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진 기자] 치매에 걸리면 자신을 포함해 주변 모두를 서서히 잊어가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크나큰 상심을 준다. 그래서일까. 여러 소설과 영화에서는 치매가 소재로 종종 다뤄진다.
2004년 개봉한 이재한 감독의 ‘내 머릿속의 지우개’, 2006년 일본의 츠츠미 유키히코 감독의 ‘내일의 기억’이 대표적이다. 두 작품은 비교적 젊은 두 남녀가 치매로 인해 정상적이던 일상생활을 잃어가면서 겪는 일들을 담아냈다.
그리고 2015년 4월 치매를 소재로 한 영화 한 편이 개봉하며 극장가를 달궜다. 70대 노인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기존과는 조금 다른 설정으로 설렘과 눈물을 모두 선사하며 관객들에게 큰 여운을 남겼다.
▶자신의 아내를 두 번 사랑한 ‘장수상회’
이 영화는 70대 노인인 성칠의 옆집으로 금님이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성칠이 금님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고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하게 된다. 동네 주민들도 둘의 사랑을 격려하고 돕는다.
하지만 극 후반부에 밝혀지는 로맨스의 진실은 많은 이들에게 눈물을 줬다. 성칠과 금님은 수십 년을 동고동락한 부부였던 것. 하지만 성칠은 치매로 자신의 아내와 가족을 알아보지 못했던 것이다.
▶20대로 돌아가 첫사랑을 만난 ‘금발의 초원’
그리고 치매를 소재로 한 또 한편의 영화가 있다. 2000년에 일본에서 개봉한 이누도 잇신 감독의 ‘금발의 초원’이다.
80세의 닛포리는 치매로 인해 자신이 20대라고 생각하는 노인이다. 지병인 심장병으로 인해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고 그의 도우미로 20대의 나리스가 오게 된다. 하지만 나리스는 닛포리의 첫사랑과 매우 닮은 여성이었고 닛포리는 나리스에게 끊임없이 구애한다.
▶슬픔 속에서 느낀 설렘
두 영화 모두 치매가 완치되거나 기억을 되찾는 판타지로 끝을 맺지 않는다. 성칠은 치매가 더 악화돼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가고 닛포리도 자살로 영화는 끝이난다.
하지만 두 영화 속에서 성칠과 닛포리가 보여준 사랑은 많은 이들에게 슬픔뿐 아니라 설렘과 따스함을 안겨줬다. 까칠하던 성칠이 사랑으로 인해 다정하게 변하며 전전긍긍하는 모습, 나리스가 좋아하는 해바라기로 방을 꽉 채워 프러포즈를 준비하는 닛포리까지.
어느덧 다가온 뜨거운 여름속에서 조금은 색다르고 잔잔한 사랑을 느끼고 싶다면 두 영화를 추천한다. (사진제공: 영화 ‘내 머릿속의 지우개’, ‘내일의 기억’, ‘장수상회’, ‘금발의 초원’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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