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래퍼 딥플로우 “비스메이져(VMC), 세대를 이어가는 레이블 되길”

입력 2015-04-20 10:01  


[bnt뉴스 김예나 기자] “‘양화’ 발매 전날 밤, 기분이 좋아서 기쁨의 눈물까지 글썽였어요.”

최근 3집 정규 앨범 ‘양화’를 발매한 래퍼 딥플로우(Deepflow)가 bnt뉴스와의 인터뷰를 가졌다. 지난 2011년 두 번째 정규 앨범 ‘헤비딥(Heavy Deep)’ 발표 이후 4년 만의 새 앨범으로 돌아온 그는 한국 힙합 씬의 우직한 래퍼임과 동시에 힙합 레이블 VMC(Vismajor Company, 비스메이저 컴퍼니)의 듬직한 수장의 모습이었다.

딥플로우와 류상구를 잇는 연결고리 ‘양화’ 

‘양화’는 래퍼 딥플로우의 “음악적 고향”인 홍대와 남자 류상구의 “삶의 터전”인 영등포, 그 두 곳을 이어주는 양화대교를 오고가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들을 담은 앨범이다. 양화대교라는 상징적 연결고리를 통해 각각의 공간 속 딥플로우의 시각, 고민, 꿈, 희망 등을 엿볼 수 있다.

“제가 살고 있는 곳이 영등포고 음악적인 활동 무대는 홍대에요. 두 동네를 이어주는 다리가 양화대교고요. 어느 날 문득 양화대교를 오고가며 느꼈던 감정과 생각을 모티브로 앨범을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 타이틀은 ‘양화대교’였는데 힙합적인 색깔이 잘 드러나지 않은 것 같아서 ‘양화’라 했어요. 또 양쪽 동네 각각의 이야기를 담는다는 의미에서 ‘양화(兩話)’도 되고, 그림 화(畵)자를 써도 무방하고요. 이렇듯 ‘양화’는 다양한 감정과 생각 그리고 의미를 아우르는 앨범이에요.”

‘양화’는 인트로 ‘열반’을 시작으로 ‘불구경’ ‘낡은 신발’ 선공개곡 ‘잘 어울려’ ‘당산대형’ ‘작두’ 타이틀곡 ‘버킷 리스트(Bucket List)’ ‘빌어먹을 안도감’ 마지막 트랙 ‘가족의 탄생’ 등 모두 15트랙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대해 딥플로우는 “앨범의 트랙 순서가 굉장히 중요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앨범 작업 할 때 제가 그려놓은 이야기를 서사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편이에요.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각각의 트랙들을 기승전결로 풀어내는 거죠. 물론 각 트랙 하나하나씩 듣는 것도 좋지만 하나로 묶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작업 전에 트랙 순서부터 곡 제목, 주제까지 먼저 정해요.”

이번 앨범에서 ‘당산대형’과 ‘작두’의 반응이 “핫하다”고 전하자 딥플로우는 “원했던 바다”며 하하 웃었다. 힙합 씬의 큰 형이 된 딥플로우의 위치를 비유한 트랙인 ‘당산대형’과 세 명의 래퍼들의 내림굿 현장을 표현한 듯한 ‘작두’에는 각각 DJ 소울스케이프, 래퍼 던밀스(Don Mills), 바스코(VASCO) 그리고 넉살(Nucksal), 허클베리피(Huckleberry P) 등이 지원사격에 나섰다.

“두 곡 모두 제작 의도가 애초에 ‘작살’나는 공연 퍼포먼스를 위해 만든 곡이었어요. 퍼포먼스 위주의 곡들을 만들 때는 어느 정도의 B급 정서와 장난기 같은 것들이 섞여 있거든요. 그 코드를 무대 위에서 잘 표현하기 위해서는 피처링도 중요하고요. 각 곡에 어울리는 게스트로 잘 섭외된 것 같아요.”

그중 딥플로우는 ‘작두’에 참여한 넉살과의 일화를 털어놓았다. VMC 최초의 외부 영입 아티스트인 넉살은 지난 2013년 한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 ‘올해의 기대주’에 선정되는 등 평단과 뮤지션들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넉살이에게 ‘내 앨범이지만 네가 사람들에게 거론되는 트랙이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어요. 이후 넉살이가 곡을 만들어 왔는데 다시 수정해오라고 했어요. 원래 래퍼에게 그러면 안 되지만 그만큼 넉살이가 더 돋보이고 주목받길 바랐어요. 결과적으로 지금 주위에 넉살이 이야기밖에 없을 만큼 반응이 좋네요. 약간 기분이 묘하긴 하지만 만족합니다.(웃음)”

VMC, 피가 섞이지 않았다 해도 

이날 딥플로우는 VMC 소속 아티스트들에 대한 애정을 유독 드러냈다. 마지막 트랙 ‘가족의 탄생’을 설명하던 그는 “피가 섞이지 않아도 함께 뭉쳐서 살고 있으면 가족이다”며 “가족의 의미를 재해석하면서 VMC 식구들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저희는 진짜 많이 모이는 편이에요.  다들 애정 결핍이라도 있나 봐요.(웃음) 그 정도로 다른 집단들에 비해 자주 뭉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적게는 한, 두 살부터 많게는 여덟 살까지 저와 나이 차이가 나는데 아이들이 저를 무서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는다는 걸 느껴요. 저를 ‘돼지 형’이라고 부를 정도니까요.(웃음) 하지만 제가 음악적으로 터치하거나 프로듀서로서 지시하는 사항에 대해서는 굉장히 잘 따르고 신임을 하더라고요. 조율이 잘 되는 편이죠.”

