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쾌한 배우 허태희의 끝없는 공부

입력 2015-04-20 16:25  


[양완선 기자] KBS2 예능 프로그램 ‘인간의 조건2’를 통해 매주 토요일 시청자들에게 유쾌한 웃음을 전해주는 배우 허태희.

KBS 16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지만 이제는 배우라는 이름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10년차 연기자로서 자신의 끼를 마음껏 펼쳐 보이고 있다. 또한 일명 ‘미친복근’으로 알려지며 유명한 ‘몸짱’ 배우이기도.

개그콘서트부터 드라마, 영화에 이어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까지 못하는 게 없는 배우 허태희는 그만큼 매 순간순간을 노력하고 공부하는 부지런한 사람이다.

그러한 허태희가 이번에는 패션화보에도 도전했다. 화보 촬영을 위해 bnt스튜디오를 찾은 날은 우연찮게도 그의 생일. 생일이어서인지 더욱 밝고 신나는 분위기 속에서 촬영에 임한 허태희는 주변 스텝들의 기분까지 덩달아 들뜨게 해주기도 했다.

언제나 밝은 기운을 몰고 다니는 그의 인생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Q. 어렸을 적 꿈은 무엇이었나? 개그맨이었는지 배우였는지 궁금하다.

어렸을 때 구체적으로 개그맨을 꿈꾸었던 것은 아니다.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장기자랑만 있으면 항상 다 나갔다. 그래서였는지 주변에서 항상 “쟤는 연예인 해야 해”라는 소리를 많이 들어왔다. 때문에 “당연히 방송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구나”라는 생각은 해왔다.

Q. 연극영화과에 진학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렇다면 고등학교 때는 배우를 꿈꾸었나?

원래 호텔경영학과에 진학하고 싶었다. 하지만 공부했던 것에 비해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았다. 중,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환경 자체가 연극영화과에 대한 꿈 자체를 꾸지 못하는 환경이었다. 왜냐하면 전교에서 연극영화과를 준비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재미있고 끼가 많기도 했지만 고등학교 때는 정말 학구파였다. 거의 3, 4시간만 자고 독서실, 학원, 야간자율학습만 하고 주말에는 교회를 가는 생활의 반복이었다.

Q. 그때 대학결정에 있어 고민이 많았겠다.

중학교 때도 그렇고 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나의 꿈은 방송을 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꺾은 적은 없었다. 그냥 연극영화과는 실기 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문계 내의 전공을 택하려고 했었다. 그러다가 실기 2주를 남겨두고 준비를 해서 경희대, 서울예전, 국민대 세 군데의 연극영화과에 다 합격했다. 연극영화과 학생이니 배우를 하려 했고 군입대 한달 전에는 MBC 탤런트 시험을 봤었지만 떨어졌었다. 하지만 2주 후에 KBS 개그맨 공채에는 합격했다. 

Q. 개그맨과 연기자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서울예전 출신 배우 중에서도 어렸을 때 꿈이 개그맨이었던 사람들이 많다. 희극배우나 개그맨이나 어떻게 보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희극인도 배우이기 때문이다.


Q. 그렇다면 희극연기를 하고 싶어서 개그맨 시험을 본 것인가.

그때는 MC에 대한 관심이 컸다. 남희석, 김국진, 이휘재 등 연기력을 보여주는 개그맨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미디 연기도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다.

Q. KBS 개그맨 공채에 합격한 동기는 누구누구 인가?

지금도 활발히 활동하는 동기는 김인석, 정명훈이 있다. 지금도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자주 연락하는 편이고 가끔 보기도 한다. 동기 이외에도 조세호랑도 계속 친하다. 아무래도 연기생활을 더 오래하다 보니 연기자분들이랑 조금 더 교류를 많이 하고 있기는 하다.

Q. 코미디 연기를 좋아했다고 했는데 ‘개그콘서트’는 아무래도 콩트 형식의 개그 코너이다. 어렵지는 않았는가?

많이 어려웠다. 그렇게 ‘개그콘서트’를 하던 도중 미니시리즈 드라마 섭외가 들어왔다. 에릭씨가 주연했던 ‘신입사원’이었다. 그때 첫 드라마를 하게 된 것이다. 원래 연기가 전공이었기 때문에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마치 내 옷처럼 편했다. 전향을 하고 싶어서 한 것은 아닌데 자연스럽게 드라마 연기를 하게 되었고 그 후 드라마 섭외가 계속 들어왔다.

