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스물’ 이준호, 배우의 얼굴

입력 2015-04-01 11:53  


[bnt뉴스 최송희 기자] 딱 그 나이 또래의 고민.

모나지 않은 얼굴에는 수십 가지의 표정이 서려있다. 친구들 사이로 드러나는 말간 웃음을 지나, 홀로 남았을 때의 우울, 미래에 대한 걱정과 가족에 대한 무게까지. 스크린 속 이준호에게는 딱 그 나이 또래 남자 아이 같은 얼굴이 있었다.

그만큼 동우(이준호)는 우리의 과거, 우리의 현재와 가장 닮아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숨 쉬는 것이 목표”인 치호와, 대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스펙을 쌓는 경재와는 달리 동우는 더 현실적이고 원초적인 것을 고민한다. 아주 가깝게는 저녁밥에 대해, 조금 더 멀게는 꿈에 대해서.

최근 영화 ‘스물’(감독 이병헌) 개봉 전 한경닷컴 bnt뉴스와 만난 이준호는 양 갈래 길 앞에 선 스무 살 동우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 했다.

체감상 인기가 대단하다. 주위에서 기대도 큰 것 같은데

오히려 저는 좀 담담하다. 촬영을 끝냈고, 다 만들어놓은 상태니까. 이후에는 관객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판단도 반응도 모두 그분들의 것이니까. 일단 그런 반응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편이다. 김칫국 안 마시는 스타일이랄까.

실망할 거리를 모두 배제하겠다는 건가?

그렇다고 아예 기대를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웃음)

또래들과 호흡을 맞췄다. 선배들과 일하는 것과는 또 달랐을 것 같다

선배들과 있을 땐 더 긴장을 많이 했었던 것 같다. ‘스물’은 편안한 현장에서 편안한 캐릭터를 가지고 연기했다면 ‘감시자들’이나 ‘협녀’ 같은 경우는 긴박한 느낌을 가지고 촬영을 했어야 했다. 그래서 ‘스물’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연기했고, 친구들이라서 편하게 대했던 것도 있다. 보통 기싸움 같은 게 있을 수도 있는데 우리끼리는 그런 게 없었다. 고등학교 친구들처럼 이건 어때? 저건 어때? 묻기도 했었고.

사실 동갑내기라고 하기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지 않나. 89년생 김우빈은 90년생들과 친구를 안 한다고 말해왔지 않나

그렇긴 하다. 제가 빠른 연생이라서. (웃음) 그런데 다들 친구 하기로 했다.

김우빈이 말하기를 본인은 학번제라고 하더라. 다들 같은 학번이라서 가능한가보다

(폭소) 그런가 보다. 학번으로 따지면 우린 다 친구다. 그런데 하늘이 때문에 꼬였다. 우빈이가 하늘이에게 ‘너 걔한테 누나라고 하지? 걔 나랑 친구야 인마’라고 따진다던가. 유비도 90년 생인데 꼬박꼬박 오빠라고 부르게 한다. 그 부분은 저도 철두철미하다. (웃음)

극 중 동우는 세 캐릭터 중, 가장 일반적이고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였던 것 같다

그렇다. 저도 좋았던 것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라는 점이었다. 현실성이 있지 않나. 그 나이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어하고. 비일비재하고 공감도 많이 갔다. 그런 공감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어떤 것이었나?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에서 연애에 대한 부분들이 그랬다. 중간에 혼자 옥탑방에 앉아서 좋아하는 애에게 문자가 왔는데 답장도 못하고, 먼 산만 보지 않나. 결정을 내리지 못하겠고 어떻게 할 수도 없는. 그런 것들이 일상에서도 흔히 느낄 수 있는 감정들 같았다.

그것도 그렇지만 학원비를 못 내서 쩔쩔매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아, 그 장면. 피하고 싶고 모른 체 하고 지나가다가 걸렸을 때 그 무안함 같은 게 있었다. ‘아 예 언제까지 낼 게요’라는 민망함을 동우의 귀여움으로 살린 장면인 것같다. 힘든 상황에서도 굴하지 않는 그런 거.

세 인물 중 가족들과의 이야기도 가장 깊다. 그래서 친구들 앞에서의 동우, 가족들 앞에서의 동우를 한 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 모습이 다르다는 것 또한 실제 우리의 모습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엄마 앞에서 애정 표현 못하고 부끄러워 하니까. 뭔가 그럴 때인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부분에서 저는 동우와 달랐다. 어릴 때부터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있었다. 부모님이 맞벌이를 하셔서 집에 자주 안 계셨다. 엄마의 일터에 놀러가고, 간혹 집에 가족들이 있으면 애정표현을 많이 했다.

그럼 가족에 대해서는 동우를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동생이 준 반찬을 냉장고에 넣는 신이 있다. 혼자 생각했을 때, 그 장면이 너무 슬펐다. 엄마가 내 통장에서 돈을 빼서 썼는데 그것 때문에 종일 울었다니. 그래서 더 다운된 분위기와 딥한 감정을 가지고 연기했다. 그런데 이 아이는 그냥 스무 살이고 내가 가진 애틋함과는 다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면 슬펐겠지만 동우라면 슬프지 않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그 상황이 익숙하고 오히려 짜증을 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나이를 먹고, 스무 살을 연기하려다 보니 오류가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지나고 보니 그 감정에 대한 미화를 할 수도 있지 않나

나이를 먹다 보니까 라기 보다는 일찍이 깨달은 게 많아서.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눈치 밥을 먹고, 분위기를 읽어야 하고…. 사회생활을 일찍 해서 평범한 스무 살이 가졌던 생각 같은 걸 잘 몰랐다. 그래서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했다. 주위 친구들을 보면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데 현실에 부딪치고 그런 모습들을 떠올렸다.

친구들 사이에서 이준호는 치호, 동우, 경재 중 어떤 친구의 모습인가?

모임마다 다르다. 어느 순간에는 분위기를 리드하는 치호 같다가도, 그냥 동우나 경재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런데 동우에 가까운 편인 것 같다. 극 중에서도 아래쪽 중심을 잡아주고 친구들의 이야기에 동조해주고.

스물여섯 살 이준호가 본 스무 살 치호, 경재, 동우의 모습은 어땠나?

저런 병신들. (웃음) 귀여웠다. 그런 실수들이나 오류 같은 것들이 마냥 귀여웠다.

무대 위에서나 ‘감시자들’ 같은 경우에는 멋진 연기를 보여줬었는데. 이번엔 망가지는 모습이 꽤 많았다. 현타(현실자각타임)가 온 순간이 있었나?

현타는…. (웃음) 머리를 2대 8로 다듬을 때. 분장실에서만 잠깐 느꼈다. 현장에서는 다들 그 머리를 좋아해줘서. 다들 막 웃더라. 그 머리를 하고 심각한 대사를 할 땐 다 내려놓는 느낌이었다. 2PM이고 뭐고 신경 쓸 것도 없었다.

스무 살은 지났고 몇 년 뒤면 서른 살이 된다. 서른 살에 이뤄놓고자 하는 걸, 미리 말해본다면?

성지순례 같은 건가?

그렇다. 성지순례 하는 셈으로. 서른 살의 이준호가 다시 볼 수 있도록

배우 이준호의 모습으로는…. 믿고 보는 배우까지는 아니어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저 배우 나오는 건 괜찮아, 궁금한데? 한 번 보러갈까 정도. 믿고 보는 배우라는 건 오래 내 연기를 보여드려야 하는 건데, 서른 살까지는 그게 어려울 것 같다. 그러니 호기심을 유발하는 정도? 그 정도가 좋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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