언더그라운드 힙합 레이블 VMC는 지난 2014년 딥플로우와 래퍼 우탄(Wutan), 아트디렉터 로우디가(Row Digga)가 의기투합해 크루 비스메이져에서 레이블 형태로 전격 설립했다. 딥플로우는 VMC에 대해 “식구들끼리 있으니까 패밀리 비즈니스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며 운을 뗐다.

“힙합 씬에서 크루는 부당한 대우를 받기 십상이에요. 예를 들어 같은 공연을 해도 레이블에 비해 적은 금액을 받는다거나 제가 커버하는 뮤지션들을 다른 레이블에서 정당성 없이 데려가기도 했고요. 제 사람이고 가족인데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어요. 그게 바로 레이블을 설립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에요. 회사 형태로써 제 사람들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1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VMC는 딥플로우에게 “청사진”같은 존재가 됐다. 그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 예측하지는 못한다. 하지만 누구나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는 것들은 있지 않는가. 하나씩 하나씩 꿈꾸는 그림들을 실현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VMC가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구단처럼 세대를 이어가며 유지할 수 있는 레이블이 됐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나이가 들어서도 무대 위에서 계속 랩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과연 그 모습이 멋있는 걸까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 세대 뮤지션들이 활동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청사진이 아닐까 싶어요.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레이블에서도 세대의 흐름을 받아들이고 이어가면 좋을 것 같아요.”

그렇다면 래퍼 딥플로우가 아닌 VMC 수장 상구 형으로서의 계획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는 한껏 기대에 부푼 표정으로 “아이들 앨범부터 빨리 내주고 싶다”고 대답했다.

“사람이 어떤 감정이나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지분은 정해져 있잖아요. 제 앨범 작업 할 때 분명 아이들에게 소홀하게 대했던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예요. 그것들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커서 아이들 앨범 내는데 주력을 다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게 제 계획이자 목표고 해야 할 일인 것 같습니다.”

그의 행보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어봤다. 딥플로우는 “이제 막 앨범을 냈으니까 무대에 많이 오를 계획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홍대 놀이터에서 버스킹 공연도 하고 싶다. 평소 하고 싶었던 소소한 것들을 취미처럼 하나씩 해 볼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 준비 발표 할 때 ‘이후 당분간은 더 이상 정규 앨범이 없을 것 같다’고 말 한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말이 ‘은퇴’라고 와전돼서 난감한 상황을 겪었어요. 물론 지금도 다음 앨범에 대한 생각은 없어요. 제가 앨범 작업을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게 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당장은 생각하고 싶지 않고요. 그렇다고 은퇴하고 싶은 생각은 더 없어요. 그 점을 꼭 짚고 넘어가고 싶었어요.”

왜곡된 힙합 문화, 동조 말아야 

마지막으로 힙합 그라운드에서 한창 활약 중인 후배 래퍼들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했다. 딥플로우는 머뭇거리며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러더니 조심스레 “개인적인 성공과 힙합의 성공을 헷갈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쇼미더머니’나 ‘언프리티 랩스타’ 같은 힙합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힙합 문화를 왜곡하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디스’ 같은 건데요. 제 친구 할머니가 ‘언프리티 랩스타’를 보면서 원래 힙합은 저렇게 싸우는 거냐고 물어봤다고 하더라고요. 전 그 이야기를 상징적인 의미로 해석했어요. 아이들이 받아들이는 것은 더 크겠다 싶었던 거죠. 심지어 ‘쇼미더머니’ 나가기 위해 제게 레슨 받는 아이들도 많아요. 사실 기현상인 거죠. 그런데 그들이 잘못했다는 건 아니에요. 물론 방송국의 잘못도 아니고요. 이러한 왜곡된 문화에 동조하고 흔들리는 일부 힙합 뮤지션들이 가장 크게 잘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을 통해 개인이 얻은 부와 명예가 힙합 시장의 대중화와 성공이라고 연계 짓지 말아주세요.”

더불어 VMC 식구들이 총출동할 ‘양화’ 발매 기념 콘서트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봤다. 내달 23일 홍대 상상마당에서 개최할 이날 콘서트에는 딥플로우와 ‘양화’ 피처링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의 뜨거운 힙합 무대를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저는 공연 무대를 항상 염두하고 곡을 만들어요. 거의 필연적으로 모든 곡이 공연 때 어떤 퍼포먼스와 구성을 할는지 생각하죠. 따라서 전체적으로 무대 순서가 유기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을 볼 수 있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제가 여태까지 냈던 앨범 중 가장 성취감이 크고 많은 분들이 좋아할 만한 앨범이라고 확신해요. 이 모든 만족감과 성취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겠습니다.”

래퍼 딥플로우의 힙합에 대한 철학과 VMC 빅 브라더 상구형의 책임감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가 힙합 씬에서 오랜 시간 “우직한” 래퍼로서 인정받고 있는 이유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을 정도로. (사진제공: 스톤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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