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밴드 슬로우 베이비, 느림의 미학 그 따뜻함

입력 2015-03-30 08:08  


[bnt뉴스 김예나 기자] 여기 한 소년이 있다. 우울과 불안, 외로움과 고독으로 가득 차 있는 소년이다. 헌데 그 소년, 잊히는 게 두렵단다. 이별 역시 이겨내지 못하겠단다. 그래서 그 마음, 노래로 담았다. 더 이상 피하지만은 않을 거라면서.

“앨범 전체적인 분위기가 밝은 편은 아니에요 어딘가 불안하고 외롭고 힘들어 하던 소년의 이야기니까요. 그런데 앨범을 쭉 들어보면 점점 밝아져요. 완벽히 치유 받은 건 아니지만 적어도 이제는 극복할 수 있을 거란 메시지를 전하고 있어요.”(김홍용)

최근 밴드 슬로우 베이비(Slow Baby) 첫 정규 앨범 ‘페이지 앤 스케치(Pages & Sketches)’ 발매 기념 인터뷰를 위해 bnt뉴스가 그들의 합주실을 찾았다. 향하던 길 내내 이어폰에서 들리던 그들 음악의 낭만이 깃들어서 일까. 유난히 따뜻하고 아련한 감성 일색의 대화가 오고가던 시간이었다.

지난 2010년 처음 결성된 슬로우 베이비는 김홍용(기타), 안중산(보컬), 백형(베이스), 신의성(드럼)으로 구성된 지 1년 남짓 된 4인조 밴드다. 6년 차에 접어든 밴드지만 그간 숱한 멤버 교체 등 첫 앨범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지금 멤버가 구성되기 직전, 밴드가 공중분해 됐을 때는 잠정적으로 해체까지 생각했어요. 더 이상 음악을 하지 않겠다는 생각까지 했을 정도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 사생결단 했어요. 음악만 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밖에 없을 것 같더라고요.”(안중산)

■ 사생결단, 그 마음 하나로

그렇게 “사생결단”하는 마음을 담은 첫 정규 앨범 ‘페이지 앤 스케치’는 멤버 김홍용의 소울(Soul)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이다. 김홍용은 작사, 작곡은 물론 전체적인 앨범 콘셉팅부터 각 곡의 디렉팅까지 총괄적인 책임을 맡았다. 이 같은 배경에는 김홍용에 대한 멤버들의 절대적인 신뢰와 지지가 뒤따랐기에 가능했다.

“6년이란 시간동안 (김)홍용이의 곡들을 봐왔잖아요. 무엇보다 제가 홍용이가 만든 곡을 정말 좋아해요. 그래서 앨범 작업 전부터 홍용이의 모든 곡을 담아보자고 이야기를 했어요. 고맙게도 홍용이도 그 의견을 받아들여줬고요. 자기 색깔을 앨범이라는 작은 공간 속에 펼쳐내기가 쉽지 않을 텐데 정말 신경을 많이 쓴 걸 알아요.”(안중산)

“슬로우 베이비 합류 전 이들의 음악을 들어봤기 때문에 신뢰가 있었어요. 1집 정규 앨범이라서 부담도 컸을 텐데 전체적으로 각 곡들의 짜임새를 잘 살려냈어요. 홍용이는 사물을 볼 때 다르게 보는 눈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타고난 재능이라고밖에 말 못 하겠네요.”(신의성)

멤버들의 칭찬이 쏟아지자 김홍용은 어색한 듯 웃음 지었다. 그는 “제가 프로듀서 입장에서 의도했던 방향은 인디 밴드 음악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싶었다. 가요를 듣는 일반 리스너들 역시 자연스럽게 우리 음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운드를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 절실함, 그 시너지

더불어 멤버들의 “절실함”은 앨범의 높은 완성도는 물론 시너지를 배가시키는데 상당한 요인을 차지했다. 앞서 안중산이 언급했던 “사생결단”라는 말처럼, 이들은 제각각 이번 앨범에 단단한 각오로 임했으리라.

“앨범 작업하는 3개월 동안 백수들이었어요. 지금이야 공연 일정도 많고 각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말이에요.(웃음) 당시 하루에 8시간 이상씩 합주실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그만큼 각자 목이 말랐던 거고, 저 역시 무언가에 쏟아 부을 곳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열심히 했어요. 그렇게 함께 다듬고 만들어가다 보니 어느 순간 ‘이렇게 하면 뭐가 되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신의성)

“앨범 작업 활동만 하던 시절, 다른 밴드들의 세션으로 활동 했어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지인도 있었고 소개도 많이 받았죠. 그러면서 더 큰 꿈을 키웠어요. 언젠가 슬로우 베이비 곡들로 무대에 오를 날도 그렸고요. 할 수 있는 만큼 정말 열심히 작업을 했던 것 같아요.”(김홍용)

인터뷰가 진행될수록 멤버들의 끈끈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물론 이따금씩 싸우기도 하고, 서로의 의견이 충돌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는 단 하나의 목표, 슬로우 베이비로서 무대에 서서 그들의 노래를 많은 이들에게 들려주고픈 꿈이 있었다.

