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자동차산업은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한국 자동차관련 기업이 유럽 내 성장을 꿈꾼다면 영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죠. 고급 기술인력과 인프라도 완벽히 구축해 놓았습니다. 특히 한국의 수많은 부품업체에겐 큰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영국 무역투자청 자동차부문 제이 내글리 고문은 이 같이 강조했다. 내글리 고문은 국내에 머무는 동안 본지와 단독으로 만나 영국 자동차산업을 집중 소개했다. 한 때 자동차전문기자로 활동했을 만큼 영국 내에선 자동차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지금은 영국 자동차산업 발전을 위해 영국정부에 몸담고 있지만 여전히 기자로서의 감각은 뛰어났다.
이런 그가 한국을 찾은 이유는 분명하다. 유럽 진출을 모색하는 한국 자동차부품업체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그 동안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영국은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뒤진 것처럼 여겨져 왔기에 이를 바로잡는 것도 그의 주요 괴제였다. 그가 말하는 영국의 자동차산업은 의외로 견고하며, 영국 내 완성차회사와 손잡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한 때 유럽을 지배하던 영국 자동차산업이 많이 쇠퇴했는데 현 상황은.
"영국은 1960년대 자동차산업 부흥기를 거쳐 1970년대엔 감소했으나 기존 시설 대신 새로운 생산시설을 늘려 균형을 맞춰 왔다. 그래서 산업규모면에선 큰 변화가 없었다. 2009년 100만 대를 생산했고, 지난해는 160만 대를 생산했다. 오는 2018년까지 2009년의 2배인 연간 200만 대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 만큼 성장을 지속하는 중이다"
-생산이 늘어나는 이유는.
"많이 알려져 있듯이 닛산의 유럽거점인 생산공장이 선덜랜드에 있다. 연간 50만 대를 만들고, 재규어와 랜드로버도 새로운 제품을 속속 투입하며 연간 50만 대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이 밖에 토요타와 혼다, 복스홀, 벤틀리, 애스턴마틴, 로터스 등이 영국에 생산기반을 두고 있다. 한국 부품업체가 진출하면 이들과 얼마든지 손잡을 기회가 열려 있다"
-한국 부품업체가 진출했을 때의 혜택은.
"영국의 완성차 생산은 매우 활성화돼 있고, 수요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말은 곧 부품수요가 함께 증가한다는 의미다. 영국 내 완성차회사도 한국 부품업체의 진출을 바라고 있다. 단적으로 2012년 부품시장은 5조 원에 달했고, 올해에는 6조5,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서 정부는 영국에 투자하는 기업에게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지역 성장 기금은 교육훈련 및 공장부지 확보 등에 지원하며, 지방세 감면, 특허료 지원 등도 이뤄지고 있다. 스웨덴이 본사인 4WD제조사 할덱스도 이런 혜택을 이유로 영국에 투자했다"
-기술 지원 방식은.
"영국은 F1의 리더로 7개의 F1팀이 활동하고 있다. 그 만큼 풍부한 고급 엔지니어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더불어 파워트레인과 경량화, 디자인, 시험 등을 위한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생산뿐 아니라 기술 개발에 더 없이 좋은 여건이 조성돼 있다"
-한국차 부품회사에게 투자이유를 설명한다면.
"영국이 한국 기업들의 투자처로 좋은 이유는 생산비용이 저렴하다는 점이다. 보스턴컨설팅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에너지가격 하락으로 수혜를 받은 미국의 생산비용이 100일 때 영국은 109로 체코의 107과 큰 차이가 없다. 반면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은 영국보다 수혜율이 낮다. 그리고 영국은 관료주의가 없어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다. 예를 들어 닛산의 경우 디자인, 개발, 생산시설을 모두 영국에 두고 있다. 또 영국 자동차산업협회가 2년 전에 개설돼 투자기업의 비자문제 등 모든 것에 대한 조언을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실제 KPMG에 따르면 영국의 시간 당 임금은 23유로 정도인데, 이는 독일의 35유로, 프랑스의 36유로, 이탈리아의 27유로에 비해 저렴하다. 세금도 29.8%에 달하는 독일보다 훨씬 낮은 18.4%에 불과하다. 결론적으로 영국은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자동차생산국이자 자동차시장의 새로운 부품 수요가 만들어지는 곳이다. 부품 수요는 향후 5년간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한국차 부품회사가 유럽에 진출할 시점을 꼽는다면 바로 지금이다"
-친환경차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친환경차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영국정부는 이미 친환경차 개발 및 보급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 시작했다. 이 말은 곧 부품기업에게 새로운 기회를 의미한다. 충분히 검토할만한 가치가 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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