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순수의 시대’ 욕망과 야망, 사랑에 대한 순수

입력 2015-03-04 08:00  


[bnt뉴스 최송희 기자] 1398년. 왕좌의 주인을 둘러싼 ‘왕자의 난’이 벌어진다.

야망과 욕망이 넘실거리는 혼란의 시대. 누구보다 ‘순수한’ 욕망을 가진 이들이 있었다. 영화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속 인물들이 그 주인공이다.

영화는 조선 개국 7년, 나라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배경으로 한다. 태조 이성계(손병호)와 왕자 이방원(장혁)의 기싸움이 팽팽한 가운데 정도전(이재용)은 자신이 장수로 키운 김민재(신하균)와 딸을 결혼시켜 딸의 흠을 덮으려 한다.

북방의 민족과 조선인의 혼혈이라는 이유로 멸시당하던 김민재는 친아들이 아닌 진(강하늘)을 키우며 정도전의 계략에 따라 움직인다. 자신의 마음이 아닌 타인의 욕망에 맞춰나가던 김민재는 올곧은 기녀 가희(강한나)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마음을 품게 된다.

‘순수의 시대’ 속 인물들은 자신들의 욕망에 대해 한없이 순수하고 정직하다. 왕좌를 차지하려는 이방원과 권력을 지키려는 정도전, 때문에 원하지 않던 부마 자리에 올라 욕망을 거세당한 진, 처음으로 진정한 사랑을 느끼게 된 김민재까지. 자신의 목적과 욕망을 좇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영화를 관람한 이들은 ‘순수의 시대’ 속에서 ‘색계’를 본다. 단단한 남자가 한 여자에 의해 무너져 가는 과정이나 욕망과 야망을 표현한 부분이 그것이다. 하지만 ‘색계’가 되기에 ‘순수의 시대’는 채 완성되지 않는 듯한 인상이 강하다.

영화는 이방원파와 정도전파의 정권 다툼에 대해 바탕을 깔아두지만 중반부에 이르러 배경은 허물어지고 가희와 민재의 멜로에 대해 집중한다. ‘왕자의 난’이라는 역사와 김민재, 가희의 멜로는 아슬아슬한 줄타기 대신 신파로 주저앉기에 이른다. 특히 무너지지 않을 것 같던 김민재의 순애보에 가희가 복수의 방향을 바꾸는 모습은 요즘의 관객들에겐 소위 먹히지 않는 멜로드라마다.

분명 ‘순수의 시대’ 속 정사 신은 강렬하다. 하지만 그 강렬한 정사 신은 시각적으로만 강렬하게 작용했을 뿐, 여러 갈래로 흩어진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지는 못했다. 김민재가 가희에게 자신의 어머니의 흔적을 좇고 감정을 극대화 시키며 종국에 육체적 관계로 폭발하게 되는 방식은 군데군데 이야기를 잘라먹은 것처럼 느닷없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수의 시대’는 배우들의 호연이 남는 작품이다. 사랑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순정적인 인물을 연기한 신하균과, 욕망을 거세당하고 비뚤어진 진의 모습을 살려낸 강하늘, 거기에 세 남자배우들 사이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 강한나의 연기가 돋보인다.

또한 ‘순수의 시대’는 미술적인 볼거리들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작품을 위해 신경질적인 근육을 만들어낸 신하균의 몸매와 역사적 고증을 마친 조선시대 초 패션들까지 영화의 재미를 도울만한 부분이다. 이달 5일 개봉. (사진제공: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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