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파일]자동차, 국적보다 중요한 건 브랜드

입력 2015-04-22 08:30  


 2015 상하이모터쇼가 열리는 상하이 국가 전시·컨벤션센터의 미디어 센터에는 세계 각국의 언론 종사자들이 모여 있다. 세계 최대 시장의 위용을 전시관은 물론 미디어 센터에서도 엿볼 수 있었던 것. 그러나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만큼 모터쇼를 해석하는 눈은 저마다 다르다. 각 국의 이해에 따라 모터쇼와 중국 시장을 바라보는 철학이 달라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것은 일본 기자들의 모습이다. 






 일본의 가장 큰 언론사인 요미우리 신문은 상하이모터쇼 소식을 전하며, 도쿄모터쇼의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전성기에 비해 참가 업체가 반으로 줄었다는 분석도 내놨다. 거대 시장으로 분류되는 미국과 중국은 역동적인 모터쇼를 치르는 중이고, 유럽 역시 전통의 모터쇼가 건재한 가운데 세계 4대 모터쇼라 불리던 도쿄의 존재감이 희미해지고 있음을 아쉬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 내수 시장은 연간 500만대 수준에서 정체돼 있다. 특히 수입차 판매 비중은 계속 떨어지고 있어 더 이상 성장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일본 기자들이 상하이모터쇼 현장에서 묘한(?) 표정을 짓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연간 2,400만대를 소화하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성장 중이다. 자동차 블랙홀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신차 판매 규모에선 미국을 밀어냈다. 자동차 보유대수는 현재 1억9,000만대로 일본 인구와 맞먹는다. 더욱이 앞으로 5억대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우세해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은 "중국으로, 중국으로"를 외치는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요미우리의 도쿄모터쇼 지위 격하를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과거 영광에 매달린 몸부림일 뿐 현재의 흐름을 대변하지 못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중국에서 가장 깃발을 높이 드는 회사는 다름 아닌 일본 기업이다. 일본 기업 또한 어떤 시장을 주목해야 하는 지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중국에서 합작형태로 활동하는 수많은 회사는 현재 브랜드에서 국가색을 빼는 작업에 열중이다. 영국의 고고한 자존심을 대표하던 재규어랜드로버 또한 중국 현지 생산 공장을 세우고, 중국 소비자를 유혹하고 있을 정도다. 토요타는 중국 소비자 마음을 잡기 위해 하이브리드의 중국식 표현을 만들었다. 나아가 도요타 아키오 사장은 직접 상하이로 날아와 새로운 공장 건설을 약속했다. 게다가 다양한 중국 전략 제품은 이제 일반화가 된 상황이다. 또한 각 회사들은 "중국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말을 마치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중국이 원하고, 소비하면 무조건 만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덕분에 중국 소비자는 글로벌 자동차 회사를 자신들의 브랜드로 인식하고 있다. 혼다를 광치혼다로, 폭스바겐을 상하이폭스바겐으로 생각하는 게 대표적이다. 현대차는 베이징현대, 푸조는 둥펑푸조가 된 지 오래다. 이는 1980년대 시장 개방을 하면서 덩샤오핑이 "중국에서 글로벌 회사가 활동하려면 무조건 토종 기업과 합작해야 한다"는 원칙을 세운 결과다. 이 같은 덩샤오핑의 정책은 중국 기업의 기술력 향상을 불러온 동시에 소비자 머리 속에 이들 브랜드를 중국 기업으로 인식하게 만든 원인이 됐다.

 그렇게 본다면 자동차 산업에서 브랜드의 '국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새삼 국산차와 수입차 경계를 구분해 편가르기에 여념 없는 우리 풍토 또한 요미우리의 탄식만큼이나 무색해 보인다. 각 브랜드의 생산 공장이 시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세계 각지로 흩어진 지금은 더욱 그렇다. 신설과 증산이 트렌드인 중국은 말할 나위가 없다. 






 브랜드의 국적이 중요도에서 밀리는 사례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에서 만든 현대차 쏘나타와 한국에서 만든 쉐보레 말리부가 대표적이다. 스페인에서 만들어진 르노삼성차의 QM3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제 자동차 업계에서 브랜드의 국적은 서서히 자취를 감추는 중이다. 이미 중국에서 그 변화는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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