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한국서 꿈꾸는 아우디폭스바겐제국, 진정성 가져야

입력 2015-04-07 08:30   수정 2015-04-07 10:02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가 지난 2월 람보르기니 수입 판매사인 참존임포트로부터 수입권을 넘겨받았다. 그러나 신차 마케팅과 홍보, 소비자 관리 등은 여전히 참존임포트가 유지한다. 일반적으로 수입사가 마케팅과 홍보 등을 맡는다는 점에서 이번 AVK의 반쪽짜리 수입권 확보에 안팎의 관심이 적지 않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AVK는 폭스바겐그룹의 글로벌 조직도와 사뭇 다른 기형적 구조를 보유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은 폭스바겐 브랜드를 중심으로 산하에 아우디 등 계열사를 포함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폭스바겐보다 먼저 출범한 아우디코리아가 우월적 지위를 지닌다. 현재 요하네스 타머 사장이 아우디코리아 대표이자 폭스바겐그룹 계열사인 아우디, 벤틀리 등을 총괄한다.  

 이전에도 AVK는 벤틀리코리아를 출범하며 산하 브랜드로 영입한 바 있다. 벤틀리는 2006년 7월부터 참존오토모티브가 공식 수입, 판매하다 2008년 국내 법인체제로 돌아섰다. 현재 팀 맥킨레이 일본 지사장이 벤틀리코리아 사장을 겸하고, AVK 임직원이 폭스바겐과 함께 벤틀리의 수입 및 통관을 담당한다. 참존오토모티브는 단일 판매사로 남았다. 사실상 국내에 상주하는 벤틀리 담당 임원이 없는 셈이다.  

 

 판매대수가 많지 않은 슈퍼카 브랜드는 진출 초기 판매사가 수입사 역할을 수행한다. 그러다 어느 정도 시장에 안착하면 본사가 직접 관리하는 게 일반적이다. 물량 수급이나 의사결정 단계를 줄여 시장을 보다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어서다. 더불어 신뢰성과 안정성, 책임감을 바탕으로 한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도 이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AVK가 산하 브랜드를 편입하는 과정에선 배려나 의무감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람보르기니의 수입선을 변경한 과정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진다. 단순히 수입권만 이양했다는 점에서 갑의 지위를 이용해 달콤한 기득권만 취득하겠단 심산으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실제 AVK에 수입 주체로서 책임을 져야 할 람보르기니 담당 임직원은 한 명도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AVK에 편입되지 않은 브랜드는 포르쉐와 두카티, 만트럭 등이다. 이 중 포르쉐와 만트럭은 각각 국내 독립법인이 진출한 상태다. AVK는 지난해 포르쉐코리아 출범 당시에도 흡수를 위한 물밑작업을 활발히 벌였다는 게 업계 후문이다. 포르쉐코리아에 레이싱홍과 같은 거대 자본이 관여되지 않았다면 일찌감치 AVK 산하 브랜드가 됐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고성능 모터사이클업체인 두카티 역시 편입설이 꾸준히 제기된다. BMW그룹의 모터라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서다. 



 글로벌 그룹이 자회사를 함께 관리하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다. 각 브랜드가 별도로 국내 법인을 세우는 것보다 일정 부분을 공유, 시너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힘든 시기에 시장을 키워 온 공식 수입 판매사에게 일방적인 갑의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된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이미 짜여진 시장에 들어올 땐 주어진 기득권과 함께 책임과 의무도 질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거대한 제국이 무너지지 않는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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