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제네바공항 청사 옆. 우리 일행은 3박4일을 소화할 든든한 짐꾼을 기다린다. 성인 남자 3명과 20㎏은 족히 나가는 여행가방 4개, 백팩 3개를 싣고 4일간을 함께 할 것이다. 과연 어떤 짐꾼이 우리에게 다가올까? 바로 폭스바겐의 7세대 골프 바리안트 1.4 TFSI다. 1.4ℓ 터보엔진과 6단 수동기어의 조합으로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을 넘나드는 일정을 소화한다.
유럽에서 골프는 한국의 김치와 같은 존재다. 그만큼 대중적이고 주위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차다. 해치백이든 왜건이든 실용성과 편리함을 간직하고 몇 세대를 거쳐도 항상 기본에 충실한 자세는 늘 변함이 없다. 차를 매일 이용해야만 하고 좁은 유럽 도시의 시내 도로를 운행하는 입장에서 적어도 자동차로 스트레스를 받는 일은 없어야 한다.
▲디자인
전면부는 7세대 골프 해치백과 유사하다. 해치백인 일반 골프와 달리 넉넉한 트렁크 공간이 큰 차이점이다. 전면부에는 주간주행등이 있고 헤드램프는 할로겐 방식이다. 뒷모습은 D필러 앞 유리창이 왜건인 것을 암시한다. 외부 전등이 대부분 전구방식이지만 번호판등은 그나마 LED다.
멀리서 옆을 보면 파사트 바리안트와 얼핏 유사해 보이지만 사이즈가 전체적으로 작은 느낌이다. 하지만 이전 세대의 골프 바리안트보다 다소 커졌기에 외모에서 작은 차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다. 타이어는 3월이지만 아직 눈이 있는 곳이어서 겨울용이 장착되어 있다. 유럽 렌트카 규정에 겨울시즌은 필히 겨울용 타이어를 선택하도록 되어 있어서다. 이런 자동차 문화는 한국에서도 정착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부분이다.
실내는 골프와 동일한 형태의 센터페시아와 대시보드, 스티어링 휠이다. 시트는 직물이고 선루프가 없는 기본형이다. 하지만 기본 안전장비(에어백, 주행안정성 프로그램)에 ISG(아이들 스탑 앤 고), 오토홀드, 전자식 파킹브레이크 기능까지 장착돼 있다. 수납공간은 컵홀더와 각 도어의 포켓으로 준비됐고, 트렁크가 일반 해치백 골프에 비해 큰 것이 장점이다.
▲성능
심장은 1.4ℓ 가솔린 터보다. 배기량이 크지 않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의 힘을 내고 필요한 만큼의 연료만 먹는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필요한 만큼’의 설계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수준이 다르니 제작사에서도 고민을 많이 한다.
성능이 적당하다고 느낀 배경은 서울에서 타본 골프 해치백 자동변속기 덕분이다. 그 때와 비교해 1.4ℓ지만 일반 주행에 부족함이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사용을 위해 1.4ℓ라는 배기량이 현재 기술로는 적당하다고 판단됐다. 게다가 과거 포니의 1.4ℓ를 생각해보면 30년 전 1.4ℓ와 지금의 1.4ℓ는 큰 차이가 있으니 말이다.
주행은 시내와 시외를 고루 섭렵했다. 그리고 시내는 그야말로 혼잡도 경험했다. 제네바모터쇼 기간 중에는 서울시내보다 더한 교통 체증이 있는 곳이 바로 제네바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은 물론이고 오르막 내리막길이 연신 반복된다. 신호등이 녹색으로 변환돼도 2대의 차가 지나가면 다시 붉은색으로 바뀐다.
이런 환경에서 수동변속기 조작은 꽤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공회전방지장치(ISG) 및 오토홀드 기능으로 큰 불편함이 없었다. 수동변속기여서 시동이 꺼져도 다시 클러치를 밟으면 시동이 켜진다. 언덕길에선 오토홀드 기능이 뒤로 밀리는 것을 방지한다. 초보 운전자의 수동 운전 두려움을 보조 기능으로 보완해 누구나 손쉽게 수동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구비했다. .
체류 기간 중 주행거리는 약 700㎞에 달했다. 시내는 100㎞ 정도였고, 나머지는 고속도로였다. 고속도로 정속주행 시 약 ℓ당 20㎞를 상회하는 효율이 측정됐다. 반면 시내에서는 9-11㎞ 정도로 떨어졌다. 결국 시내외 등 700㎞ 주행에 40ℓ 가량 연료를 소비했다. 차를 받고 트립 리셋 후 19㎞정도 나왔지만 일행이 운행한 환경에서 실제 복합연비는 약 17~18㎞/ℓ로 여겨졌다.
▲총평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안시 사이 국경 고속도로는 대체적으로 평균 속도가 시속 130㎞ 정도다. 한국 고속도로 운전(100~120㎞/h)에 익숙한 필자로선 경쾌한 운전을 해야 했다. 또한 스위스 제네바와 프랑스 샤모니 지역을 오가는 고속도로는 직선과 완만한 곡선, 산으로 올라가는 산악지형이다. 그리고 제네바 시내는 상당한 교통 체증 구간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골프 바리안트는 너무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충분한 성능을 발휘하고 충분한 만큼의 연료를 소모했다. 필자는 이번에 시승한 골프 바리안트에서 독일 스타일의 실용성과 합리주의를 직접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 유럽인들의 작은 차와 해치백, 왜건 선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인상 깊은 감명을 받았다는 의미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이화여대 건축공학과 교수)
사진/폭스바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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