Q. 개그맨들의 특징이 남을 웃기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고 들었다. 그런 것들이 허태희씨에게도 내재되어 있는가.

개그맨이라고 해서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수로씨나 임창정씨와 같은 재미있는 배우도 많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을 보면 너무 재미있다. 원래 재미있는 사람들은 그냥 재미를 계속 추구하는 것 같다.

Q. 그럼 개그맨 중에서도 개그를 할 때와 실제 성향이 다른 경우가 있는가?

반대적인 사람도 있다. 방송에서 말을 많이 하고 많이 웃겨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집에 와서는 조금 쉬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밖이나 방송이나 똑 같은 사람들도 있고 그렇다.

예를 들어 유세윤씨 같은 경우에는 1년 정도 같이 개그를 했는데 말수가 적었다. 평소에는 매우 진중했었다. 반면 조세호씨는 밖에서 말이 더 많다. 그런 차이가 있다.

Q. 유세윤씨 하면 가늠하기 힘든 4차원적인 이미지가 있다.

원래 그랬던 것 같다. 하지만 4차원은 아니다. 평소에 생각이 매우 깊고 신중하다. 그런 많은 생각들이 순발력있게 나오니 재미있는 것 같다.

배우들 중에서도 ‘미생’의 이성민씨는 실제로 너무 조용한데 에너지 있게 연기를 할 때는 크게 소리도 지르는 등 각자가 다 다르기 때문에 직업 때문이 아니라 사람이 다 다르기 때문이라 그런 것 같다.

Q. 요즘은 가수들이 연기를 많이 하는데 개그맨들도 연기를 할 것 같나?

그러지는 않을 것 같다. 개그맨으로 잘 되면 계속 개그맨을 하지 연기를 하지는 않을 것 같다. 개그맨으로서의 입지를 굳힌 사람이 연기를 한다고 했을 때 수입적인 면에서 너무 차이가 많이 난다. 개그맨이 훨씬 더 많이 벌기 때문에 연기로 전향하거나 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일하는 환경도 개그맨들은 정해진 시간에 연기를 한다면 배우들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많다. 그런 것들이 몸에 잘 베지 않아서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나는 10년동안 연기를 했기 때문에 그런 것에 익숙해졌지만 말이다(웃음). 나도 개그맨을 할 때보다 처음 배우로 전향했을 때는 수입이 1/5정도로 줄었었다. 그래도 그냥 버텼다.

Q.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출연 중이다.

사실 정말 리얼한 예능은 없다. ‘리얼 티브이’라고도 하고 ‘관찰티브이’라고도 하지만 어느 정도의 연기력이 필요하다. 그 안에서도 다 디렉션이 있다.

Q. 영화에도 출연했었다. 방송과 다른 점은?

차이점이 많다. 드라마는 대본이 한 회마다 급하게 나오니 긴장감을 늦추지 못한다. 그래서 순발력을 필요로 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다 차 안에서 대본을 외우기에 급급하며 패밀리십이 부족해진다. 서로 각자 집중해야 할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영화는 완대본이 나오고 밥도 같이 먹기 때문에 전체적인 흐름도 파악하기 쉽고 서로 빠르게 친해진다. 하지만 드라마에는 기회가 많다는 장점도 있다. 다시 말해 내 역할이 작더라도 내가 열심히 하면 내 분량이 늘어날 기회가 충분히 있다.


Q. ‘인간의 조건’에 출연 중인데 연기하는 것과 예능 하는 것의 차이라면?

사실 예능을 처음 해본다. 처음에는 적응이 잘 안되고 뭘 할지 잘 모르겠고 힘들었다. 드라마는 카메라가 한, 두대인데 예능은 열 몆대가 있다. 처음에는 긴장을 해서 배탈이 났었다. 전에 개그맨을 했었다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컸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힘을 빼지 못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좋아졌다. 지금은 예능을 촬영하러 가기 전에 막 기분이 좋다.

Q. 예능은 드라마와 다르게 출연자들끼리 많이 친해지는지.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들었다. 하지만 ‘인간의 조건’은 핸드폰, 매니저,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 등이 아무도 없어서 서로 이야기만 하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가족처럼 친해졌다.

윤상현, 현우는 미리 알았고 김재영이나 봉태규, 은지원은 처음 만났지만 너무 친해졌다. 은지원한테 예능을 많이 배웠다. “저렇게 해야 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봉태규씨도 전에 예능을 많이 했었고 감독들이 좋아하는 말들을 잘해서 “쓸데없이 많은 말을 하는 것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말을 하면 되는 구나”라는 것들을 배웠다.

