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 친환경차는 영국이 앞서가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 열린 EVS에 참여한 영국 저탄소차사무국(Office for Low Emission Vehicle, 이하 OLEV) 리차드 브루스 사무총장(사진)의 말이다. 'OLEV'는 영국 정부가 미래 저탄소 기반의 국가 발전을 위해 별도로 설립한 정부 산하 특별 기구다. 여기에는 에너지, 교통, 산업 부처가 모두 참여해 영국의 저탄소 미래 전략을 수립한다. 각 부처에서 파견된 관료들이 개별 이해에 얽매이지 않고 오로지 저탄소 국가를 위한 미래전략에만 집중하는 게 특징이다. 특별 기구는 부처에서 파견된 관료 30명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의 독립적인 활동과 판단은 영국 내 교통과 산업, 에너지 정책 수립의 근간으로 활용될 만큼 중추적이다.
라차드 브루스 사무총장이 한국을 찾은 이유는 분명하다. 영국이 유럽 내 향후 저탄소 국가로 거듭나려는 만큼 한국 내 유관 기업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그는 "영국 내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160만대에서 2017년이면 200만대가 넘어서게 되는데, 늘어나는 자동차의 상당수가 바로 저탄소 차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책 측면에서 영국의 저탄소 방향은 크게 네 가지를 목표로 추진된다. 먼저 투자와 성장에 따른 일자리 창출이다. 저탄소 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 경제적 효과를 누리겠다는 얘기다. 더불어 두 번째는 탄소배출에 따른 대기질 개선이 절실해서다. 이를 위해 영국 정부는 최대 17억 파운드에 달하는 환경개선 비용을 부담키로 한 상황이다. 이외는 에너지 안보 전략이다. 탄소 기반의 에너지 사용량이 줄어들면서 에너지 정책의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OLEV가 설립된 것도 결국 이런 네 가지 전략을 조화롭게 가져가자는 데서 출발한다.
실제 OLEV의 노력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닛산의 전기차 리프가 선덜랜드 공장에서 생산되는 중이며 토요타도 영국에 하이브리드 생산 공장 검토에 들어갔다. 블랙캡으로 유명한 영국 택시회사 코벤트리도 하이브리드 택시 확대를 위한 집중 투자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외 테슬라가 유럽 내 연구소 설립 지역으로 영국을 선택한데 이어 포드 또한 전기동력 글로벌 허브 연구소를 영국에 두고 있다. 이외 E포뮬러의 연구 개발 기지도 영국에 위치해 있다는 게 브루스 사무총장의 설명이다.
저탄소 국가로 변신하려는 노력은 미래 전략에도 명확히 나타나고 있다. 버스와 택시 등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로 바꾸고, 이를 위한 충전 인프라 구축을 전국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도시 중심으로 충전 능력 향상에 영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도 주목할 점이다. 실제 영국의 충전망을 급속도로 늘어나는 중이다. 브루스 총장은 “가정용 충전은 완속으로 보급하되 공공 충전기는 급속을 영국 전역으로 빠르게 늘려가는 중”이라며 “장거리 운행도 문제가 없도록 고속도로 등에도 많이 설치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수소연료전지차를 위한 충전망을 2030년까지 전국에 1,100기 가량을 설치, 수소연료전지차의 운행에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저탄소 국가로의 전환을 이끌면서 관련 기업의 투자 유치에도 한창이다. 특히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수소연료전지 등은 영국 내 클러스터 등을 조성해 기업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브루스 총장은 "저탄소 국가를 선언한 영국이 관련 활동에 투자하는 금액은 상당하다"며 "유럽 내 저탄소차 개발에 동참해야 해당 분야의 선두 주자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내에서 ‘OLEV’는 지난 2011년 카이스트가 개발한 온라인 무선충전 전기차로 잘 알려져 있다. 브루스 총장은 "그 내용을 이미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OLEV'란 말은 우리가 먼저 사용했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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