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젊은이를 위한 자동차 세레나데

입력 2015-04-06 08:59   수정 2015-04-06 08:59


 해질 녘 사랑하는 여성을 바라보고 노래를 부르는 남자의 마음은 온통 구애뿐이다. 자동차 구매를 고민하는 젊은이를 애타게 바라보는 자동차회사의 유혹도 마찬가지다. 젊은이를 위한 세레나데를 제대로 연주하지 못하면 미래가 불투명해진다.






 "20대가 외면하면 30대도 고개를 돌리고, 30대가 관심을 끊으면 40대를 잡기도 어렵다." 세계 자동차 시장에 전설처럼 통하는 진실이다. 자동차 주 수요층인 40대의 주목을 받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40대의 선택을 받으려면 20대부터 공을 들여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20-30대의 중요성이 배가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자동차 수요 감소다. 이웃 나라 일본은 1964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자동차 보유대수가 줄었다. 일본 총무성에 따르면 지난 2009년 세대 당 자가용 보유대수는 1,414대(1000세대 기준)로 5년 전인 2004년보다 2.2% 감소했다. 특히 50세 이하의 자동차 보유는 모두 하락했다. 미국과 유럽도 예외는 아니다. 젊은층, 특히 20-30대의 자동차 구매율은 해마다 떨어지는 추세다.

 이유는 단순하다. 실업률 증가로 구매력이 떨어진 데다 대중교통의 비약적인 발전이 자동차를 꺼리게 만들었다. 핵가족화에 따른 20-30대 인구 감소, 가파르게 치솟는 기름 값 등도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가장 뚜렷한 원인은 즐거움의 대체다. 자동차를 통한 재미 추구에 더 이상 집착할 이유가 사라졌다. 대신 스마트폰 또는 게임에 많은 시간을 쏟는다. 자동차경주만 해도 실제 관람객과 관심을 떨어지는 반면 자동차경주 게임 이용자는 증가했다. 실전에서 목숨 걸고 운전하는 것과 비교하면 실내 게임이 훨씬 안전하고 재미를 느낀다는 방증이다. 

 지난 2012년 4월 미시간대학 교통연구소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1983년부터 2008년 사이 16세부터 39세 미국 인구의 운전면허 소지자 비율은 대폭 감소했다. 특히 1983년 17세 청소년 중 운전면허 소지자 비율은 69%였지만 2008년에는 50%로 줄었다. 20-24세는 1983년 92%에서 2008년 82%로 축소됐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경찰청에 따르면 국내 운전면허 신규 취득자 가운데 25세 이하 비중은 2005년 19.2%에서 2010년 13.9%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해당 연령 비중은 6.4%(2005년)에서 7.5%(2010년)로 높아졌음에도 운전면허 취득자는 감소했다.
  
 젊은 층의 자동차 기피 현상은 판매에 여과 없이 반영됐다. 2010년 국내 자동차 구매자 중 20대 비중은 12.4%였지만 이듬해는 12.2%로 떨어졌다. 쌍용차만 예외적으로 20대 비중이 8%에서 10%로 늘었지만 당시 코란도 C 출시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었을 뿐 젊은 층의 수요 감소 흐름은 현재 진행형이다.  

 젊은 층의 수요 감소는 자동차회사의 제품전략까지 바꾸고 있다. 소형차의 고성능, 그리고 고급화를 이끌어 내고 있다. 소형 SUV도 예외는 아니다. 그만큼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소형차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추세다. 토요타가 소형 브랜드 사이언의 제품 다변화를 추구하고, 벤츠도 A클래스의 AMG 튜닝으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BMW는 1시리즈 파생 차종으로 시장에 대응 중이며, 쉐보레도 스파크 신형과 아베오 RS 등으로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통상 자동차가 활황일 때는 중대형 소비가 시장을 주도하지만 불황일 때는 중소형이 견인차 역할을 한다. 그러나 전제는 어디까지나 제품 다변화다. 젊은 층의 기호는 40-50대 만큼 단순하지 않아서다. 따라서 그들의 취향을 맞추는 일은 '전쟁'이나 다름없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면 트렌드 파악이 먼저이고, 그러자면 젊은 층의 일상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젊은 소비자를 위한 세레나데가 절실한 배경이다.

 권용주 선임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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