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율주행자동차를 운전하는 것 자체가 불법이 될 수 있다."
전기차로 유명한 테슬라모터스의 CEO 엘론 머스크가 최근 캘리포니아 산호세에서 열린 그래픽 컨퍼런스에 참석해 남긴 말이다. 그는 사람의 인지적 판단보다 기계의 자율적 운행이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데, 현재 기술적 문제가 거의 해결됐다는 점에서 사람의 운전 자체가 불법인 날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미래를 앞서 대비해 온 인물로 머스크가 꼽힌다는 점에서 그의 말에는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머스크의 예단은 어디까지나 자동차를 움직이는 운송 수단에만 한정했을 때 그렇다는 의미다. 그런데 자동차의 기본 목적이 편리한 이동 수단임에 비추면 자율주행차가 운전하는 게 사람보다 안전하다는 말은 설득력이 높다. 게다가 자율주행차 시대를 외치는 미래학자들은 흔히 말하는 교통약자를 위해 자율주행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기술 발전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앞당기는 게 아니라 교통사고 0%를 위해 자율주행차가 반드시 등장할 수밖에 없는 필연적 조건을 구비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머스크의 말대로 사람의 운전이 불법이 되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무엇보다 운전 자체를 즐기려는 이들에게 적지 않은 불만이 생기게 된다. 이 경우 적절한 공간을 마련해 준다면 욕구는 해소될 수 있다. 또 다른 변화는 자동차회사의 평준화다. 제 아무리 고성능 스포츠카를 만들어도 운전 자체가 불법이면 성능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결국 이 때는 자율주행의 완벽성이 차별적 요소로 떠오르기 마련이다. 결국 새로운 기술 주도력이 시장을 지배한다는 의미다.
물론 사회적인 변화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대중교통 수단인 택시의 필요성이 사라지며, 대리운전이라는 직업 세계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 사고가 크게 줄어 보험료도 낮아질 수 있고, 자동차 간 통신이 접목되면 사람의 인지적 반응을 고려해 설계된 안전거리 등도 짧아질 수 있다. 이외 교통사고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물론 의료비도 아낄 수 있다. 비용적 측면에서 사람의 운전보다 훨씬 나은 셈이다.
그러나 머스크의 예측이 그대로 적용돼도 역시 최후의 판단은 결국 사람의 몫이다. 자율주행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운전 주도권이 사람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어서다. 그러니 운전 자체가 불법이 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자율주행 기능의 사소한 오류를 발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안전 면에선 자율주행이 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인간의 원초적인 본능과 이를 대신하려는 기계문명의 충돌은 자동차라고 예외가 아니다. 사람의 운전, 과연 불법이 될 수 있을까? 미래가 궁금하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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