Q. 욕심나는 예능 프로그램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제외하면 트렌디한 패션이나 리빙, 30, 40대 주부들을 상대로 하는 프로그램을 하고 싶다. 그런 프로그램과 잘 맞는 것 같다. 나 자체가 남을 꾸며주고 인테리어를 보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Q. 배우를 하면서 많이 도와줬던 선배님은 누가 있는가?

솔직히 도와주는 사람이 많이 없었다. 도움을 줬다면 연기학원 선생님이 있었고 그 학원에 이연희, 이루, 주상욱 등이 있었다. 그때 학원 선생님이 자신감도 많이 주셨고 나를 틀에서 깨어나게 많이 도와주셨다.

도움을 받았던 기억에는 조민수 선배님이 있다. 일일 드라마 ‘내 딸 꽃잎이’라는 작품에 중간 투입된 적이 있는데 일일 드라마를 처음 해봐서 세트 연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때 조민수 선배님께서 나와 다른 배우들을 모두 불러 모으셨다. 당시 내 배역 이름이 경민이었고 조민수 선배님께서는 “경민이가 중간에 들어와서 어색하기도 하고 세트 연기를 처음 하니 많이 알려주고 많이 맞춰주자”라고 말한 후 내 상대배역 역할을 조민수 선배님께서 맞춰주셨다. 그때 선배가 되었을 때 작은 역할로 들어온 후배에게 이렇게 따뜻하게 대해주면 더 큰 감동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드라마 촬영을 할 때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다 방에 들어가 있는데 조민수 선배님께서는 한 두번이 아니라 계속 맞춰주셨다. 너무 감사했고 나도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조민수 선배님께서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주연이 있는 게 아니라 주연 감이 있다”라고. 주연 감들이 오래 하고 또 잘한다고 했다. 이런 사람은 모든 스텝들을 융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선균씨 같은 경우는 따뜻하다기 보다는 모범을 보여주는 선배님이다. 나와 함께 제일 많이 주연과 조연을 했었는데 본인이 카메라에 걸리지 않아도 상대방 앞에 서서 배역을 맞춰준다. 바쁜 와중에도 벤에 들어가 대본을 외우는 배우들이 많은데 이선균은 그것을 뛰어넘은 것이다. 대단한 형님이다. 그래서 존경을 하게 되었다.

Q. 실제로 보았을 때 예뻤던 배우가 있는가?

김희선씨가 엄청 예뻤다. 이분이 바로 자연미인이다. 어렸을 때 보았는데 그 동안 다른 배우들을 보면서는 후광이 비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었는데 김희선씨를 봤을 때는 “아 바로 여배우구나”하는 후광이 비치는 느낌을 느꼈다.

Q. ‘미친 복근’으로 유명하다.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그냥 시간이 날 때마다 헬스장에 간다. 30분이건 2시간이건 일주일에 3번 이상은 운동을 하고 온다. 이것을 10년째 하고 있다. 그리고 항상 배에 힘을 주고 다니기 때문에 복근운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유지가 된다.

Q. 원래 운동을 좋아하는 성격인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노력파이다. 먹는 것에 비해 살이 너무 많이 찌는 체질이다. 원래 식구들이 다 뚱뚱하다. 그래서 일주일에 3번 이상은 무조건 헬스장에 가려고 한다.

Q. 앞으로의 각오나 다짐, 인생 전반적인 꿈을 들려달라.

계속 쉬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품을 하고 있지 않을 때도 학원을 다닌다거나 계속 자기 개발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지금도 영어학원을 3년째 다니고 있고 중국어 학원을 1년 넘게 다니고 있다. 운동도 하는 등 나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다.

노는 것도 배우에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어찌되었든 계속 여러 가지 부분들을 공부하고 노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체력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운동도 계속 할 것이다. 이렇게 계속 자기 개발을 하면 언젠가는 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배우는 배우라고 배우인 것 같다. 이 다음에는 춤을 배우고 인테리어나 패션 공부를 할 것이다. 

기획 진행: 양완선
포토: bnt포토그래퍼 장봉영
의상: 슈퍼스타아이, 머시따, 리그
슈즈: 슈퍼스타아이, 컨버스
모자: 슈퍼스타아이
헤어: 플랜유 임경원 디자이너
메이크업: 플랜유 김민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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