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여성 힙합 뮤지션②┃ 래퍼 최삼, 행복을 찾아서

입력 2015-05-11 08:18   수정 2015-05-11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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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nt뉴스 김예나 기자] <마초적인 성향이 강한 힙합 장르는 더 이상 남성들의 전유물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최근 방송 프로그램부터 음원 차트, 언더그라운드 씬까지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활약이 돋보이고 있기 때문. 그들은 말한다. 성별을 떠나 그저 묵묵히 힙합의 길을 걸어왔노라고. 똑같은 힙합 뮤지션일 뿐이라고. 우리가 이제껏 몰랐던 혹은 앞으로 주목해야 할 여성 힙합 뮤지션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보자.>

그저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목청껏 소리 치고 나면 조금은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 받아보는 느낌. 그 강렬한 “첫 느낌”을 잊을 수 없었다. 최근 언더그라운 힙합 씬에서 독특한 보이스 톤과 카리스마로 주목받고 있는 래퍼 최삼이 자신의 이야기를 한경닷컴 bnt뉴스에 들려줬다.

“처음에는 랩도 힙합도 아무것도 몰랐어요. 울기 위해 시작했으니까요. 그렇게 계속 랩을 하다 보니 힙합 음악을 제대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 제 나이 열아홉 살이에요. 친구들을 보니까 대학 갈 준비를 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그때까지 목표라는 게 없었거든요. 그런데 힙합을 하고 싶다는 꿈이 생기면서 저 역시 대학에서 힙합을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그저 힙합 음악이 좋아서 대학교에 들어갔어요.”

유난히 낮은 톤의 목소리 때문일까.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면서 여느 인터뷰보다 더욱 귀 기울여 졌다. 베일 속에 숨겨져 있는 것만 같던 그에 대한 이야기가 최삼의 입을 통해 하나, 둘씩 꺼내지는 순간이었다.

“학교에 여자라고는 저밖에 없으니까 어딜 가나 잘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그 말만 믿었죠. 그런데 온라인 힙합 커뮤니티에 처음 믹스테잎을 공개했는데 악평이 너무 심한 거예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만 계속 열심히 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음악을 하는 이유가 사람들을 만족시키려는 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하는 거니까요. 그런데 첫 싱글 앨범까지 냈는데도 악평이 여전하더라고요. 그래서 크루 친구들과 진지하게 이야기 했어요.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에 대해서 말이죠.”

검고 긴 생머리, 날카로운 눈매가 주는 인상은 ‘시크함’ 그 자체였다. 낯설어하는 말투와 어딘지 불편해 보이는 표정이 역력해 걱정까지 들었을 만큼. 그러던 중 깨달았다. 그가 제 감정을 꺼내기 위해 힘들었던 과거 속 최삼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정도로 감성이 깊었고, 풍부했고, 쉽지 않았다.

“제 목소리가 호감이 아니래요. 랩에 사투리도 쓰니 유치하고 투박하게 들린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식으로 저에 대한 악평을 다 찾아서 읽어봤어요. 내려진 결론은 제가 기본이 없다는 거였어요. 이후 1년 동안 다 멈추고 연습만 했어요. 그 1년의 시간 동안 스스로 갖고 있는 ‘중심’과 ‘목표’에 대해서는 끊임없이 되새겼죠. 제 목표는 딱 하나였어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제 행복을 찾는 것이요.”

최삼에게 랩이란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같았다. 랩의 매력을 물으니 “솔직함”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는다. 자신의 이야기를 랩으로 솔직하게 털어놓은 그 순간부터, 최삼 역시 자신의 “행복”을 찾지 않았던가.

“솔직한 제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랩의 매력인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직설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잖아요. 그러면서 처음 보는 분들과도 소통할 수 있고요. 사실 전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소통이 아니라 혼자서 이겨내 보려는 이유였기 때문에 팬들과의 소통은 정말 어려웠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 음악에 피드백을 주고, 반응 하는 부분에 조금씩 마음을 열게 되더라고요.”

돌이켜보면 “성장”의 연속이었다. 삶의 끝이라 여길 만큼 힘들었던 나날 속에서 랩으로 숨통을 텄던 것도. 대학이라는 작은 우물 안에서 크루 멤버들끼리 서로를 끌어주고 밀어주던 시간들도 그랬다.

대구의 한 소녀가 힙합을 꿈꾸며 동경해오던 언더그라운드 힙합 씬의 메카, 홍대 입성 후의 첫 느낌은 어땠을까.

“남자 문화였죠. 옛날에 비해 힙합 씬에서 여성 뮤지션들의 활동이 활발해 진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에요. 힙합 씬이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여성 소비자층이 한몫 했다고 생각해요. 그들의 문화 소비가 높아지면서 사회 전반적으로 힙합에 대한 관심도 역시 높아졌잖아요. 그렇기 때문인지 최근 힙합 공연장에 여성 관객층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언프리티 랩스타’는 빼놓을 수 없는 기폭제 역할을 했으리라. 조심스레 ‘언프리티 랩스타’를 언급하니 “여성 래퍼들에 대해 여러 방면으로 집중 조명해 줬으니 고마운 프로그램이라 생각 한다”고 생각을 밝혔다.

“(‘언프리티 랩스타’가) 쇼 방송 프로그램이다 보니까 시청률이 중요하잖아요. 자극적인 부분도 많이 필요했기 때문인지 음악 외적인 면에 더 부각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디스전 같은 거요. 힙합 안에 디스라는 요소가 존재하긴 하지만 그게 대표는 아니거든요. 그런데 디스 때문인지 여성 래퍼들에 대해 ‘무섭다’ ‘세다’ ‘가식이다’는 수식어가 붙을 때는 조금 씁쓸해요.”

이어 향후 ‘언프리티 랩스타2’ 출연 계획에 대한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최삼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언프리티 랩스타2’ 가상 후보자로 손꼽히고 있는 상황. 그는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는 이야기”라고 운을 뗐다.

“주위에서 나가보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어요. 고민은 돼요. 하지만 제가 ‘언프리티 랩스타2’를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확실해야 나갈 수 있는 이야기에요. 그런데 지금 연락이 오고간 것도 아니고, 제가 무슨 말을 하기는 시기가 이른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최삼은 앨범 활동 계획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현재 새 앨범 준비에 한창인 최삼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겪는 관계 이야기”라는 주제로 자신의 경험담을 녹여 담아낼 예정이다.

“제가 최종적으로 바라는 목표가 무엇일까 생각해 봤어요. 어찌 보면 기체 같은 이야기지만 ‘행복해 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저의 최종적인 목표고 중심이에요. 그리고 그 행복은 어디까지나 남에게 절대 피해를 주지 않는 한에서 추구하는 거예요. 언제까지나 음악하면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사진제공: 최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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