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요타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출시 일정을 내년 이후로 잡았다.
3일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요타는 프리우스 PHEV를 내년 이후 판매할 예정이다. 당장 올해부터 국산·수입차 업계에서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에 PHEV를 선보이지만 서둘러 행보를 맞추기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토요타는 내연기관에 전기 모터를 결합, 연료소모와 배출가스를 줄이는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가장 앞서있는 업체다. PHEV 판매 실적도 글로벌 최고 수준이다. 프리우스 PHEV는 2012년 글로벌 출시 후 지난해까지 6만5,000대 이상의 판매를 달성했다.
프리우스 PHEV는 토요타가 일반 하이브리드에서 쌓은 기술력과 생산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준의 완성도를 유지하면서 가격도 합리적인 게 강점이다. 현재 프리우스 PHEV는 최고 98마력(hp)을 내는 4기통 1.8ℓ 알루미늄 실린더 가솔린 엔진과 60㎾급 전기모터를 결합한 차다. 미국 EPA 기준으로 ℓ당 21.16㎞의 복합효율이며, 휘발유 소모 없이 전기모터만으로 최대 16㎞까지 주행이 가능하다. 가격은 북미 시장에서 2만9,990달러(한화 약 3,300만원)부터 시작한다.
해외에선 승승장구하는 프리우스 PHEV지만 국내 도입은 여전히 관망중이다. 무엇보다 국내에 PHEV에 관한 효율 측정이나 인증 절차가 미미했다는 게 자동차 업계 설명이다.2012년 제주 스마트 그리드 실증단지에 프리우스 PHEV 10대를 투입하고, 2013년부터 소수의 PHEV를 국내에 들여와 주행 시험 및 실증 사업 등에 이용했지만 판매 돌입은 소원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PHEV 효율 측정 기준을 만들고, 보조금 정책을 내비치면서 국내에도 다양한 국산 및 수입 PHEV가 속속 등장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토요타는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충전기 보급 등 인프라 구축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오는 4월 출시될 예정인 현대차 쏘나타 PHEV의 행보를 지켜보겠다는 점도 배경이 됐다. 전기 인프라 확대나 보조금 문제, 각종 관련 법규의 정비 등이 완성되려면 현대기아차가 움직여야 가능하다는 게 토요타의 판단이다. 또 보급형 성격이 강한 프리우스 PHEV가 한국 시장에서 쏘나타 PHEV와 직접 경쟁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린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수입 브랜드의 PHEV와 제품 성격이 다른 점도 토요타가 출시를 내년 이후로 미룬 이유로 꼽힌다. 당장 3월에 출시 예정인 BMW i8은 가격만 2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급차이고, 아우디가 상반기 중 내놓을 A3 스포트백 e-트론은 소형 해치백 A3 스포트백을 기반으로 제작한 PHEV다. 유럽에서 3만7,900유로(한화 약 5,230만원)에 판매된다. 크기를 생각하면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고급 브랜드인 아우디의 프리미엄 등을 고려했을 때 가격 저항력이 적을 것이란 전망이 강하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플러그인하이브리드가 순수 전기차보다 운용상 자유롭긴 해도 충전기 인프라나 보조금 지원책 등이 정립되지 않으면 보급에 무리가 있다"며 "PHEV 효율 측정 기준도 최근에야 정해졌을 정도로 아직 제품을 한국 시장에 투입하기엔 시기상조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프리우스 PHEV의 제품력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받은 만큼 자신은 있다"며 "하이브리드 시장을 선도하는 토요타에 걸맞게 철저한 준비 후에 완성도 높은 제품을 국내 소비자에게 선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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