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제네바모터쇼의 특징을 한 마디로 압축하자면 '영역 파괴'다. 세단과 SUV에 치중했던 메르세데스 벤츠가 SUV와 쿠페를 접목시킨 GLE로 시선을 끌었고, BMW는 2시리즈 그란 투어러로 시선을 끌어 모았다.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품 확장은 그간 전문성을 고집해 왔던 제조사에게 큰 위협이 아닐 수 없다. 다양한 차종으로 모든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일종의 선전포고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 브랜드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초소형 차를 고집하던 스마트가 미니 컨트리맨을 겨냥해 4인승 '포포(forfour)'를 전시했고, 실용적인 제품 만들기를 지켜왔던 폭스바겐은 스포츠쿠페 컨셉트 GTE로 고성능 이미지를 강조했다. 이른바 자동차 시장에 성역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의 영역 파괴는 동력계다. 한 때 자랑처럼 드러냈던 'EV, 하이브리드' 등의 용어는 이제 찾아보기 어렵고, 최근 주목받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또한 특별함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일반 내연기관차에 자연스럽게 섞였다. 실제 기아차가 스포츠스페이스 컨셉트의 동력원이 하이브리드임을 부각시키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물론 2020년부터 ㎞당 95g 이하를 맞춰야 하는 유럽연합 배출규제가 다양한 동력원의 활용을 적극 부추겼지만 효율을 높이려는 제조사의 노력도 결코 헛되지 않았던 셈이다.
세 번째 파괴는 유럽 시장을 겨냥한 중국의 등장이다. 지난해 3세단을 내놨던 쿠오로스가 올해는 SUV를 선보였고, 둥펑샤오캉(DFSK)은 소형 상용차로 처음 유럽 시장에 발을 내딛었다. 그간 앞선 유럽 제조사가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당연시됐다면 중국의 유럽 진출은 그만큼 중국의 기술력이 유럽 장벽을 넘어설 만큼 일취월장했음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이처럼 올해 제네바모터쇼는 과거와 달리 한층 치열해진 상황을 어김없이 보여줬다. 현장에서 만난 현대차 관계자는 "차종 간 영역 파괴와 다양한 동력원이 없으면 유럽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며 "전통적인 흐름인 소형의 고급화도 여전히 관심을 갖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외 주목할 점은 친환경 시대가 가져올 새로운 제조사의 등장이다. 먼저 매년 화제성 넘치는 컨셉트를 선보였던 린스피드는 올해 '버디'라는 자율주행차를 소개했다. 로봇이 스티어링 휠 위치를 자유자재로 바꾸며 미래 시장을 대비했고, 콴트(QUANT)는 EV 스포츠카로 새로운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이른바 스마트카 시대 전환을 앞두고 소규모 자동차회사들의 등장이 앞다퉈 벌어지는 형국이다.
그렇게 본다면 2015 제네바모터쇼의 화두는 영역 파괴에 이어 달라질 미래로 규정할 수도 있다. 다양한 제품, 다양한 동력원, 다양한 국가, 다양한 기업이 자신들의 강점을 부각시키며 미래 사회를 대비한다는 의미다. 올초 CES에 등장했던 각종 스마트 기능이 소리없이 전시차에 적용된 것 자체가 미래는 이미 시작됐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한다.
제네바=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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