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 vs 91', 양적 수준으로는 거의 두 배 차이다. 다름 아닌 중국과 한국 내 현대기아차의 판매대수 이야기다. '176'은 지난해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판매한 176만대를 의미하고, '91'은 같은 기간 한국 내 판매대수, 91만대를 말한다. 그래도 비율만 보면 중국 판매가 한국의 두 배를 살짝(?) 넘지 않는다. 하지만 올해는 3월까지 '44만 vs 20만'으로 이미 두 배를 넘어섰다. 그리고 격차는 점점 커지는 중이다.
그러자 현대기아차가 증산에 한창이다. 베이징에 소재한 현대차 공장 3곳, 장수성 옌청의 기아차 공장 3곳에서 쉼 없이 완성차가 쏟아져 나온다. 올해만 해도 180만대를 바라보고, 내년에는 214만대, 2018년에는 254만대를 목표로 세웠다. 중국 내 연간 신차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하겠다는 의미다. 서부 내륙 지역에 추가 공장을 짓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만 증산에 매달리는 것은 아니다. 폭스바겐은 2018년까지 중국 내 생산을 499만대로 끌어 올리고, GM도 262만대를 바라보고 있다. 닛산과 토요타 등도 각각 210만대와 135만대를 만들어 팔겠다고 공언했다. 게다가 합작을 통한 기술 체득에 성공한 중국 내 토종 브랜드도 몸집을 키워가는 중이다. 지난해 2,460만대에 다다른 신차 시장 규모가 2018년 3,160만대로 전망되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소비 성향도 서서히 변하고 있다. 2002년 초기 현대차가 진출할 때 인기 차종은 준중형급 아반떼였지만 지금은 SUV ix25가 대세다. 기아차도 주력이 K3에서 점차 스포티지R 및 중국 SUV 전략 차종 KX3 등으로 바뀌고 있다. 물론 여전히 준중형 아반떼(중국명:랑둥)와 K3의 비중이 높지만 최근 SUV 상승세는 무서울 만큼 빠르다.
물론 SUV 증가를 견인하는 곳은 장성자동차와 같은 중국 토종 브랜드다. 이에 대해 이형근 기아차 부회장은 "중국 토종 브랜드가 합작사 승용 세단 가격으로 SUV를 만들어 팔면서 시장 규모를 키우는 중"이라고 설명한다.
실제 중국 내 SUV 판매는 폭발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SUV 판매는 396만대로 전년 대비 37% 증가한 반면 준중형급 판매 성장률은 3.1%에 머물렀다. 절대 숫자는 준중형급이 640만대로 여전히 압도적이지만 성장 속도는 SUV가 훨씬 빠른 셈이다.
중국 소비자의 구매 트렌드 변화는 현대차의 발걸음마저 재촉하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모터쇼에 선보였던 ix25와 함께 상하이에 중국형 전략 SUV 투싼(TLc)이 공개된 배경이다. 쉽게 보면 중소형 SUV 제품군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결코 숨기지 않았다는 의미다. 기아차 또한 신형 스포티지R과 함께 중국 내수전용 SUV KX3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까지 현대기아차의 SUV 전략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자동차연석회의 판매통계에 따르면 올해 3월까지 중국 내 소형 SUV 시장의 단일 차종 판매 1위는 2만4,000대가 판매된 베이징현대의 ix25가 차지했다. 그 뒤를 이어 광주혼다의 베젤과 동풍혼다의 XR-V가 따르는 중이다. 중형도 베이징현대차의 ix35와 동풍열달기아차의 스포티지R이 단일 차종 판매 3위와 7위를 각각 기록했다.
그런데 현대기아차의 진짜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봐야 한다. 과거 10년은 중국 토종 브랜드의 존재감이 매우 낮았기 때문이다. 중국 소비자조차 자국 브랜드에 눈길을 주지 않았다는 점에서 합작사 제품은 당연히 날개 돋친 듯 팔렸고, 현대기아차 또한 바람에 편승한 측면이 적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지금은 분명 다르다. 단순히 합작사 간 경쟁에서 벗어나 토종 브랜드와 맞서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토종 업체들은 가격을 무기로 들고 나온다. 중국의 경제성장율이 제 아무리 높다 해도 평균 소득 수준이 낮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다. 연간 신차 시장 규모는 커지되 그만큼 차급별 세분화 및 경쟁을 격화시켰다. 결국 연간 3,000만대를 넘어서려는 중국에서 현대기아차가 미래를 담보하려면 제품 세분화 전략이 활발히 전개돼야 한다. 이른바 '중국형' 이름이 부착된 차종이 확대돼야 한다는 얘기다.
자동차평론가 박재용 씨는 "중국 완성차 시장은 자동차회사의 미래 생존을 가를 만큼 규모가 커질 것"이라며 "중국형의 활발한 개발이 뒷받침돼야 토종 브랜드의 추격을 물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다. 2015 상하이모터쇼 현장을 보면 그의 말이 결코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래서 중국, 현대기아차에겐 중요한 미래 생존 시장이다.
상하이=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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