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7인승 MPV 카렌스가 진퇴양난에 빠졌다. 국내에서 좀처럼 입지를 넓히지 못하고 있어서다.
3일 기아차에 따르면 카렌스는 지난 2013년 4월 판매를 시작했다. 출시 초기 월 1,500대에 이르는 높은 판매대수로 기아차의 효자차종으로 떠올랐다. 유럽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덕분에 국내에서도 디자인으로 관심을 모아 2013년 7,594대가 팔린 것. 그러나 지난해 카렌스의 성적은 신통치 않다. 월평균 340여대, 연간 판매 4,090대로 전년에 비해 반토막이 났다. 올해 역시 1월 318대, 2월 305대에 그쳤다.
카렌스의 부진은 경쟁차인 쉐보레 올란도의 선전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올란도는 신형 카렌스와 맞붙은 2013년 1만6,252대로 압도했다. 지난해에는 1만9,695대를 판매해 2013년 대비 21.2% 상승, 판매가 줄어든 카렌스를 크게 따돌렸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은 상황에서 희비를 가른 결정적 이유로는 크기가 꼽힌다. 올란도에 비해 카렌스의 차체가 작아 실용성을 강조한 MPV로선 약점이라는 것. 이는 두 차가 주력하는 시장이 다르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라는 게 업계 견해다. 올란도의 경우 큰 차체를 선호하는 미국 스타일이고, 카렌스는 유럽차의 컴팩트한 구조를 갖고 있다. 실제 카렌스는 길이 4,525㎜, 너비 1,805㎜, 높이 1,610㎜, 휠베이스 2,750㎜로, 올란도보다 140㎜ 짧고, 30㎜ 좁으며 25㎜ 낮다. 휠베이스도 10㎜ 차이난다.
이런 이유로 기아차 내부에선 '카렌스 롱 휠베이스'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크기면에서 올란도를 이겨야 판매도 늘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수출 위주의 상품특성 상 생산제품 이원화는 생산효율을 떨어뜨릴 수 있어 최종 불발됐다. 결국 줄어든 판매실적에 따라 국내 판매 역시 주문이 들어오면 만드는 주문생산방식으로 전환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판매제품의 삭제는 있을 수 없어 카렌스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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