과 라시드 울프(드럼)는 같은 대학까지 진학했고, “이왕 하는 음악, 제대로 해 보자”는 마음으로 지난 2009년 두 사람은 서울 홍대 인디 밴드 씬에 입성했다. 개성 강하고 실력 있는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홍대 밴드 씬에서 두 사람은 그들과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또 다른 멤버가 필요했다.

“(주)한철은 저희 두 사람에게 정말 ‘복덩이’에요. 새로운 멤버는 보컬은 물론 건반 합주까지도 가능했으면 하는 욕심을 부리면서 구했던 자리였거든요. 그러다가 우연히 한철을 만나게 됐는데 알고 봤더니 신기하게도 모두 다 잘 하더라고요. 끼와 재능도 좋고, 외모도 좋고, 성격까지 둥글고 좋았어요. (윤)석민과 제가 친구다 보니까 티격태격할 때도 있는데 그 때마다 중간에서 다독여 주기도 하고요. 세월이 많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운명이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고마운 사람이에요.”(라시드 울프)

“복덩이” 주한철(보컬, 건반)의 영입은 라벨의 음악적 가능성을 보여주는 시발점이 됐다. 싱글 ‘서울의 밤’으로 시작해 첫 EP ‘우리는 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싱글 ‘스물다섯’, 2집 EP ‘아이돌 이즈 데드(Idol Is Dead)’까지 꾸준한 앨범 발표와 공연 활동을 통해 성장기를 겪어 나갔다. 무엇보다 라벨은 각 앨범마다 음악적 철학이나 색채가 투영된 메시지를 그들만의 음악으로 표현해 갔다.

“밴드가 생명력을 유지하려면 곡이 계속 나와야 하는 것 같아요. 완벽한 곡이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계속해서 신곡을 발표하면서 저희가 곡 작업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야겠더라고요. 이로 인해 라벨이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윤석민)

“계속해서 새로운 모습을 보이고 싶은 욕심이 커요. 하나의 이미지로 굳혀지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새 앨범을 발표하면서 발전하는 모습, 나아지는 모습,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고 궁극적으로는 새로운 무언가가 되고 싶은 마음입니다.”(라시드 울프)

그들의 “성장”은 앨범 발표로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2014년 10월, ‘아이돌 이즈 데드’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개최했던 것. 전반적인 공연 기획은 물론 각종 홍보물 제작, 관계자들과의 미팅 등 하나하나 그들의 힘으로 만들었다.

이날 기존 발표 곡들부터 새 앨범 수록곡까지 모두 열다섯 곡 정도의 단독 무대를 선사한 라벨은 쇼케이스를 “항상 꿈꿨던 무대”라 회상했다. 이와 관련 주한철은 “제가 마이크를 건넸을 때 관객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는 순간을 경험했다”며 “관객들과 함께 소통하는 순간을 느낄 때 전율이 오더라. 앞으로도 라벨로서 계속 활동 하고 싶다는 생각을 깊이 했다”고 털어놨다.

“개인적으로 ‘뭔가 이루지 못할 것 같을 때는 과감히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는 소신이 있어요. 라벨로서는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이 강하게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자부심도 느끼고, 주위에서도 제가 음악 활동하는 것을 응원해 줘요. 라벨로 합류하면서부터 점점 더 성장해 나가는 것을 느끼고, 좋은 결과를 얻고 있어서 정말 좋아요.”(주한철)

라벨, 그들의 여정

마냥 좋은 일만 있던 것은 아니었다. 전 베이시스트의 개인적인 사정으로 공석이 생겨버린 것. 20대 젊은 청춘들의 열정과 패기로 모든 걸 감수하기에는 현실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었다. 허나 라벨은 다시 한 번 마음을 모아 의기투합했고, 팀의 막내 우지훈(베이스)을 영입해 4인조 밴드의 재가동에 들어갔다.

