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t뉴스 최송희 기자 / 사진 김치윤 기자] 세 번째. 김상경이 형사로 분한 횟수다.
대중들은 스릴러물, 거기에 형사로 등장한 김상경의 모습에 “이번에도 비슷할 것”이라고 지레짐작했다. 하지만 ‘살인의 추억’ 속 인텔리한 젊은 형사를 지나 ‘몽타주’ 고집스러운 형사, 경찰과 피해자 사이에 놓인 ‘살인의뢰’까지. 가만히 그 속을 들여다보면 그가 만들어낸 형사의 얼굴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최근 영화 ‘살인의뢰’(감독 손용호) 개봉을 앞두고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김상경은 이제껏 관객들이 보지 못했던 김상경의 또 다른 형사의 얼굴을 무기로 나타났다.
“전 시나리오를 고를 때, 연기의 변화를 많이 주는 작품을 좋아해요. 한 가지를 두고 여러 모습을 보여주는 게 얼마나 재밌어요. 전국노래자랑처럼 내 재주가 이만큼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죠. 제 흥미 중의 하나였어요. 형사 역할이지만 여러 가지 모습, 살도 이만큼 찌웠다 뺄 수 있다는 것이요.”
개봉 전 만난 김상경은 영화에 대한 ‘정리’를 끝내지 않은 상태였다. “인터뷰를 거듭할수록 이야기를 정리”하고 “빨리 잊으려” 했다. 까닭을 물으니 “배우로서의 틀이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직 혼란스러운 부분이 있어요. 원래대로라면 저는 아내도 있고, 애도 있는 설정이었거든요. 성균이가 나오는 부분도 원래는 반전처럼 작용되는 신이었죠. 그런데 시사회 날 영화를 보고 나니 순서가 완전히 바뀌었더라고요. 영화를 보는 눈이 배우로서의 틀에 갇혀서, 객관적으로 볼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아요. 얼른 그런 걸 비워내고 관객의 눈으로 보고 싶어요.”
그의 답변을 받아 적으며 “그럴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 몇 달간 태수로 살아온 김상경은 “머릿속에 그려놓은 것”과는 생경한 진행 방식에 낯섦을 느꼈다. 새로운 방향과 새로운 룰은 관객에게도 그리고 배우들에게도 신선한 모습이었다.
“나오면서 놀랐어요. 영화를 보면서 정리가 안 되고, 헷갈렸었거든요. 그런데 영화 끝나고 관객분들이 마지막 신을 두고 ‘진짜 잔인하다’는 걸 듣고 화들짝 정신이 들었죠. 딴생각을 하고 있었나 봐요. 나중에 인터뷰하면서 다시 기억나더라고요. 박성웅 씨가 웃는 장면을 보면서 ‘잔인하지 않아? 저 장면 못 쓸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었는데요. 그것도 잊을 정도로 제가 생각이 많았나 봐요.”
극 중 김상경은 연쇄살인마 조강천(박성웅)에 여동생 수경(윤승아)을 잃고 아파하는 태수 역할을 맡았다. 이제까지 우리가 본 김상경의 ‘형사’들과는 달랐다. 태수는 형사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피해자였기 때문이다.
“사고를 기점으로 3년 전과 후의 모습이 명확해서 좋아요. 헐렁한 형사에서 피폐해진 모습까지 한꺼번에 보여줄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죠. 거기에 사회적인 문제를 짚어, 관객들에게 던진다는 것도 좋았어요. 설왕설래가 많은 작품이 아닐까요. 그래서 궁금함이 더 크죠.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기대돼요.”
태수는 감당하기 힘든 사고를 겪은 뒤, 심적인 고통으로 변화를 겪는다. 태수는 경찰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여동생을 잃은 오빠로서의 분노 가운데서 수없이 많은 갈등과 고뇌를 안았다. 이 같은 심리가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난 부분은 그의 외형이었다. 김상경은 빠듯한 촬영 일정에도 열흘 만에 10kg를 감량했다. 그의 피폐한 삶을 표현하기 위함이었다.
“어휴. 이제 다신 이런 거 못해. (웃음) 열흘 만에 10kg를 감량했는데, 원래는 일정 때문에 일주일 만에 체중조절을 해달라는 거예요. 말도 안 된다며 간신히 스케줄 조정한 게 열흘이었어요.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려고 살이 찌고 빠지는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줬죠. 91kg까지 찌고 나니까 몸이 감당을 못하더라고요. 매일 소화가 안 되고 더부룩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뺄 때 되니까 몸이 반가워하더라고요. 5일 만에 7kg가 빠졌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어요. 3kg만 더 빼면 될 것 같은데 안 빠지는 거죠. 여자분들 마음 다 이해한다니까요 저는.”
유쾌하고 명쾌하다. 하지만 그 ‘거침없는’ 언어들은 결코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도, 부정적이지도 않았다. “기자들과의 모든 인터뷰가 즐겁다”는 그에게 “매 시간은 버릴 것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이렇게 보면 영화 ‘하하하’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 같은 유쾌함이 있었고, 또 저렇게 보면 ‘살인의 추억’ ‘몽타주’ 같은 진지함이 있었다. “진지한 김상경과 유쾌한 김상경 중 어떤 게 당신의 모습이냐”고 물었더니 그는 “두 가지 모습 다 나”라고 답했다.
“배우는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게 아니라 본인에게 있는 어떤 면을 극대화 시키는 거라고 생각해요. 전 유쾌한 성격을 가졌고 재밌는 작품도 많이 했죠. 그런데 한 쪽으로는 진지하고 무거운 모습도 분명 있어요. 그러니까 검사, 의사, 세종대왕 같은 것도 해낸 거죠. (웃음) 사람들은 진지한 제 모습보다는 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가 더 저답다고 하긴 해요.”
두 가지 모습 모두 김상경의 얼굴. 이따금 맞닥뜨리는 모든 면면이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게 다가왔다. “재밌는 성격이시니까 밝은 역할을 할 때 에너지 소모가 더 적으신가요?” 기자의 물음에 그는 “다 똑같이 재밌다”고 말했다.
“‘가족끼리 왜 이래’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등은 그거대로 에너지가 있어요. 똑같은 중압감이죠. 웃기기만 해서는 안 되니까요. 중심을 잡아야 하는 부분이 있어요. 갑자기 얘기를 하다 보니 진지함과 유쾌함을 중탕하는 작품이 해보고 싶어졌어요. 오, 좋네요. 그거. 키다리 아저씨 같은 느낌 있잖아요. 재밌고 유쾌한 데 까부는 거 말고. 기분 좋은 그런 캐릭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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