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자인은 분야를 불문하고 가장 중요한 구매 요소로 작용한다. 소비자가 제품을 접할 때 그 어떤 것보다 첫 인상을 결정짓기 때문이다. 그 중 자동차 디자인은 '산업디자인의 꽃'이라 칭할 정도로 복합적이고 난해하다. 때문에 국내의 일반적인 디자인 학사 과정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이들이 해외 유학을 떠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그러나 지난해 자동차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학과가 국민대학교에 개설돼 디자이너 지망생들의 진로 모색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과거와 달리 풍부한 실무 경험의 교수진이 확보되면서 굳이 해외로 나갈 이유가 크게 줄어서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개설된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송인호 교수도 그 중 한 명이다.
![]() |
송 교수는 현역시절 기아차 오피러스 부분변경, K7 디자인, GM 볼트 컨셉트 및 캐딜락 ELR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다양한 실무 경험과 소통을 바탕으로 학생들에겐 아버지 같은 교수로 통한다. 현업에서 곧바로 전환한 덕분에 실무에 유용한 커리큘럼을 수월히 적용할 수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1학년에겐 창의 및 표현력을 키워 기초를 다지게 하고, 2학년부터는 자동차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본격적인 운송디자인을 가르친다. 여기에 '자동차과'와의 협업과 실무 능력을 높이기 위한 수업방식 연구도 한창이다. 모두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기본기를 탄탄히 하기 위함이다.
기본기와 함께 갖춰야 할 자동차 디자이너의 덕목으론 겸손과 인간미를 꼽았다. 실력을 떠나 자만하면 디자인도 함께 가치가 떨어진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특히 그는 "미국의 개인주의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에 비해 한국은 왜곡된 것 같아 안타깝다"며 빗나간 인성교육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 |
교수로서의 목표는 유학 없이도 바로 실무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다. 송 교수는 "기존 국내 과정은 해외의 양질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었다"며 "영국 RCA, 미국 CCS 등 유수의 대학교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포트폴리오를 통해 유학 없이 바로 실무에 진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전했다. 학과가 생겨난 주요 배경이기도 하다.
이를 위해 국내 완성차 업계에 바라는 점은 회사와 학교가 연계된 산학 협동이다. 해외의 경우 현직 디자이너들이 직접 교단에 올라 보안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열린 강의를 펼치지만 국내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그는 "학생과 실무진의 소통은 매우 의미가 있으며, 미래 인재 양성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학생들과의 관계에 있어 '줄탁동시(啐啄同時)'를 강조했다. 알에서 깨어나는 병아리와 이를 보고 밖에서 부화를 돕는 어미닭을 의미한다. 그는 "학생들의 노력만큼 올바른 방향성 제시 수업으로 응답할 것"이라며 "자동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미래 디자이너들이 많이 지원해 달라"고 당부했다. 인터뷰를 마친 저녁의 실습실, 학업에 매진하는 학생들과 서로 소통하는 송 교수의 모습에서 한국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와 교육 철학을 슬쩍 엿볼 수 있었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 [인터뷰]1호 대한민국 자동차정비 명장 "더 배우고 공부해야"
▶ [인터뷰]공학 전공한 여성에게 자동차 세일즈란?
▶ [인터뷰]로페즈, "시트로엥은 팀으로서 완벽 그 자체"
▶ [인터뷰]시트로엥, '좋은 느낌' 디자인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