“(주)한철 형의 러브콜로 합류하게 됐어요. 과거 라벨의 공연을 봤을 때 임팩트가 대단했어요. 다른 밴드들과 사운드부터 달랐죠. ‘많이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나요. 솔직히 처음에는 제가 ‘해가 되진 않을까’ 싶은 마음에 책임감도 컸어요. 이제는 그저 숟가락 하나 들고 형님들에 대한 믿음으로 따라 갈래요.(웃음)”(우지훈)

“한 팀의 멤버라는 존재가 여자 친구 같다고 생각해요. 같은 맥락에서 저희는 한 번의 이별을 겪은 셈이잖아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는데 어려웠고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우)지훈이가 자신이 어떤 위치인 줄 알아서 그러는지 저희에게 많이 맞춰주는 편이에요. 그래서 고맙죠.”(윤석민)

현재 멤버를 재정비하고 새 앨범 준비에 한창이라는 라벨은 인디 밴드 특성대로 그들이 직접 작사, 작곡, 편곡은 물론 레코딩, 믹싱 그리고 마스터링까지 책임졌다. 때로는 고마운 지인들의 도움을 받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은 각각의 곡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철학이 담긴 그들만의 색으로 표현하기를 힘썼다.

먼저 윤석민이 곡의 기초를 잡아서 들려주면 멤버들끼리 합주를 통해 조금씩 다듬어나가는 방식으로 곡 작업은 진행됐다. 이와 관련해 라시드 울프는 “주로 (윤)석민이가 라벨 음악의 색을 만드는 존재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윤석민은 “공통적으로 갖고 있는 라벨 음악만의 어두운 면이 있다. 그것을 노래로 풀어갈 때 멤버들 각각의 내면의 무언가를 투영한다. 똑같이 사랑 이야기를 하더라도 일상적인 생활 속 단어들을 차용하는데, 멤버들끼리 대화를 나누면서 이야기를 풀어가다 보면 곡이 완성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그들이 가져오고 있는 음악적 색깔은 무엇일까 궁금해 하자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다”며 멋쩍게 웃었다. 먼저 곡 작업에 주축을 맡고 있는 윤석민이 “사실 과도기다”고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이어 “각자가 원하는 음악 장르가 다양하기 때문에 좁혀나가는 과정이다. 올해 목표는 각각 추구하는 장르를 압축 시키는 것이다. 이것저것 다 해봐야 무엇이 우리에게 진정 맞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상업적인 음악의 색깔로 따라 갈까봐 걱정되는 부분은 있어요. 저희만 좋아서 하는 음악보다 대중과 소통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 과정에서 융합이 잘돼야 할 텐데 자칫 타협의 중심이 흐트러지면 라벨의 음악적 색깔이 없어지거나 그저 마니악한 음악으로 남아 버릴까봐 고민인 거죠. 저희의 색깔을 가지면서 대중화 시키는 것이 음악 하는 밴드로서 평생의 숙제인 것 같아요.”(윤석민)

“라벨의 음악적 색깔을 잡기 위해 저희 나름대로 부단히 노력해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사운드 적으로도 많이 맞춰가고 있고, 새로운 시도도 많이 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도전을 하면서 지금까지의 색깔을 만들어온 것 같아요.”(주한철)

정해진 답은 없다. 만약 답을 알고 있다면 세상에 누가 고민 하고, 걱정 하겠는가. 저마다 바라는 이상을 향해 찾아가는 성장통을 겪고 있기에 라벨은 “긍정적인 마인드를 늘 지니겠노라” 약속했다.

“긍정적인 생각을 항상 가지려고 해요. 그러면 대중도 라벨을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봐 주고 저희 음악을 들어주실 거라 생각해요. 라벨의 노래를 듣고 ‘내 이야기 같다’는 생각이 들을 수 있기를 바라요. 열린 마음으로 많이 들어 주세요”(라시드 울프)

“이제껏 라벨 안에서 많은 시도를 했고, 끊임없이 도전했어요. 그렇기에 더 열심히 하면 그만큼 더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과한 욕심이 화를 부르기도 하지만 포부만큼은 항상 크게 가질 겁니다. 항상 열심히 할 테고, 더 잘 하는 모습 보여 드릴게요.”(주한철)(사진제공: 라벨, 사진출처: 라벨 공식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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