“사실 홍용이 곡들이 보컬 지향적이지가 않아요.(웃음) 제가 보컬 한 키만 낮춰주면 안되느냐고 묻는데 그러면 또 그 감정이 안 산대요. 그래서 가끔 싸우기도 했죠. 그런데 언제부턴가 저 역시 홍용이 의견에 이 악물고 따르게 됐어요. 홍용이가 표현하고 싶은 콘셉트를 최대한 표현하기 위해서 즐기면서 감정 이입 했죠.”(안중산)

“솔직히 처음에는 감정적인 면을 이해하기는 쉽지가 않았어요. 가사에서 전해지는 추상적인 의미가 완벽하게 와 닿지를 않았죠. 대신 각 곡들의 느낌을 받아들이기로 했어요. 모나지 않고 잘 묻히게 표현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러면서 전체적인 색깔 역시 맞춰진 것 같아요.”(백형)

■ 첫 쇼케이스, 그 짜릿한 감동

그리고 드디어 네 사람의 첫 목표가 이뤄졌다. 바로 1집 앨범 발매 기념 단독 쇼케이스를 가졌던 것. 공연장 섭외부터 홍보, 굿즈 제작 등 멤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발로 뛰며 일궈냈다는 쇼케이스는 슬로우 베이비에게 “짜릿함” 그 자체였다.

“정말 저희가 모든 걸 다 했어요. 물론 지인 분들의 도움이 없이는 가능하지 않았겠지만 말이에요. 슬로우 베이비의 모든 걸 다 보여주는 자리다 보니까 정말 기분이 죽였어요.(웃음) 어쩌면 속이 후련하다는 느낌이 가장 잘 맞는 것 같네요.”(김홍용)

“저희 네 사람이 모여서 4번의 계절을 보낸 후 가진 시간이었어요. 앨범의 성공이나 실패 여부를 떠나서 슬로우 베이비만의 단독 공연이라는 의미가 컸죠. 거기에 저희가 예상했던 최대 관객 분들이 와주셔서 기분이 정말 폭발할 것 같았어요.”(안중산)

“연예인이 된 것 같았어요.(웃음) 사인을 그렇게 많이 할 줄도 몰랐고요. 개인적으로 의미 있었던 점은 쇼케이스 당일이 제가 슬로우 베이비 합류한지 만으로 딱 1년 된 날이었어요. 그래서 더욱 의미가 컸고요. 한 가지 이야기를 더하자면 그날 제가 행운권 추첨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설마 이 번호까지 왔겠어’ 하는 번호까지 관객이 있어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나요.”(신의성)

■ 슬로우 베이비, 서로의 의미

마지막으로 슬로우 베이비 멤버들에게 서로의 의미를 물었다. 이번 인터뷰에서 가장 백미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훈훈함이 넘치는 순간이었다. 네 명의 남자들에게는 꽤나 오글거릴(?) 질문일 법도 하건만 진지하게 서로에 대한 생각을 털어놨다. 

“한 사람 한 사람 정말 소중한 동생이에요. 슬로우 베이비 합류 전에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지만 저로 하여금 강한 애착심을 들게 하고 무언가 기대할 수 있게 만든 첫 번째 팀이에요. 또 제가 멤버들이랑 나이 차이가 나는데도 선입견 없이 마음껏 드럼 칠 수 있게 해 줬고요. 무엇보다 제 동안의 원천이 아닐까 싶네요.(웃음)”(신의성)

“홍용이는 정말 오랜 시간 함께 한 친구에요. 슬로우 베이비로서 기대 가도 좋고, 업혀 가도 좋아요. 묻혀 가면 더 좋겠죠.(웃음) 백형은 상당히 변함없는 사람이에요. 저희 음악적 스펙트럼의 폭을 넓히는 데 정말 도움을 많이 주고요. (신)의성 형은 밴드에 뒤늦게 합류해서 힘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가장 형답게 자리를 채워주는 구심점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서 고마워요.”(안중산)

“우선 리더 홍용이는 동생인 걸 떠나서 제가 정말 믿고 따라갈 수 있는 친구예요. 의성이 형은 제가 갖고 있는 음악적 벽을 허물어뜨릴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준 사람이고요. 중산은 슬로우 베이비의 음악적 색깔을 대변하는 보컬이라 생각해요.”(백형)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로 유쾌한 시간이었다. 꽤나 늦은 시간 진행된 인터뷰임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끝날 줄 몰랐으니 말이다. 슬로우 베이비는 끝 인사를 나누며 “꼭 공연을 보러 와야 한다. 우리 음악은 라이브 공연에서 진짜를 볼 수 있다”고 당부했다. 그들의 가슴 따뜻한 감성과 아련한 무언가를 더욱 기대케 하는 대목이었다. (사진제공: 슬로우 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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